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언론장악…국민의 눈과 귀 멀게 해

[대한민국 리더 미디어톡] (2) 김두관 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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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에서 진보민주세력 당선되도록 최선
지역신문 지원 위해 국회·정부 모두 나서야
박근혜 의원 ,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부족해


“그때 선거를 앞두고 가난하고 힘들지만 영원한 언론인으로 남을 것인가, 정치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 볼 것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언론인의 길을 계속 걸을 생각은 없었냐는 물음에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1995년 6월 지방선거 이야기를 꺼냈다. 이 선거가 그에겐 중대한 갈림길이었다. 당시 그는 지역 주간신문인 남해신문 대표였다. 1990년 소외된 지역민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겠다는 생각으로 남해신문을 창간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나와 이웃들의 이야기’가 실리면서 남해군내 2가구 중 1가구가 구독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언론만으론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신문이 자리를 잡으면서 욕심도 생겼다. 마침 사상 첫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해군수에 출사표를 던졌다.
“남해신문을 하면서 한때 평생 언론인을 꿈꾸기도 했어요. 백악관의 할머니 출입기자나 리영희 교수처럼 말이죠. 그러나 언론인으로 남기엔 제 가슴이 너무 뜨거웠던 것 같아요. 신문을 하면서 본 갖가지 유착과 부조리를 직접 바로 잡겠다는 욕구가 강렬했던 것이죠.”
당시 민자당이 지배하던 경남에서 무소속 출마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의 의도도 “35% 정도 득표해서 다음 선거를 노리자”였는데 결과는 의외의 당선이었다. 그것도 전국 최연소 기초단체장으로 주목 받는 당선이었다.
언론인 김두관은 지역언론과 지역운동을 통해 다진 지지기반으로 정치인생의 서막을 이렇게 성공적으로 열었다. 김두관 도지사 인터뷰는 지난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있었다.


-‘기자’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기자는 누구입니까.
“기자는 언론의 자유를 지킨다는 소명의식과 자긍심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고 했죠. 국민들은 언론이 제공하는 기사와 방송이란 창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따라서 기자 개개인의 취재기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신중해야 하고 무엇보다 공정성, 진실성에 근거해야 합니다. 작년에 타계하신 리영희 선생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유신시절부터 진실을 전하고자 했던 치열한 삶과 언론인의 자세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표가 되고 있습니다.”

-젊을 때 월간지 외판원을 했다는 경력이 눈에 띄는데요.
“1985년 제대를 하고 서울민통련에서 하는 민족학교 1기에 입학을 했어요. 장기표, 김근태, 이부영, 임채정, 김태홍 이런 분들이 강의를 했죠. 서울에서 살려니까 생활방편이 필요해서 신동아 외판원을 했어요. 1986년 4월 청주집회에서 구속될 때까지 1년을 서울에서 살았는데 외판원이 생계수단이었죠. 1년 정기구독 1건을 받으면 2만원 정도가 떨어졌는데 한 달에 100만~120만원 정도를 번 것 같아요.”

-연고도 없고 쉽지 않았을 텐데 세일즈능력이 있으셨나 보군요.
“지리도 모르지 말은 사투리에다 서툴지 잘 안돼요. 서울역 앞 대우빌딩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엘리베이터 타고 32층까지 올라가서 사무실을 ‘치는’ 거예요. 바쁜데 왜 왔냐고 쫓겨나기도 하고, 고생한다고 앉아보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32층부터 쭉 내려왔어요. 영락없는 영업사원이었죠.”

