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다르지만 같은 인격체

[한국기자협회·국가인권위원회 공동기획]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인권보도가 만든다 <2> 성평등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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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나 속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언론보도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언론이 앞장서 인식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홍성담씨가 그린 인권포스터.  
 
미망인·여교사·여고생 등 습관처럼 사용
언론이 앞장서 국민 인식변화 주도해야


“남성들이 기를 펴고 사는 그날까지 ‘남보원’이여 영원하라”. 지난해 9월 KBS ‘개그콘서트’(개콘)의 인기 코너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가 종영하면서 마지막까지 외친 구호였다. 그러나 ‘남보원’은 ‘개콘’이기에 가능한, 말 그대로 개그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 격차지수(GGI, Gender Gap Index)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34개국 가운데 104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정치, 교육, 고용, 보건 4개 분야에서 남녀간 불평등 상황을 계량화한 지표다. 또 2009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여성권한 척도는 조사대상 109개국 중 우리나라가 61위다. 여성의 능력개발 기회나 사회적 진출은 활발해졌지만 여전히 남성에 비해 차별받고 불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제도 개선과 함께 국민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언론의 ‘성평등 보도’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망인’과 ‘여교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05년 초등학교 출석부 번호에서 남학생에게 앞 번호를 부여한 후 여학생에게 나머지 뒷번호를 부여한 것은 성차별이라고 결정하여 시정 권고했다. 이 관행이 어린 시절부터 남성이 여성보다 우선한다는 차별적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할 수 있고, 남학생에게는 적극적인 자세를, 여학생에게는 소극적인 자세를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인권위의 판단이었다. 남성중심적인 사고와 관행이 낳은 대표적인 차별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성차별적 인식에서 여성에게만 사용하는 표현은 무엇이 있을까?

“…미망인인 고일신 여사가 비에 헌화하고 있다.”<농민문학가 이무영 기리는 무영제 열려>(연합뉴스, 2011.4.20)
“출근했다가 집에 못 돌아왔으니 꼭 집에 들렀다 가야 한다는 미망인의 뜻에 따라…”<운구가 떠난 지 3시간 후에 도착한 편지에 두 번 운 경찰관들>(조선일보, 2011.4.7)


미망인은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인데 여성에게만 쓴다. 남성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차별적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표현이다. 미혼모, 복부인도 남성을 지칭하는 명칭이 없는 성차별적 표현이다.

<“술집서 알바 사실 왜 알렸나” 술 먹고 여교사·학생에 폭력>(세계일보 2011.4.20)
<술 취한 여고생, 학교에서 여학생·여교사 폭행>(동아일보 2011.4.20)




   
 
  ▲ 안병학씨가 그린 인권포스터.  
 
직업 앞에 불필요하게 ‘여성’, ‘여’자를 접두어로 사용한 것도 남성을 기준으로 여성은 예외라는 생각이 만들어낸 성차별적 표현이다. 예컨대 고등학교에서 교내폭력문제로 교사의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서 남교사와 남학생은 교사와 학생이라고 하면서 여교사와 여학생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검찰이 첫 전문검사를 3인 임용했고 이들 모두 여성이었다. 언론은 이에 대해서 ‘검찰 첫 전문 여검사 3총사 탄생’(세계일보 2011.2.20), ‘첫 전문검사에 ‘여검사 삼총사’’(중앙일보 2011.2.28)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밖에도 여성정치인, 여성경찰, 여행원, 여대생, 여승무원, 여고생, 여성감독 등도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꼭 성별을 밝히지 않으면 기사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거나 앞뒤 맥락을 볼 때 특별히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에만 여성임을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꿀벅지’와 ‘베이글녀’
사람의 성적, 신체적 특성을 과도하게 강조하여 성적 대상화하는 선정적인 표현도 성차별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여성은 외모로 승부한다는 이데올로기를 대전제로 하여 여성들의 일상적인 몸매관리를 강조하는 극단적인 성차별이다.

