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기기 발견된 KBS "직원 아니지만 큰 책임감"

사건 보도 나흘 만에 공식 입장…"재발 방지, 피해 예방에 최선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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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여의도 본관 전경. 이번에 불법촬영 장비가 발견된 곳은 신관 뒤편에 있는 연구동이다.

▲KBS 여의도 본관 전경. 이번에 불법촬영 장비가 발견된 곳은 신관 뒤편에 있는 연구동이다.

KBS가 사업장 내에서 불법촬영 기기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지 나흘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KBS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KBS는 연구동 건물에서 불법촬영 기기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사건의 용의자가 KBS 직원은 아니더라도, 최근 보도에서 출연자 중 한 명이 언급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는 지난달 31일 조선일보 보도로 KBS 연구동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에 쓰이는 카메라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별다른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그러다 조선일보가 1일 “용의자는 KBS에 근무하고 있는 남성 직원”이라고 추가 보도하자 밤늦게 보도자료를 내서 오보라고 반박하며 조선일보 기사는 물론 이를 인용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용의자가 “KBS 공채 출신 개그맨”이라고 단독 보도하며 사실상 KBS 직원이나 다름없다는 취지의 보도를 연이어 냈다.

KBS 직원 여부와 상관없이 KBS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안팎에서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일 “KBS 직원이 아니라고 입장 표명하면, KBS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카메라가 없는 것이 되는 거냐”며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라도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감을 가지고, 역할을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KBS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내 불안이 높아진 것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KBS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며 “회사는 이러한 상황을 처절히 반성하고 지금까지 소홀히 넘어간 직원 안전을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했다.

KBS본부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이 사건은 사측의 안일한 인식과 그에 따라 발생한 감시 사각지대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한 뒤 “국가주요시설 가급인 본관·신관은 그나마 그동안 격월 점검이 이뤄졌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별관과 연구동은 6개월에 한번씩만 점검하는 것으로 대체해왔다. 심지어 지역총국은 아예 점검하지 않는 곳도 있다”며 “이렇게 사실상의 방치가 지속된다면 또 다른 범죄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안팎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KBS는 3일 낸 보도자료에서 “KBS는 사건 발생 직후 본사 본관과 신관, 별관, 연구동을 긴급 점검했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지역(총)국의 여성 전용 공간도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며 “CCTV 등 보안장비 보완과 출입절차 강화가 포함된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 상담 및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불법 촬영기기가 발견된 장소와 인접한 사무실은 조만간 이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시 한번 철저한 수사와 처벌의 중요함, 그리고 이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KBS는 이번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와 2차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거듭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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