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수돗물 유충 사태

[제359회 이달의 기자상] 손현규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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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규 연합뉴스 기자

▲손현규 연합뉴스 기자

욕실에서 5살 첫째가 물었다. “아빠 치카 물 마셔도 돼?” 아이는 양치 후 입을 헹구고도 수돗물을 머금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안 된다”고 했다. 나조차 수돗물을 작정하고 마셔본 기억이 없었다. 어릴 때 양치를 하다가 수돗물이 식도로 잘못 넘어간 적은 있다. 커서는 매달 돈을 내며 쓰는 정수기가 집에 있는데 굳이 수돗물을 들이켤 이유가 없었다. 내가 하지 않은 행위를 딸에게는 해도 된다고 할 아빠는 없다.


요즘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고도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은 안전하니 마셔도 된다고 홍보한다. 서울시는 ‘아리수’를, 인천시는 ‘미추홀참물’을, 광주시는 ‘빛여울수’를 ‘병입(甁入) 수돗물’로 생산한다.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만드는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에 30곳가량이나 된다. 이런 노력에도 주변에서수돗물을 마시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실 정도까지 정수를 바라지 않으니 안심하고 쓸 수 있을 정도만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와 63만5000명이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샤워기 필터에서 유충이 나왔다. 또 인천이었다. 두 수돗물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상수도 당국의 전문성 부족과 관리 부실이었다.


실제로는 수돗물이 마실 수 있는 수준으로 깨끗한데도 반복된 관리 부실로 사람들의 인식이 나빠졌는지도 모른다. 수돗물은 필수 공공재다. 하루만 단수가 돼도 수돗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를 보도하면서 생각했다. “수돗물을 마셔도 되냐”고 묻는 딸에게 언젠가 “그럼. 먹어도 되지”라고 말할 날이 올까. 이번 보도가 수돗물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한 게 아니라 수돗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부족한 후배를 아껴주시는 회사 선배들께 늘 감사하고, 곰살맞지 않은 선배에게 맞춰주며 같이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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