<유이, 쇼핑 포착 ‘원조 꿀벅지+글래머스 라인’ 명동시내 들썩>(서울신문 2011.4.25)
<애프터스쿨 유이, ‘원조’ 꿀벅지 드러낸 티저 공개>(한국일보 2011.4.20)


그룹 애프터스쿨 유이에게 ‘꿀벅지’라는 신조어가 생겨나자 성차별적 표현이라는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이 관련 보도에서 여전히 ‘꿀벅지’ 강조 일색이다.
얼굴이 베이비(BABY)처럼 동안이면서 몸은 글래머인 사람을 지칭한다는 ‘베이글녀’도 최근 자주 사용되고 있다. ‘쭉쭉빵빵’, ‘S라인’ 등도 유사한 경우다.

‘내조외교’와 ‘장보기’
통상 차별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성차별도 성별과 성역할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이 그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여성은 연약함, 남성은 강함’, ‘여성은 외모, 남성은 능력’, ‘여성은 수동, 남성은 능동’, ‘여성은 가정, 남성은 직장’, ‘여성은 사적, 남성은 공적’ 등 개인의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이분법적 구분이 대표적이다. ‘출가외인’, ‘집사람’, ‘안사람’ 등의 표현도 성역할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이 담긴 표현이다.

<김여사,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내조외교’>(연합, 2011.3.14)
<‘내조외교’에 나선 퍼스트 레이디들!>(YTN, 2010.11.12)


내조는 가부장제에서 아내가 남편의 보조자, 지원자로서 남편을 돕는 역할을 표현한 단어다. 남편이 주체이고 부인은 보조자다. 외교무대에서 대통령 부인의 공식적이고 독자적인 활동을 ‘내조외교’라고 표현했다. 여성의 역할을 보조적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은연중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물가에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 많으시죠”<장보기가 겁나요>(KBS1 뉴스9, 2010.10.5)
“요즘 장보러 나온 주부들은 너무 뛴 물가 때문에…”<생활물가 상승 2년새 최고>(SBS 8시뉴스>(2010.10.7)
<창업으로 ‘이모작’>(MBC 뉴스데스크, 2010.10.2 일하는 노년의 사례자가 전부 남성노인만으로 구성)


가사노동이 여성의 전유물이고, 경제활동은 남성들만의 일이라는 표현하는 것도 성역할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을 드러낸 보도라는 지적이다.

남성 비하도 문제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역할이나 정체성에 대한 이중잣대도 성차별적 사고가 반영된 결과다. ‘여성 정치인은 슈트를 좋아해 서혜림 vs 박근혜…‘드라마 속 vs 현실’의 여성 정치인 패션’(한국일보 2010.12.13)은 당시 TV에 방영중인 드라마의 여성대통령(고현정 분)과 여성정치인 박근혜의 옷차림을 비교하는 보도다. 남성대통령이나 정치인 관련한 드라마가 많았지만 현실 남성정치인의 옷차림을 분석한 보도는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한 수 아래라는 식의 언론보도도 있다. ‘국회 여성대변인의 명암’(아시아투데이, 2011.1.21)은 각 정당에 여성대변인 대세라는 내용의 보도에서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여성 대변인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싣고 있다.

“(중략)또 여성 대변인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국회의장과 홍사덕 의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유종필 국회 도서관장 등은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당대 ‘명 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최근엔 명 대변인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를 두고 “능력보단 외모 위주로 여성 대변인을 임명하는 경우가 있어 대변인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진단도 있다.”

언론 보도에서 성차별적 표현이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예컨대 남성의 고정관념적 속성을 강조한 ‘능글능글한’, ‘졸렬한’ ‘무뚝뚝’ 등이나 ‘제비족’, ‘마마보이’ 등 남성비하적인 표현도 있다. 여성차별적인 사례에 비교하면 소수지만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결국 양성 모두에게 평등한 보도가 해법이다.

<공동취재팀>
김성후 기자협회보 기자 kshoo@journalist.or.kr
박광우 국가인권위 홍보협력과 사무관 pkw@nhrc.go.kr
김언경 방송독립포럼 사무국장 true4731@naver.com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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