-정치인과 기자는 ‘불가근불가원’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기자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십니까.
“정치인과 기자는 고유한 영역이 있어요.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은 상호견제하는 측면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타당합니다. 과거 정권에서 정치인과 기자는 지나치게 밀접하거나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고 그 결과 사회발전은 지연됐죠. 개인적인 친분은 별도로 하더라도 공적인 분야에서 정치인과 기자는 너무 친밀하거나 너무 멀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적정한 긴장관계, 즉 상호 견제하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신문이나 방송뉴스를 어느 정도 보나요.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태블릿PC로 뉴스를 보는 경우도 많은데 주로 어떤 방식으로 뉴스를 이용하십니까.
“도정을 수행하다 보면 신문과 방송 뉴스에 민감합니다. 주로 아침에 신문과 TV를 통해서 그날의 주요 이슈 등을 살핍니다. 집무실에 출근하면 신문스크랩을 살펴서 도정에 관한 기사를 관심 있게 봅니다. 인터넷도 자주 이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SNS가 정치인과 국민의 소통창구로 떠올랐습니다. 평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어떻게 활용 하시나요.
“도민과의 소통창구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편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데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편리한 도구입니다. 현재 트위터 3만7000여명, 페이스북 4800여명과 소통합니다. 도지사 업무로 바쁘다보니 예전만큼은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다면 가장 필요한 언론정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민주주의의 전제는 여론의 다양성입니다. 국민은 언론이라는 창을 통해서 국정을 보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언론은 특정 집단의 이익 대변자가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합니다.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언론과 방송을 지배하려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제도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지역언론이 건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과 제도도 절실합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특히 사이버 공간상의 의사표현은 적극 장려하고 권장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언론특보 출신들이 주요 언론사와 언론기관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언론계가 시끄러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론자유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이며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대통령은 정치적인 중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사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특보들을 공영방송 등의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언론의 비판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우리사회가 독선과 일방통행, 갈등, 분열로 가는 것은 이런 언론사 수장 임명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편 및 보도채널 5개가 개국했습니다. 언론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종편의 근거가 되는 미디어법은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제정돼 처음부터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언론시장에서 보수 정치권력과 족벌언론이 동맹을 구축하여 여론을 왜곡할 위험성이 큽니다.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노동자, 농민 등 99%의 목소리가 축소될 것입니다. 광고 직거래 등 갖가지 특혜에 힘입어 광고시장의 포식자로 군림하면서 영세한 중소 지역신문이나 지역방송의 생존 자체를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역언론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방자치 성숙과 국가균형발전이 가능할지 염려 됩니다.”

-대통령에 따라 국정홍보처(옛 공보처)의 활용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폐지했는데 부활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국가기관이 국정을 홍보하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으로, 국정홍보처는 그 필요성이 큽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했다’는 이유로 국정홍보처를 폐지하고 참여정부에서 시도한 언론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결과는 소통 부재와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나타나 네티즌들의 비판과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국정홍보처 폐지는 잘못된 정책의 결과입니다. 국정홍보처는 그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부활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경남도가 지자체 중에서 처음으로 지역신문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종편의 피해는 지역언론부터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역언론 회생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경남도는 지역신문발전지원조례를 만들어서 약소하나마 지원합니다. 전국에 228개의 시군구가 있습니다. 작은 시군에는 지역의 문화나 정체성을 복원하는 게 힘들고 지역의 현안을 이슈로 만들기도 힘들어요. 이런 지역의 조건에 맞추어서 발전전략을 세우는 데 지역신문의 역할이 아주 크지요. 그래서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지역신문이 건강하게 크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중앙언론의 과도한 집중과 족벌언론의 폐해는 막고 지역언론을 지원하는 노력을 국회와 정부, 지방정부가 자기 일처럼 해야 합니다.”



   
 
   
 
-농민회 활동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강사로 초청해 처음 만났다고 하던데 첫 인상이 어땠나요.

