카메라만 보이면 항의…기자들도 취재 자제

세월호 침몰 사흘째 진도실내체육관·팽목항 르포

“전부 사실도 아닌 것들이 도대체 왜 뉴스에 나오느냐.”


세월호 침몰 사흘째인 18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격앙된 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체육관을 울렸다.


사고 첫날 전원 구조라는 잘못된 보도를 시작으로 오보가 잇따르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언론에 극도의 불신을 보이고 있었다.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 일대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냉대를 견디며 힘들게 취재를 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기자들은 누적된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매사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시시각각 들려오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실종자 가족들. 그러나 연이은 정부의 잘못된 발표와 이를 ‘받아쓰기’ 하는 언론 탓에 가족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 18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 2층에 자리한 기자들이 시시각각 소식을 타전하고 있다. (김희영 기자)  
 


진도체육관에서 만난 기자들에 따르면, 실종자 가족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하던 몇몇 기자는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특히 큰 장비 탓에 눈에 잘 띄는 방송카메라 기자들은 머리채를 잡혔다. 이날 오전엔 분노에 찬 실종자 가족들이 일부 방송사를 제외한 취재진 모두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소란이 발생했다.


사고 초반 단독 경쟁을 벌이던 때와 달리 취재 방식은 한층 조심스러워졌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현재 체육관 2층 관람석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을 직접 인터뷰하는 모습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기자들도 근접 촬영은 삼가는 분위기였다. 종합일간지 한 기자는 “데스크에서도 ‘조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단독에 대한 과도한 요구는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18일 오후 5시경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감 강모씨가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자들은 곧바로 사건 현장에 달려갔다. (김희영 기자)  
 


세월호 사고 현장 인근인 팽목항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았다. 바다가 보이는 해안선 주변으로 임시 막사들이 줄을 이었고 현장에는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 지역민방 등 많은 방송사 중계차들이 자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노심초사 세월호 구조 관련 소식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가족들은 사고가 난 방향으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관계자들에게 구조 진행 상황을 전해 들었지만 곳곳에서 “어제와 다를 게 없다”는 탄식이 거듭 터져 나왔다.


언론에 대한 거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에서 중계 뉴스를 보면서도 “방송에서 뭐가 됐다고 보도하는데, 써준 시나리오 그대로 보도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카메라나 사진기에 민감한 반응이 돌아왔다. 방송카메라가 영상을 찍으려고 하면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 섞인 고성이 터져 나왔다. 배가 들어오는 항 앞쪽에는 방송사 카메라 삼각대만 줄지어 있었다. 주변의 사진 기자들도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서성일 뿐이었다.




   
 
  ▲ 팽목항에 배가 오가는 입구쪽 줄지어 있는 방송사 카메라 삼각대들. 실종 가족들이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막사 방향으로 삼각대는 놓여 있지만, 카메라는 그 위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강아영 기자)  
 


기자들도 가족들의 원성이 높은 상황에서 취재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한 방송사 기자는 “오늘은 가족들에 대한 취재 접근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이다. 현장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취재를 해야하는데 어렵다. 인터뷰를 하려고 하면 그 거부감이 너무 강하다”며 “첫 날엔 방송기자들도 바다를 뒤편으로 항 앞쪽에 가서 리포트를 했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지금은 육지 뒤쪽이나 옆쪽으로 물러서 있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상대적으로 외신들의 취재에는 응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진도 일대에 몰려든 수백명의 기자들은 근처 여관이나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처 숙소를 예약하지 못한 일부 기자들은 애를 먹고 있다. 인터넷매체 한 기자는 “근처 여관과 모텔에 빈 방이 없어 읍까지 내려가 펜션을 겨우 잡았다”고 전했다.




   
 
  ▲ 실시간 중계를 하고 있는 방송사들. MBN과 YTN 기자가 중계차 위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다. (강진아 기자)  
 

진도=강진아ㆍ김희영ㆍ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