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입점 지역신문, 지역 뉴스 노출에 소극적"

박준규 헤경 기자, 석사 논문에서 '지역신문 포털뉴스의 지역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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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 미디어 AP신문에 따르면 네이버와 뉴스 제휴를 맺은 언론 매체는 961개라고 한다(2022년 12월20일 기준). 대부분은 포털 내 검색 결과로 뉴스 콘텐츠가 노출되는 일반 검색 제휴다. 또 이 중 상당수는 뉴스스탠드 제휴이고, 최상위 제휴 형태인 콘텐츠 제휴(CP) 계약을 맺은 언론사는 84개사에 불과하다(1월 기준). CP사인 매체만이 네이버에 뉴스 편집판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뉴스를 편집·관리하고 그에 따른 광고 수익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2019년 8월까지만 해도 네이버 모바일에선 지역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뉴스를 볼 수 없었다. 네이버는 그해 4월 언론사 편집판 중심으로 모바일 뉴스 서비스를 개편했는데, 당시 입점한 44개 CP사 중 지역 언론은 한 곳도 없었다. 당장 ‘지역언론 차별·배제’란 비판 여론이 일었고, 언론·시민단체들은 네이버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방 의회들도 잇따라 네이버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역신문 모바일 네이버 입점 만 3년

결국 그해 9월, 네이버는 컴퓨터(PC)상 CP사 지위만 인정됐던 강원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등 지역신문 3곳과도 모바일 뉴스판 입점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2021년 네이버·카카오 입점 심사를 담당하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지역 언론사만을 대상으로 특별 입점 심사를 진행해 9개 권역 별로 각 1개씩의 지역 매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지역언론의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특별심사를 거쳐 지난해 1월 8개 지역 매체가 입점했고, 10월엔 경기일보가 추가로 선정되면서 네이버에 뉴스를 직접 공급하는 지역언론은 12개로 늘었다.

2019년 8월까지만 해도 네이버 모바일에서 전혀 볼 수 없던 지역언론사의 뉴스페이지. 올 1월 기준으로 12개까지 늘었다.

그렇게 해서 네이버를 통해 지역의 이야기, 지역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지게 됐을까. 네이버에 입점한 지역 매체들은 지역성과 지역언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을까. 박준규 헤럴드경제 기자가 최근 쓴 석사 학위 논문 ‘지역신문 포털뉴스의 지역성’은 바로 이 “네이버라는 뉴스 생태계에 편입된 지역매체들이 지역성을 반영한 기사를 얼마나 노출하고 있는지”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박 기자는 연구 시점 기준 네이버와 CP 제휴를 맺은 지 1년이 지난 강원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등 지역신문 3곳을 대상으로 해당 언론사 네이버 페이지의 주요 뉴스 목록에 오른 기사들을 수집해 ‘뉴스의 주제’, ‘뉴스 내용의 출처’, ‘지역성 수준’ 등을 분석했다. 지난해 7월26일~8월8일 2주 동안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수집한 468개의 기사(중복·삭제 기사 제외)가 분석대상이다.

정치·사회 뉴스가 85% 이상…“PV 올리는 역할”

먼저 뉴스의 주제를 분석한 결과, 정치 뉴스가 206건(44.0%)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부문 기사가 194건(41.5%)으로 뒤를 이었다. 지역신문이 노출한 주요 뉴스의 85% 이상이 정치·사회 주제에 치중돼 있던 것이다. 경제는 37건(7.9%)에 그쳤고, 국제 16건(3.4%), 생활/문화 9건(1.9%), 오피니언/사설/칼럼 4건(0.9%), IT/과학 2건(0.4%) 등이었다.

박 기자는 뉴스 분석과 별개로 지역신문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기자 5명과 심층 인터뷰를 했는데, 그중 온라인팀에서 일하는 한 기자(기자E)는 정치·사회 뉴스 쏠림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포털뉴스 구조에서는 쟁점화가 중요한 잣대인 것 같다. 사람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내용의 정치, 사회 뉴스가 분명히 PV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쟁점의 포인트가 적은 생활, 과학 같은 기사들보다는 정치, 사회 기사를 메인에 걸 유인이 크다.”

네이버 언론사 페이지에 들어가면 상단에 뜨는 6건의 기사가 해당 언론사에서 주요 뉴스로 내세운 것들이다.(현재는 주요 뉴스의 개수를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네이버 주요 뉴스는 신문 1면과 비슷한 의미로 해석된다. 사진은 30일 오전 11시50분쯤 부산일보, 매일신문, 강원일보(위부터)의 주요뉴스를 편집한 것.

