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600억원 흑자 '전전긍긍'

수신료 인상 걸림돌 우려…연말 밀어내기 예산 집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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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년 만의 적자탈출’을 시작으로 매달 보도자료를 통해 흑자를 강조했던 KBS가 11월 이후 이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적자로 돌아섰다기보다는 흑자가 너무 많이 났기 때문이다. 올해 가결산 결과 600억~700억원의 흑자를 낸 KBS는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년 수신료 인상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해서다. 흑자가 나는데 굳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냐는 여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주 사장 시절인 2007년 수신료 인상 무산의 한 원인이 적자였다면 이제는 정반대로 흑자가 문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방만 경영의 오명을 씻으려고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 KBS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KBS 한 PD는 “경영 흑자는 전임 이병순 사장이 연임을 위해 ‘너무 쥐어짠다’는 불만이 터져나올 정도로 제작비를 줄이는 등 예산 집행을 미뤘기 때문”이라며 “전임 사장의 후광효과에 신임 사장이 허우적거리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내년 5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KBS는 최근 노조와 임금 협상에서 임금 삭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노조 관계자는 “유례없는 흑자달성에 성과급 지급을 바라는 조합원들이 많은데, 오히려 임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며 “사측은 수신료부터 인상하고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말에 밀어내기 예산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 구성원들은 최근 예산 집행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늘어났다고 말한다. KBS 한 기자는 “해외 취재가 늘고, 화장실을 뜯어 고치는 등 갑작스럽게 돈이 돌고 있다”며 “구청이 연말 남은 예산을 보도블록 교체에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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