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중단하고 더 많은 토론해야"

5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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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중단하고 더 많은 논쟁과 토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이 주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 토론회에선 정당과 학계 및 언론현업단체, 시민사회단체 토론자들이 참여해 상호 입장을 밝히고 향후 입법 방향을 논의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기존에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16개 법률안을 통합, 수정한 것으로 △언론보도 손해배상 기준액 한도 설정 △언론의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청구 △기사 열람차단청구권 신설 △정정보도 크기·분량 규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 안으로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5일 토론회에 참여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 법이 변화된 언론 환경 속에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승원 의원은 “언론 보도로 피해를 본 분들이 변호사 비용도 안 나오는 손해배상액을 보고 언론사와 싸우는 걸 체념하고 있기 때문에 보도 경위나 피해 정도, 언론사의 매출액을 고려해 피해배상을 현실화하자는 취지”라며 “1년에 수십만 건의 보도가 나오는데 그 중에 4000건 정도가 언론중재위로 가고, 그 중에서도 회복할 수 없는 인격권·초상권 침해를 당한 분들에 이 법이 적용될 거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대다수가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의 주최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 토론회가 열렸다. (뉴시스)

다만 여러 전문가들은 이 법에 우려를 나타내며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동자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언론에 혐오에 가까운 불신을 표시하고 계신 시민들의 정서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실제로 많은 문제를 언론이 안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근본적으로 취재 환경과 작업 환경이 변해버렸는데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 허위조작정보의 유통량이 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속은 후련할지 몰라도 언론의 문제는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입법 목적처럼 가짜뉴스의 생산지를 차단하고 피해자 보상이 강화되는 데서 법의 효용이 끝나면 왜 반대하겠나. 문제는 이 법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시민을 대변하는 양심적 언론 활동도 제약할 것”이라며 “사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개혁 과제들이 굉장히 많은데 민주당이 이 법안 처리를 서두르니 무엇이 급한가, 누구를 보호하려 하는가 이런 질문이 자꾸 나오고 있다. 이 의심을 민주당이 먼저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고 결론적으로 법안 처리를 중단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 남발될 것"…명확성 및 과잉금지원칙 위반 지적도

전문가들은 법 조항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의 고의와 중과실을 추정하고 언론사가 스스로 부존재를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피해자가 피고의 고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은 민사법의 대원칙이다. 이러한 대원칙을 거슬러 합리적 이유 없이 불명확하고 상당성이 결여된 기준으로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전환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부당하고, 손해배상청구의 남소를 유발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입법자들이 가정하고 있는 악의적 허위보도가 명백하다면 이미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 헌법재판소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위헌이 아니라고 선고했고, 법원도 요건에 부합할 경우 기사삭제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와 법원의 손해배상액 산정기준 등에 의해 언론의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개정안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위헌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허위는 중과실의 요건이 될 수 없고, 완전한 정보를 구현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며 “보도 자료를 받아써도 보도 자료를 쓴 사람이 정보를 왜곡하면 검증이 불가능하듯 (기사도) 항상 불완전하고 추후 진위가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허위를 요건으로 넣으면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또 언론중재법에 현재와 같은 징벌 규정은 법체계상 부합하지 않는다며 체계정합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5일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 토론회에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김승원 의원은 이 법이 ‘가짜뉴스’에만 민형사상 책임을 지운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사실보도에 대해 누가 뭐라 하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되고, 또 고의나 중과실이 없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대해선 악의까지 갖고 있어서 정말 모해할 목적으로 보도하는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3단계 안전장치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고, 국민과 언론사간 힘의 균형을 맞추자는 게 이 법의 취지”라고 말했다. 

"쟁점들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숙의 필요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좀 더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선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쳤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여러 법안을 종합한 이번 개정안에 대해선 숙의를 거칠 시간이 없었다”며 “아무리 선의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법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졌기에 의도했던 방향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여지가 있다.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킴으로써 국민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지,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선 교수도 “쟁점들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숙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더 좋은 정보를 공급할 수 있도록 언론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언론과 입법자, 일반 국민 모두에게 부여돼 있다. 그렇더라도 입법자들은 꼭 필요하고 적절한 입법안을 제안해야 하고, 설령 의견이 많이 다르고 성에 차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 언론매체와 시민의 여론이 공동체에 해로운 이물질을 걸러내는 핵심 깔대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2002년부터 언론보도 피해자를 돕는 활동을 하면서 이 법안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묻고, 피해자들의 피해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기사 열람차단청구권이나 고의·중과실 추정 기준 등을 보면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 헌법상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균형을 맞추면서 이번 논의가 진일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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