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SNS 가이드라인 시행…"금지 일변도" 우려

사측 "자유로운 활용 지침·기자들 참여한 상향식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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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가 SNS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지난달 24일자 사보에 소개했다. 그러나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SNS 활용을 제약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사보 캡처)  
 
조선일보가 소속 기자들이 준수해야 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지난달 23일 발표한 가운데 기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금지규정 때문에 오히려 SNS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조선의 가이드라인은 기본원칙과 권고사항 등 총 10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각 조항마다 SNS를 이용한 취재·보도시 유의사항, 정치적 중립, 논란 회피, 사내기밀 유포 금지, 상업적 활동 금지, 저작권·초상권 보호 등을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개인홈페이지, 블로그 등 기자들의 모든 소셜미디어 활동이 적용 대상이다.

가이드라인은 자유로운 SNS 활동을 대전제로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진다는 원칙을 세웠다. 보도 목적이든, 개인 목적이든 SNS 활동을 할 때는 ‘조선일보 기자’로 인식됨에 유의하고 SNS 공간에서는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심을 받지 않도록 했다. SNS 활동으로 기자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취재 및 보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SNS를 이용한 취재 및 보도는 사전에 부서장과 상의하고 취재 시 신분을 밝히고 목적을 명시하도록 했다.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가 명예훼손 소지가 있거나 당사자의 법적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SNS를 통해 전파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정파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특정 정치인에게 동조해 오해를 받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했다. SNS 활동으로 사회적 파문을 만들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권고했다. 사내기밀은 SNS에 올리지 않고 조선일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의 콘텐츠는 전파하지 말도록 했다. 상업행위, 사적이익 추구, 특정 상품이나 기업체 홍보 등 상업적 활동은 금지했다.

조선은 지난달 24일 발행된 사보에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며 “회사가 하향식으로 시달하는 형식이 아니라 기자들이 만듦으로써 ‘자율’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채택됐다”며 “자신의 책임 하에서 자유롭게 SNS를 이용하고 영향력을 넓히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들 일각에서는 회사의 의도와는 달리 가이드라인이 SNS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조선의 한 기자는 “가이드라인을 읽어보고는 솔직히 SNS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며 “가이드라인이 신경 쓰여서 하던 SNS도 못하겠다고 푸념하는 기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은 기본원칙 첫 항에 “기자는 SNS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제시한 것 외에는 “않는다”는 금지와 유의사항 일변도다.

상향식 제정인지도 기자들은 의문을 갖는다. 각 기별 대표와 부서 대표가 참가하긴 했지만 회사 측 주도로 논의가 흘러갔고 10여 일 만에 안이 확정돼 제대로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할 틈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 AP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그렇듯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며 “기자의 사적인 영역과 직업적 정보활동이 충돌하는 부분을 토론과 합의를 통해 상향식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외 언론 중에는 워싱턴포스와 로이터, CNN, AP, ABC 등이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언론 중에는 동아일보가 2009년 말 소셜미디어 이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MBC가 2010년 말, 중앙일보가 2011년 초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시행중이지만 소속 기자들의 인지 정도는 약하다.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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