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MBC 보도 사전에 몰랐다"…권경애 "그래도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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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압취재 논란에서 비롯된 ‘검언유착’ 의혹이 현 정권 인사가 개입된 ‘권언유착’ 의혹으로 비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단은 권경애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권 변호사는 한상혁 위원장과 같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자,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권 변호사는 지난 5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통화 대상에 대해선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라고만 설명했다.

이 글은 곧 삭제됐지만 이날 저녁 조선일보가 기사화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조선은 “권 변호사의 해당 글이 헌정 사상 두 번째이자 15년 만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할 만큼 중대 사안으로 번진 ‘검·언 유착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중요 증언이라고 판단, 공익적 차원에서 이를 보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선은 또 6일자 신문 1면 머리기사와 사설 등으로 관련 내용을 전하며 “이번 사건이 그간 여권이 주장한 ‘검·언 유착’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 검사장을 내쫓는데 정권 핵심 관계자까지 연루된 ‘권·언 유착’임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6일자 5면 〈“고위 인사, MBC 뉴스 직전 한동훈 보도 나갈 거라 전화”〉란 제목의 전면기사에서 “문제는 한 위원장이 권 변호사에게 한동훈 검사장을 언급하며 전화를 했던 시점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연기한 뒤라는 점”이라며 “권 변호사 발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한 위원장은 채널A 기자와 검사장 유착 의혹에 대한 MBC 보도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재승인 보류 결정을 내는 과정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방통위는 이날 오후 2시 한상혁 위원장의 입장 발표를 공지했다가 바로 취소한 뒤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이 권 변호사와 통화한 것은 MBC 보도 직전이 아니라 MBC 보도가 나간 지 1시간 이상이 지난 시점이며, 통화내용 또한 MBC 보도와는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함께 공개된 한 위원장의 통화기록(휴대전화 스크린 캡처)을 봐도 통화한 시각은 오후 9시9분으로 MBC 보도가 나간 다음으로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방통위는 “3월31일 MBC 보도 이전 채널A 사건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사실을 기초로 하여 MBC의 보도 내용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등의 추측성 보도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 중앙의 보도는 물론이고, 같은 내용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이후의 보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권경애 변호사가 한상혁 위원장의 입장문에 대해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권경애 변호사가 한상혁 위원장의 입장문에 대해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그런데 방통위의 설명자료가 나온 지 3시간쯤 지나 권 변호사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권 변호사 역시 “3월31일 제가 한상혁 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간은 오후 9시경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시 한 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 통화내용 중에 “윤석열이랑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 “(한동훈은) 진짜 나쁜 놈이다” 같은 내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고 묻자 한 위원장이 “곧 알게 돼”라고 답했다고도 했다.

그는 “그 날의 대화 정보만으로는 MBC 보도가 계획에 의한 권언유착이었다거나 한상혁 위원장이 그러한 계획에 연루되었다는 심증을 굳히기 어려웠”다면서도 “한상혁 위원장은 왜 3월31일 MBC가 ‘A검사장’으로만 보도하였음에도 한동훈의 이름과 부산을 언급하셨는지 내내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다”며 “권언유착의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한상혁 위원장이 권 변호사에게 전화한 것은 MBC 보도 ‘이후’이며, 따라서 권 변호사가 애초에 쓴 글을 근거로 한상혁 위원장이 MBC 보도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라고 보도한 조선과 중앙일보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권 변호사는 앞서 글을 삭제한 뒤 “허위사실을 추측하여 사실인양 기사화 하는 것은 전적으로 언론사의 책임”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원장이 현직 검찰총장과 검사장을 “쫓아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적절한지, 특히 그 시점이 해당 검사장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당일이란 점 등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래통합당 등은 ‘권언 유착’을 기정사실로 하며 한상혁 위원장의 사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저해되고 훼손될 뿐만 아니라 국가 권력 시스템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만큼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서 명백히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께서는 한상혁 위원장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들을 조속히 조사해서 불법이 있으면 즉각 해임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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