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칼럼 논란, 기자총회 열린다

<광기, 미투를...> 칼럼 논란 관련 기자들 비판 성명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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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신문 지면에 실린 곽병찬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 칼럼.

▲지난 6일 서울신문 지면에 실린 곽병찬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 칼럼.


서울신문 기자들이 곽병찬 논설고문의 칼럼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 논란과 관련해 11일 긴급 기자총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는 지난 9일 총회 공고문을 통해 “곽병찬 논설고문의 칼럼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의 내용에 대해 사내외 논란이 커지고 있어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편집분회와 함께 이에 대한 의견을 모아 보려고 한다”며 “시경캡을 시작으로 편집국 주춧돌인 50~52기 후배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놨고 법조팀장도 글을 올려 기자협회나 노조 모두 더 이상 가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곽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 > 칼럼은 지난 6일자 서울신문 지면에 실렸지만, 전날 초판(5판)을 본 기자들의 문제 제기로 인터넷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곽 논설고문은 해당 칼럼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의 “피해자를 의심하는 건 책임 전가이자 2차 가해다” 발언에 대해 “의심해서도 안 되고, 문제 제기해서도 안 되며, 그저 믿고 따르라니, 어처구니 없었다. 1970년대 긴급조치가 부활했나?”라고 밝혔다. 이어 “미투란 ‘나도 당했다’고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걸고 고발하는 일”이라며 “반증이 오히려 설득력 있었음에도 재판부가 고소인의 주장을 받아들인 박재동 화백이나 고은 시인 사건은 그 좋은 경우일 것”이라고 했다.

유포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고소장 문건’에 대해선 “누가, 구술 정리 전달했고, 누가 인터넷에 올렸는가. 고소인의 진정성을 지키려면 기획의 가능성이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문을 해명해야 한다”며 “문건 유포는 피고소인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이어 “신속한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고소인의 핸드폰을 수사기관에서 포렌식해 증거를 찾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지난 5일 초판에 실린 곽 고문의 칼럼 내용을 확인한 기자들은 해당 칼럼이 2차 가해성 내용을 담고 있고, 사실에 어긋난 부분 등이 있다며 지면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후 해당 칼럼은 초판에 있던 내용 중 팩트가 왜곡되고, 인권 침해의 위험이 있는 대목이 걷어진 채 20판 최종본에 실렸다.

지난 6일 사회부 기자의 개인 성명을 시작으로 지난 7일 50, 51, 52기 기자들이 연달아 기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지면에 실린 칼럼이 논리적 결함과 2차 가해 문제가 존재하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했던 서울신문 보도 방향과 맞지 않다고 비판하며, 사장과 논설실장, 편집국장에게 해당 글을 실은 경위 등을 요구했다.

이후 지난 7일 문소영 논설실장은 사내게시판에 입장문을 내 “편집국의 반대를 이유로 칼럼을 몰고하는 것은 과거의 여러 사례를 고려할 때 서울신문에 또다른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칼럼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당시 휴가 중이었던 안미현 편집국장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사장, 제작이사, 논설실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10판 수정본도 문제가 있으니 내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개진했다”며 “(칼럼을) 내리자고 주장한 까닭은 이 칼럼이 미투사건 보도에 있어 서울신문 편집국과 논설실이 지향해온, 그리고 지키려 노력해온, 피해자 중심주의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지회는 총회 공고문을 통해 “‘고소인의 핸드폰을 포렌식하자’는 곽 고문의 주장이 여과 없이 지면에 실렸다”며 “이에 대해 ‘(2차 가해로 해석될 수 있는) 곽 고문의 칼럼도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용인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더 커졌다. 현재 편집국은 ‘혐오의 영역인 2차 가해 주장까지 표현의 자유로 허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 jeenie@journalist.or.kr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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