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열을 모른다"…강력한 내적 유대감

MBC 파업 왜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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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파업이 한달을 맞았다. 파업 26일째인 지난 24일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집회 중인 모습. (뉴시스)  
 
MBC 파업이 5주차에 접어들면서 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27일까지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하며 고소·고발과 함께 징계 방침을 시사했으나 파업 참여 인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MBC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파업 시작 당시 573명이던 파업 참여 인원은 27일 기준으로 700명을 넘어섰다.

라디오본부의 최고참 PD 3명도 27일부터 프로그램 이외의 대체 근무 투입을 거부하고 나섰고 다음 주부터는 모든 비조합원 라디오 PD들이 대체 근무를 전면 거부하고 파업에 힘을 싣기로 했다. ‘해를 품은 달’, ‘무신’ 등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의 연출자들을 포함한 드라마 PD들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 전면 동참을 경고하고 나섰다.

주목할 것은 간부급 사원들의 파업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27일까지 보도국 보직부장 5명과 논설위원 3명이 보직을 사퇴했고 최일구, 김세용, 황외진 등 TV와 라디오의 간판 뉴스 앵커들도 보직을 사퇴한 뒤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 파업 시기에 보직부장들이 기명 성명을 낸 적은 있었지만 아예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지난 22일에는 20년차 이상의 간부급 사원 135명이 연명으로 성명을 내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압박했다. 파업을 준비 중인 YTN과 KBS 구성원들에게는 그저 부러운 광경이다.

“노조 중심 뭉치자” 의견 통일
이 같은 현상은 MBC노조의 역사와 독특한 조직문화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87년 노조가 출범한 뒤 25년간 축적된 방송 독립 투쟁의 경험과 역사가 지금의 MBC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직 노조위원장 출신의 모 부장은 “MBC는 노조가 만들어진 뒤 단 한 번도 분열된 적이 없다. 늘 단합된 모습이었다”면서 “그 때문에 내부적인 갈등이 다른 언론사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2년 전 39일간의 파업을 종료하며 노조 집행부가 위기에 내몰린 적도 있었지만 당시의 결론은 역시 ‘노조가 분열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번 파업을 앞두고도 부문별 조합원들 간의 온도차가 제법 컸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결국 파업 동력은 역대 최대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

임원들부터 평사원들에 이르기까지 노조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는 점도 응집력을 키웠다. MBC는 최문순 현 강원도지사의 사례처럼 노조위원장 출신이 사장이 되는 것이 ‘가능’한 언론사다. 현재 보직 간부들은 물론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 대부분이 과거 노조 조합원이었다. 한 부장 PD는 “방송이 권력에 억압받던 시절에 항거했던 젊은 노조원들이 지금은 중견급 이상 간부들이 된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사 26년차인 한 PD도 “지금의 보직자들 역시 과거에 조합원이었던 시절 같은 경험을 했다”면서 “김재철 사장도 92년 파업 당시 노조원으로서 파업특보를 돌렸다. 그걸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적 회사 문화가 무기
MBC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MBC 구성원들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자랑으로 여긴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공영방송론’에서 “(MBC는) 정치(국가)와 자본에서 유리돼 존속해온 전통에서 기인하는 자율성”이 강하다며 “MBC 조직은 인력구성상의 안정성으로 인하여 타방송사들에 비해 강한 내적 유대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MBC만의 조직문화가 김재철 사장 체제 들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MBC 구성원들은 김 사장 취임 이후 제작 자율성이 실종되고 의사소통 구조가 붕괴됐다고 토로한다. “‘MBC맨’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호소가 이어졌고, ‘무너진 MBC’를 재건해야 한다는 의지들이 모여 파업의 동력으로 나타났다.

실종됐던 제작 자율성과 창의성은 파업 문화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2010년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의 ‘지시형’ 투쟁이 아닌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형’ 투쟁의 가능성을 확인한 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파업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SNS, 팟캐스트,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와 장르를 활용해 조합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우리의 목표는 즐겁게, 끈질기게, 독하게 싸우는 것”이라며 “이렇게 즐겁게 싸우면 우리를 당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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