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 수식어 장착… 시니어 신문기자들 유튜브 진출

  • 페이스북
  • 트위치


기자 30년차인 김두수 경상일보 서울본부장은 지난달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난다. 매일 아침 정치현안을 해설하는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김 본부장은 그날그날 이슈를 선정해 10분짜리 방송 내용을 기획한다. 혼자 영상을 촬영한 뒤 편집을 거쳐 오전 8시쯤 자신의 이름을 건 유튜브 <여의도 채널>에 업로드한다. 지난해 6월 사비를 들여 시작한 유튜브 전문 교육 이수, 각종 장비 구입, 방송 실습, 콘텐츠 연구 끝에 유튜버로 데뷔한 것이다.


김 본부장은 “국회 취재 20년과 11년째 청와대 출입 경험을 살려 정치전문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현직 기자인 만큼 지역, 이념, 정당을 초월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정치판을 해설하겠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유튜브의 강을 건넌 이상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 처럼 오랜 시간 정치를 취재해온 현직 고참기자들이 ‘정치전문’ 수식어를 달고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정치·시사전문 채널 <종필아가자 김종필TV>를 운영하는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부장이 한 사례다. 그는 1년 전 유튜브에 뛰어든 계기로 “시대의 흐름”을 언급했다. 김 부장은 “뉴스 소비자, 정치적으로는 유권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종이매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소통의 장을 확대하고 다각화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종필TV의 구체적인 지향점은 ‘유권자의 주권자화’다. 다시 말해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능동적으로 행사하는 주권자로 거듭나도록” 견인하겠다는 취지다. 단순히 정치현상을 설명하거나 정치권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안 제시에 비중을 둔 이유다.


김 부장은 “지난 1년간 영상문법을 익히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콘텐츠에서 정치현상 전달-분석-대안 제시 흐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새로운 접근법 없이 기성언론이 해온 것들을 그대로 따라한다면 유튜브라는 혁신적 뉴미디어에 도전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본부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송국건의 혼술>은 현직 기자의 정치전문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16만명)를 자랑한다. TV 시사프로그램에 정치분야 패널로 자주 출연하며 인지도와 전문성을 쌓은 덕분이다. 송 본부장은 유튜브를 시작한 이후 “실시간으로 이슈에 대응할 수 있고 정치권 흐름을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했지만, 기자들이 정치전문 채널을 개설할 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튜브에서 특히 정치분야는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내용이 인기를 끌다보니 기자들이 중심을 잡기 어렵다는 우려였다.


송 본부장은 “유튜브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채널만 골라서 시청한다. 팩트를 그대로 나열하고 양쪽을 아우르는 것보다 좌, 우, 보수, 진보로 선명하게 갈리는 내용을 더 선호한다”며 “저는 현직 기자이고 유튜브 내용이 영남일보 기사로도 실리기 때문에 무척 조심하고 있지만 조회수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환경에선 누구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수익을 기대한다면 기자의 정치 유튜브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