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지상파·케이블 시대…'TV없는 방송' 현실화

'제로TV' 시대, 방송사는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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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률 조사회사 TNmS가 창립 15주년을 맞아 개최한 컨퍼런스가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사진=TNmS)  
 
전통적 TV가구 시청은 이제 옛말
JTBC뉴스 포털 생방송 활로 모색


서울시 노원구에서는 이달부터 공공청사 내 불필요한 TV를 없애는 ‘제로TV’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 등 다양한 채널로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구 관계자는 “필요 없는 TV를 줄여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 재활용, 예산 절감 등 3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말했다.

현재 노원구 공공청사 내 TV 보유 대수는 총 153대로 내구 연한이 지난 2005년 이전 TV 48대를 불용처리하게 된다. 나머지 62대는 내구 연한이 도래될 시점에 폐기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내 한 구청의 사례지만 이제 제로TV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데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한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통계센터장이 ‘제로TV 가구의 현황과 이슈’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TV의 가구기준 보급률이 소폭 하락하고 있고 2012년 기준으로 제로TV가구의 비율은 전체가구의 4.4%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제로 TV가구의 인구특성은 1인 가구, 20대, 도시거주, 학생, 독신남성이다. TV가구의 가구원은 TV방송프로그램을 일일평균 189분 시청하는 반면 제로TV 가구원의 TV방송프로그램 시청시간은 하루 31분 정도로 낮다. 그러나 집이 아닌 장소에서 데스크톱PC, 스마트폰, 노트북을 활용해 이를 메우고 있다.

제로TV 가구는 전통적인 TV가구의 정의에 해당되지 않는 가구를 말한다. 가령 안테나, 케이블 셋톱박스, 위성 수신기를 거치지 않고 TV나 모니터가 있더라도 코드 커팅(cord cutting)을 해 더 이상 전통적인 유료방송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 지상파 안테나를 통한 방송도 시청하지 않는 가구를 말한다.

칸트르 글로벌 미디어의 디렉터인 켈드 닐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시청자들이 실시간 시청이 아닌 VOD 등을 통한 타임시프트 TV시청시간은 약 1300분(2003년)에서 약8900분(2013)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실시간 TV보다는 VOD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가 창립 15주년을 맞아 21일 개최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박승권 한양대 교수(융합전자공학부)는 “인터넷의 발전과 압축기술의 발전체인 HEVC(High Efficient Video Coding)의 도입으로 인터넷의 속도가 5년 내로 HDTV의 요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매체의 융·복합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가 기존 HDTV 화질 수준에 이르고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TV를 시청하는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기존 방송을 흡수하는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HEVC(High Efficient Video Coding)는 MPEG-4의 2배 수준의 압축률을 가지고, HD방송은 5Mbps 수준으로 전송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방송 OTA(Over The Air) 대역이 갈수록 이동통신분야로 흡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 교수는 “인터넷이 점차 확대되고 실시간 영상을 볼 수 있다면 기존 방송망을 가지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등의 특권은 사라지게 된다”며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채널 번호는 앱 형태의 서비스로 전환되고 기존의 방송 매체는 인터넷으로 흡수 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합작한 POOQ(푹)이 OTT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최근 SK텔레콤이 POOQ 서비스와 제휴를 통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MBC, SBS 및 지상파 계열 케이블 채널까지도 제공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지상파의 OTT 플랫폼도 통신사의 플랫폼으로 흡수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B tv모바일’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보는 케이블TV나 IPTV와 유사한 수준의 실시간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한 언론학자는 “SK텔레콤이 지상파 방송사의 실시간 방송권을 가져오게 되면서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통신사의 플랫폼이 인터넷, 통신 등 결합상품 판매가 가능하고 CJ E&M 등 거대 케이블VOD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상파의 플랫폼에 비해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JTBC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9’은 주요 포털 사이트를 통해 동시 방송을 시작했다. ‘뉴스9’은 지난 21일부터 자사 홈페이지 외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을 통한 동시방송에 들어갔다.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하지만 주요 포털로 플랫폼을 이동하면서 시청자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 앵커로 나선 ‘뉴스9’은 JTBC 홈페이지를 통한 실시간 뉴스 접속자수가 개편 1주 전(3542건)에 비교해 다섯 배가량(개편5주 평균 1만4101건) 뛰어올랐다. 모바일 뉴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시청도 세 배 늘었다. 반면 TV 시청률은 1%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어 실제 체감보다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JTBC 관계자는 “더 다양한 경로로 시청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뉴스를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했다”며 “본 방송을 놓친 이들을 위해 오디오만 따로 들을 수 있는 뉴스 AOD(Audio On Demand) 다시듣기·다운로드 서비스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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