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 '그냥 광고'보다 '기사형 광고' 더 안 믿어

언론재단 조사, 10명 중 9명 기사형 광고 경험…"소비자 보호·언론 신뢰 위해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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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형 광고. 말 그대로 기사의 형식을 빌린 광고란 뜻이다. 본질은 광고주로부터 비용을 지불받아 게재되는 광고이지만 기사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자칫 기사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이 늘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연합뉴스는 지난 2021년 이 같은 기사형 광고를 뉴스인 양 포털에 전송해온 사실이 드러나 32일간 포털 노출이 중단되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비단 연합뉴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형식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사인지 광고인지 알 수 없는 콘텐츠들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실제로 미디어 이용자들도 10명 중 9명(88.9%)이 기사형 광고를 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기사형 광고에 대한 일반 이용자들의 경험과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89명이 기사형 광고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34.4%는 ‘거의 매일’, 39.5%는 ‘2~3일에 한 번’ 접한다고 답해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형 광고에 대한 인식 조사’

기사를 읽으면서 기사인지 광고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응답자 10명 중 7명(70.6%)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그 이유를 중복 선택하도록 했더니, 편집방식 및 내용배치가 기사와 비슷해서(55.3%)가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으로 ‘광고’, ‘AD’ 등의 표시가 없거나 눈에 띄지 않아서(50.9%), 내용 중간이나 끝에 ‘○○기자’와 같이 기자를 연상시키는 표시가 있어서(34.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명확한 편집상의 구분이나 ‘광고’ 표식이 없으면 이용자들이 기사형 광고를 기사로 오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형식을 떠나 내용을 보고 광고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기사(기사형 광고)를 읽으면서 또는 읽고 난 뒤 최종적으로 광고로 판단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86.9%)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더니(중복 선택) 기사형 광고의 내용이 특정 제품이나 회사를 홍보하는 것 같아서(77.2%)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광고 표식의 여부를 떠나 뉴스 이용자들이 기사형 광고의 ‘내용’을 보고 기사인지 광고인지 판단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럼 이용자들은 이런 기사형 광고가 문제라고 생각할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1000명 중 4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953명을 대상으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더니(중복 선택)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왜곡해서’(84.2%)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소비자/독자를 기만해서’(73.2%), ‘언론의 신뢰도를 하락시켜서’(73.1%)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결국 소비자 보호와 언론 신뢰도 하락 방지를 위해 기사형 광고에 대한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사형 광고에 ‘광고’ 표시 의무화 96.4%가 “동의”

광고주로서도 기사형 광고를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을 듯하다. 일반 광고와 기사형 광고의 내용에 대해 이용자들이 신뢰성, 객관성, 중립성, 정보성 차원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아보니 전반적으로 기사형 광고를 일반 광고보다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사형 광고를 접했을 때 이를 읽는다고 한 응답자도 5명 중 1명(21.6%)에 불과했다. 반대로 5명 중 4명(78.4%)은 기사형 광고를 읽지 않는 편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중복 선택) 그냥 광고라서(63.8%), 나를 속이는 것 같아서(56.4%) 등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형 광고에 대한 인식 조사’

기사형 광고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의 하나로 ‘광고’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방안에 동의(96.4%)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 비율이 53.8%에 달했다. 기사형 광고 관련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88.1%(반드시 필요하다 26.1%, 필요한 편이다 62.0%)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설문 대상은 설문조사 전문업체 한국리서치의 패널에서 성별, 연령대 및 거주지역을 기준으로 할당해 모집했으며, 조사 기간은 지난해 11월10일부터 16일까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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