뉴스 내용의 출처 분석에선 직접취재 뉴스가 286건(61.1%)으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된 뉴스는 79건(16.9%), 보도자료 등을 받아쓴 기사는 51건(10.9%) 등이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지역신문들이 자체 취재한 뉴스를 중심으로 포털 주요 뉴스 목록을 구성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통신사 등의 보도나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내보내는 것이 국내 언론사 사이에는 암묵적인 관행처럼 돼 있”고, 이런 기사들이 ‘직접취재’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신문 디지털국 팀장인 기자B는 이와 관련해 “이슈팀이 주요 이슈, 속보를 먼저 처리하는데 그게 결국 연합뉴스 등 통신이 올린 기사를 재가공하는 일이다. 명확한 가이드는 없는데 통신사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일단 그렇게 처리를 하면 나중에 해당 부서의 담당기자가 후속 기사를 작성해 추가로 올린다”고 설명했다.

4건 중 3건은 지역성 무관한 뉴스

이어 3개 지역신문이 포털에 내보낸 기사의 지역성 수준을 확인했더니, 지역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비(非)지역기사가 전체의 76.9%(360건)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는 내용, 지역과 무관한 보편적 내용을 다룬 뉴스들”이다. 온전하게 해당 지역의 내용을 담은 기사(지역기사)는 76건(16.2%)이었다. 중앙·전국적 사안을 다루면서 해당 지역과의 직간접적인 연결성을 포함한 기사(전국-지역기사)는 20건(4.3%)이었고 지역의 내용을 다루면서 중앙·전국·타지역과의 연결성을 드러낸 기사(지역-전국기사)는 12건(2.6%)에 그쳤다.

또한, 기사의 주제와 지역성 여부 간 교차분석을 했더니, 지역성을 내포한 기사는 대체로 해당 지역 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기사에 집중됐고, 비지역기사는 대부분 중앙정치와 연관된 정치 뉴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기사는 대부분 직접 취재한 것이었으나, 비지역기사는 뉴스 출처를 소셜미디어나 타사 뉴스에 상당히 의존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지역성은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며 생존의 보루”다. 심층인터뷰에 참여한 지역신문 기자들도 그 당위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털 세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지역신문 디지털국 소속인 기자C는 “우리 신문사는 포털을 중앙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처럼 활용한다”고 했고, 기자E는 “경영진은 네이버에서의 조회수, 구독자 같은 숫자를 대단한 ‘트로피’로 여기는데 오프라인에서 그렇게 강조하던 지역정론지로서의 가치 같은 구호들이 포털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게 우습긴 하다”고 말했다.

'지역신문 포털뉴스의 지역성' 논문 중.

이 논문은 특정 기간, 특정 지역신문들이 네이버 언론사 페이지에서 주요 뉴스로 편집해 노출한 기사들을 분석한 것이다. 따라서 “네이버에 입점한 지역신문들이 지역과 관련한 기사를 노출하는데 소극적”이라는 분석결과가 곧 “지역매체들이 지역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직결되진 않는다.” 많은 지역신문이 다양한 지역밀착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지역민은 물론 전체 언론계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가 포털뉴스 환경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소극적으로 다뤄진다는 점이다.”

포털선 사라지는 ‘지역성’…“뉴스 유통·수익구조 개선해야”

따라서 박 기자는 “네이버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지역매체들이 지역성을 반영한 기사를 적극적으로 노출할 수 있도록 수익모델을 고도화하는 등 전반적인 뉴스서비스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지역성을 추구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딜레마를 해소하려면 우선 지역매체들에 적용되는 광고수익 배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매체들이 지역성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보강한다면 포털뉴스에서도 수용자들이 다양한 지역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포털뉴스의 내용적 다양성을 높이는 기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중앙매체에서 일하는” 박 기자는 “2021년 기획취재팀에 있으면서 지역신문들이 아주 탁월한 기획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됐지만, 그런 기사들이 포털에선 좀처럼 잘 드러나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지역매체에 관심을 둔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논문이 “여러 매체 중에서 초기에 CP사가 된 3개 신문사만 대상으로 삼았고, 분석 대상 기사수도 부족했다”고 스스로 한계를 짚으면서도 “제평위의 특별심사 이후에 지역언론계에서 포털 입점이 굉장한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서 포털에서의 지역매체의 지역성을 탐구해 본 것은 작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포털 진입 관문이 열린 것도 중요하지만, 포털이란 환경에서 지역매체의 저널리즘이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언론계의 관심이 더 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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