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취재를 '스토킹'으로… 성찰없는 왜곡몰이 유감"
기협 세계일보지회 "사적소송 아닌, 언론자유 침해하는 공직자 행위"
이태원 참사 유족들도 '2차가해 유발 소송 즉각 취하하라' 규탄 성명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모욕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언론 보도로 인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세계일보 소속 A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시민단체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일보 기자들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김 의원이 특정 기자와 언론사를 겨냥해 제기한 소송은 언론의 공익적 역할을 위축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 지회는 1일 성명을 내고 김 의원의 소송이 “정당한 취재·보도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 소송이자,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러한 김미나 시의원의 행동에 대한 소속 정당 국민의힘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10월 자신의 ‘이태원 참사 막말’ 논란을 최초 보도한 기자를 명예훼손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A 기자와 세계일보에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징역 3개월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또한 9월에는 유족 150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억 4330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2022년 11월과 12월 자신의 SNS에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민주당, 화물연대 등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시체팔이 족속들’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유족들을 특정한 모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찰 역시 해당 표현이 유족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 불기소 처분했다.
김 의원 측은 A 기자가 “이 표현이 민주당을 향한 비판이었음에도, 이태원 유가족을 향했던 것처럼 곡해하며 반복적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 지회는 “정당한 취재 활동을 ‘스토킹’으로 규정하는 김 의원의 인식에 아연함을 금치 못한다”며 “자사 기자의 취재는 공직자인 김미나 시의원의 막말 경위와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통상적인 사실 확인 과정이었다. 전화와 문자 질의를 통해 반론을 요청한 것은 기본적인 취재 관행일 뿐, 상식적으로 ‘스토킹’으로 볼 수 있는 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없이 형사 고소 절차에 돌입하고 억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을 두고도 “소송 비용과 심리적 부담을 이용해 기자와 언론사를 위축시키려는 전형적인 전략적 봉쇄 소송(SLAPP)이라고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세계일보 지회는 “시의원으로 공인에 해당하는 그가 발언의 책임을 성찰하기보다 이를 보도한 언론과 기자를 ‘왜곡 보도’로 몰고 가고 있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 사안을 한 개인의 사적 소송이 아닌, 언론자유를 침해하려 드는 공직자의 행위로 간주하며 심히 규탄한다”고 했다.
“후안무치한 기자 상대 입막음 고소·소송, 즉각 취하해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역시 2일 성명을 내고 “기자와 언론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모든 법적 절차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김 의원이 특정 기자와 언론사를 겨냥해 제기한 소송이 언론의 공익적 역할을 위축시키고,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훼손하는 또 다른 형태의 2차 가해라는 것이다.
이들은 “유가족에게 언론 보도는 단순한 기사가 아니라, 왜곡과 망각 속에서도 기억과 애도를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통로였다”면서 “(김 의원의 소송은) 참사의 진실을 알리려는 유가족의 노력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유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하자마자, 곧바로 언론을 상대로 고액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본래 유가족에게 책임지고 배상해야 할 몫을 언론에 돌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책임을 성찰하고 바로잡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사회와 언론에 전가하며 표적 소송을 이어가는 이러한 태도는 공인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문제적 태도”라고 직격했다.
유가족협의회는 김 의원의 SNS 게시글에 대해서도 “형사 처벌에서 벗어났을 뿐, 내용 자체는 10·29 이태원 참사를 조롱하고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삼는 재난참사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와 그들을 지지해 온 시민·정당을 향한 혐오표현이 법률상 모욕죄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해서 사회적·윤리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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