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국민에게 욕먹는 기자들

[특별기고] 변상욱 CBS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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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상욱 CBS 콘텐츠본부장  
 
조급한 특종경쟁에 부적절한 보도
그 무엇보다 인간 존엄성 우선해야


세월호 조난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비판과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했던 재난보도준칙의 내용을 떠올려 보면 대략 이러했다.

△구조본부의 취재선 등을 준수하면서 인명구조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재활동을 벌일 것.
△피해상황을 자세히 신속히 전해야 하지만 불안과 불확실성을 줄이고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불확실한 내용이 번지지 않도록 전문가를 통해 검증하도록 할 것.
△생존자, 사상자의 신원 공개는 신중히 하고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시 강요하지 말 것 등이다.

언론은 다수 국민에게 재난의 상황과 대처 방법을 신속하게 전하는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역할은 재난 상황의 소개, 재난의 양상과 특성에 대한 설명, 재난 원인에 대한 분석, 시민의 대비 내지는 대피 방법, 구조 요청 및 구조에 대한 요령을 신속히 반복적으로 보도하면서 수행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우리 언론의 문제는 누가 더 참담한 상황을 찾아내 생생하게 전달하는가, 그리고 가장 격한 항의나 패닉 상태를 담아내는가의 경쟁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또한 조급한 특종경쟁에 의한 부적절한 보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구조된 피해자에게 당시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보라는 인터뷰의 질문이 그런 것이다. ‘승무원들의 지시는 무엇이었는가’, ‘구명조끼는 충분히 모두에게 배분되었는가’ 등 짧고 간단하며 구체적인 질문으로 상황을 재구성해야함에도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무서웠는지’ ....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라며 반복 주문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구조된 피해자에게 친구 사망 소식을 전해 패닉에 빠뜨리고, 긴급 구조가 시작된 마당에 보험금 지급액이 거론되고, 해상재난 영화를 소개하고, 대기업 구호지원을 소개하는 기사에 광고성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는 태도는 재난보도의 가이드라인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 양식과 자질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그 기본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재난 상황의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긴급히 필요한 건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지켜보는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소식과 정보는 무엇인가가 그 다음이다. 이 내용들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상황이 비참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나를 재구성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기자의 책무이다.

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인격과 존엄성을 우선의 가치로 놓아야 한다. 이것은 지시와 명령, 특종을 향한 프로페셔널리즘 그 이전의 문제이다. 양심과 양식을 통해 판단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저널리스트의 기본 수칙이고 인간다움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것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며 정직한 한 명의 기자가 되는 선결 조건이다. 변상욱 CBS 콘텐츠본부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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