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비상 걸린 해외특파원… 불편 불안 속 업무는 폭증

확산 초반 때 차별·혐오 시달리다 이젠 감염 위험까지 눈 앞의 현실로
각국 방역·의료체계도 국내와 달라 외출·이동제한 계속되며 불안 커져

  • 페이스북
  • 트위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1만명을 넘어섰고, 유럽의 누적 사망자 수는 5만명을 넘었다. 중남미와 동남아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도 대륙 대부분이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섰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해외 체류 중인 특파원들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환자가 중국과 한국에 집중되던 당시 공공연한 차별과 혐오에 노출됐던 이들은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감염 위험과 싸워야 한다. 마스크 등 개인 위생용품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고,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에 대면 취재는 물론 일상생활도 발이 묶였다. 불편과 불안이 공존하는 상황에도 코로나 확산에 따라 업무량은 폭증해 특파원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외특파원 대부분은 현재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원래 특파원은 재택근무를 많이 하지만, 지금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란 점에서 다르다. 워싱턴 특파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미국 버지니아주에선 외출제한 명령이 내려져 불필요한 외출을 할 경우 최고 징역 1년 또는 벌금 2500달러(305만원)가 부과된다. 취재 등 불가피한 업무가 있을 때는 외출을 할 수 있지만, 어차피 대면 취재가 거의 불가능하다. 세미나와 간담회 등 공식 일정은 모두 취소됐거나 화상으로 열린다.


코로나19로 전국이 봉쇄 중인 지난 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텅 빈 광장을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나라다. /뉴시스

▲코로나19로 전국이 봉쇄 중인 지난 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텅 빈 광장을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나라다. /뉴시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에 이어 4번째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이 나온 프랑스도(7일 기준) 지난달 17일부터 전 국민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상태다. 외출 시엔 이동증명서에 인적사항과 외출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외출이 허용되는 사유는 불가피한 출퇴근이나 생필품 구입 등 5가지뿐이다. 이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증명서가 없으면 벌금 135유로(약 18만원)를 내야 한다.


브라질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가 가장 많은 상파울루주에선 사회적 격리 조치가 오는 22일까지로 보름간 연장됐다. 약국, 슈퍼마켓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일반 상점과 음식점 등의 상업적 영업 활동도 계속 금지된다.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은 “거리에 나가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며 “상가가 문을 닫은 후 노숙자나 걸인들이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치안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식사를 집에서 모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적지 않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하더라도 마스크가 없으니 감염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가 없다.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진 한국과 달리 외국에선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김용래 연합뉴스 파리 특파원은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프랑스 정부는 의료용 마스크의 일반인 판매를 금지했다”며 “시중의 약국에 마스크 재고가 있는 곳은 현재 시점에서 사실상 없다”고 했다. 그는 요즘 이웃의 유학생 부부가 헌 천 조각으로 만들어준 마스크를 외출 시 사용 중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이 소량 보내준 마스크는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업무량 폭증에 따른 부담도 커졌다. 김재중 경향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워싱턴 특파원 업무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도 항상 포화 상태였다”면서 “신문 특파원의 경우 한국 마감 시간에 맞춰 일하기 때문에 자정을 넘겨 새벽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방송 또한 생중계 연결이 많아지면서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생방송 뉴스에 출연하는 일이 허다하다. 김재순 특파원은 “전 세계적으로 위기 상황인 만큼 기사량은 많아졌다. 어쩔 수 없는 시기이니 감수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길어지면 심리적으로 부담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래 특파원은 과로로 인해 인후염과 몸살을 앓기도 했다. 당시 병원에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병원감염의 우려도 있어 상비약으로 버티며 일했다.


힘든 것보다 걱정되는 건 안전이다. 각국의 방역대책이나 의료체계가 한국과 다르고, 무엇보다 그곳에선 이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김재중 특파원은 “가급적 외출을 줄이고 조심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가 가장 걱정”이라며 “특히 미국은 한국과 달리 공공 의료체계가 빈약하고 외국인에게 병원 문턱은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재순 특파원도 “(브라질) 정부나 보건당국의 방역 능력에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방역이 허술하다”면서 “대규모 격리 조치가 길어지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용래 특파원은 “불안감과 오래 이어지는 이동제한령에 따른 무력감을 이겨내고 활력을 갖고 일하는 게 숙제일 것 같다”면서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이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행동했던 측면이 있는데, 이런 초기의 판단 착오를 극복하고 조만간 상황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