“두 번 정도 초청해 강연을 들었어요. 시골 머슴 같이 강단 있는 사람이라는 게 첫 인상이었습니다. 당시에 청문회 스타였으니까 얼굴은 알고 있었죠. 그런데 국회의원 같지 않고 투박한 촌사람 같았어요. 머리도 안 다듬고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강의도 재미있게 하고 해서 저런 분이 정치도 잘하겠다 생각했어요. 또 한편으로 워낙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니까 과연 한국 사회에서 통할까 하는 우려도 됐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언론관이 비슷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혹시 두 분이 언론관에 대해 소통하신 적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게 노 전 대통령께서 해수부장관 하실 때입니다. 저는 남해군수였죠. 큰 예산 때문에 장관실로 찾아갔는데 예산은 금방 사인을 해주시고 언론이야기를 계속 하셨어요. 내가 남해에서 기자실 폐쇄하고 했던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10분 예정이었는데 이야기가 1시간 넘게 이어졌어요. 다 들으시고는 “김 군수는 그렇게 잘 싸웠지만 저는 좀 욕심이 있어서 못 싸워요. 언론과 친해야 합니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저보다 더 싸웁디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을 시행해서 언론과 마찰이 많았습니다. 문재인 이사장도 지금 생각해보니 적절치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시에 저는 고향에 내려가 있어서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이 어떻게 시행됐는지 파악을 못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모르겠는데 언론과 정부의 관계는 견제와 감시잖아요. 언론이 지금처럼 앞 다투어 정부가 하는 일을 감싸는 것은 언론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는 일입니다. 정부와 언론은 유착해서도 안 되고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편이나 미디어렙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 김두관의 대선 경쟁력을 높게 보는 흐름이 있습니다. 지역기반, 국정운영 경험, 세대교체 명분 등 상당한 비교우위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가끔 그런 이야기도 듣고 기사도 보는데 아마 이런 것 같습니다. 제가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상도 전체에서 야권 시도지사로는 처음 당선된 점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나중에 큰 것 하려고 이장부터 했겠습니까만 이장부터 장관, 도지사까지 정치이력도 특이합니다. 또 지역주의에 맞서 싸웠고,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길을 걸어와서 제가 가진 역량보다 높이 평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아직까지 선거에서 지역변수가 크기 때문에 영남에서 한나라당을 깨뜨릴 수 있는 후보가 주목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뿐 아니라 안철수, 조국, 박원순, 김정길까지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내년 총선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실 것입니까.
“공직에 있다 보니 제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요. 합법적 범위 안에서 부산, 울산, 경남에서 통합진보당까지 포함해서 민주진보진영의 후보들이 국회에 진출해 PK에서 한나라당 독점구조를 깨는데 할 일을 다하겠습니다. 독점구조가 깨지고 정치세력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지역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입니다. 이전 10년의 대북포용정책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남북관계 정상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이명박 정부 들어 천안함 국면이나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값비싼 분단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북교류와 경협은 긴장을 완화시켜 전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남측은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전쟁의 위험 없이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독일의 통일과정을 보면 남북간의 교류를 활성화해서 북한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것이 결국에는 통일비용을 줄이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는 풍부한 노동력, 지하자원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맞닿아 있습니다. 북한을 열고, 대륙으로 진출한다면 우리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비록 체제와 정치이념은 다르지만 활발한 경제협력과 교류를 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정치지도자로서 박근혜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가 집권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박근혜 의원에 대해서는 사실 잘 알지 못합니다. 이것은 지도자로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해야 하는 각종 정치적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의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정권을 잡았을 때를 예단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날 생존권을 위한 극한 분쟁이 발생했던 용산 참사나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정부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박 의원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을 볼 때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안철수 원장의 이후 행보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젊은 세대는 기성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문화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고 안철수 교수는 그만의 소통능력으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치적인 자질이 뛰어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권의 유력주자인 박근혜 의원에게 뒤지지 않은 지지율로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소 기자들을 접하면서 이것만은 개선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저 자신 청년시절 남해신문을 창간해 기자와 발행인 등 언론에 종사했고, 남해군수로 재직하면서 언론과의 관계 등을 새롭게 했습니다. 당시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공론의 장을 만들고 군정 시책으로 반영시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 언론은 많이 투명해졌고 기자들이 취재원을 대하는 자세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러나 기자로서 소명의식에는 좀 더 분발을 촉구하고 싶습니다.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라고 할 때 그것은 깨어있는 양심입니다. 특히 이 사회에서 덜 가진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더 많이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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