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간 '코로나' 들어간 기사 6만여개... 언론이 쌓아올린 '공포의 금자탑'

[Cover Story]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 나온 날부터 10주 동안, 주요 일간·경제지 18개사 관련보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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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석 달째에 접어들었다. 6일 현재 확진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다. 코로나 여파로 경제마저 휘청거린다. 우리는 이 감염병 재난의 가장 무서운 영향이 병 자체가 아니란 점을 실감하고 있다. 지진이나 풍수해와 달리 시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공동체를 두려움에 침식시킨다는 게 이 재난의 치명성이다.


이 책임에서 언론은 자유롭지 않다. 언론은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없지만 ‘사회적 공포를 관리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모습은 그러니까 ‘언론의 실패’를 전제한다. 많은 보도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공포’를 양산했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20일부터 3월29일까지 70일(10주)간 종합일간지 10개사와 경제지 8개사 등 총 18개 신문사 보도를 살펴본 결과는 그렇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BIG KINDS)를 통해 ‘코로나’가 언급된 기사 건수를 분석해보니 10주간 총 6만665개에 달했다. 매체당 하루 평균 48개 이상 꼴이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부터 26일까지(1주차)에서 2주차로 넘어가며 보도 양이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사회 전파이면서 신천지 교인의 확진판정이란 이슈성을 가졌던 2월18일 대구 확진자 발생 이후인 6주차(2월24일~3월1일) 때 보도 건수는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미국 유학생 확진자의 국내 유입 후 발생 등 뉴스가 있었지만 이전 보도 양을 능가하진 못했다.


빅카인즈를 통해 이 기간, 18개 신문사의 기사를 검색어 ‘코로나’와 연관어 분석하면 토픽랭크 알고리즘에 의해 그림과 같은 워드 클라우드(분석건수 1000건, 가중치 기준)가 나온다. ‘코로나’ 기사와 연관성이 높은 단어일수록 큰 글씨로 표시되는데 ‘확진자’는 1위, ‘사망자’는 3위를 차지했다. 키워드 빈도수 기준으로도 ‘확진자’는 3위(1677건), ‘사망자’는 5위(745건)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코로나19 관련 보도와 두 키워드(확진자, 사망자)가 맺은 긴밀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결과다.


실제 코로나19 보도에서 사용되는 ‘확진자’와 ‘사망자’ 단어는 공포감을 조장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코로나’ 기사에 확진자나 사망자 관련 정보는 으레 포함되기 때문에 단어 자체가 그런 효과를 야기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단순 사실보도가 다수를 차지하고 긴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감염병 보도 특성을 고려하면 두 단어가 어떤 목적과 프레임의 어떤 보도에서 사용되는 게 적절한지 고민은 더욱 필요해진다. ‘국내 재난 주관 방송사의 재난보도 프레임 분석:지카 바이러스 보도를 중심으로’(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최믿음·정희수)에 따르면 2016~2017년 국내 발생한 지카바이러스의 KBS 보도에서 재난 사실을 단순 전달하는 ‘사실 전달 프레임’ 기사가 43.6%로 가장 많았다. 시시각각 확진자수 변화를 좇는 코로나 보도 현실은 이 연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확진자, 사망자를 ‘숫자’와 결부해 전하는 단순 사실전달 보도는 공포를 조장할 소지가 크다. 확진자의 첫 발생부터 1만명에 이른 현재까지 숫자만 변화한 채 같은 종류의 기사가 반복됐다. ‘숫자’만 부각한 단순 사실보도가 쏟아질 경우 독자나 시청자는 긴박함이나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도가 당초 의도와 무관하게 과도한 공포를 조장할 수 있는 만큼 그 파장과 영향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이런 재난 상황엔 (언론이) 확진자 수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필요성과 사정도 있다고 본다. 다만 보도가 내는 효과를 언론이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스와 메르스, 신종플루까지 감염병 재난이 있었던 만큼 새로운 재난이 아닌데 언론의 준비되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월호 당시엔 정보받아쓰기가 문제였다. 언론은 이를 경계하고 검증하는 등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는 데서 나아가 인권의 관점에서 기존 보도를 재판단해야 한다. 감염병으로 190여명이 사망했는데 한국사회에선 추모 흐름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언론이 사람에 집중하지 않고 수에 집중하며 ‘사람’으로 인지되지 않은 것인데 이번 사태를 경유하며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마스크 부족 소동은 이 근간의 공포가 드러난 대표적인 현상이다. 불확실성의 공포 앞에서 국민들의 정보와 대피책, 해법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를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열망은 독자의 관심을 좇은 결과라 할 언론 보도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빅카인즈에서 2020년 1월부터 3월30일까지 검색어 ‘마스크’를 포함한 기사 건수는 3만8574건으로 2019년 한 해(1만1763건)보다 이미 4배 가까이 많았다. 1990년대엔 341건(1999년)이 최대치였고, 2000년대엔 2009년(3759건)이 가장 많았으며, 2010년대 들어선 메르스가 있었던 2015년 1만4094건까지 올랐지만 대체로 2000~1만2000건 사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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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쇼크’라며 공포 조장… ‘중국·대구·확진자·종교’는 혐오 도구화


언론에 대한 기대에 반해 오히려 공포를 조장하거나 양산하는 기사 제목이 나오기도 했다. 2월18일 31번째 환자 발생 이후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무더기로 나왔던 2월20일 당시 종합일간지 1면 톱 기사 제목은 <하루 22명 감염...코로나 둑이 터졌다>(조선), <신천지교회서 14명 ‘슈퍼전파’...대구 패닉>(동아), <하루 새 22명 확진...지역 방역망 무너졌다>(세계), <하루에만 22명...지역사회 집단감염 닥쳤다>(한겨레), <대구發 ‘2차 쇼크’...하루 새 확진 20명 쏟아졌다>(한국) 등이었다. ‘터졌다’ ‘패닉’ ‘무너졌다’ ‘닥쳤다’ ‘쇼크’ 등 위기감을 조장할 소지가 큰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중국, 대구, 확진자, 신천지…공포가 혐오로
혐오를 조장하는 뉴스가 나온 것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인된 부분이다. WHO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우한 폐렴’이란 용어를 고수해 온 조선일보의 코로나19 보도는 대표적이다. 국내 중국 이주민 밀집지역에 대한 혐오 조장 기사를 내놨던 헤럴드경제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 베트남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는 논란을 야기한 YTN <[단독] “자물쇠로 잠그고”...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18개 매체 보도에 대한 빅카인즈 연관어 분석에서 ‘코로나’와 관련해 빈도수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키워드 1~4위는 각각 ‘우한’(2517건), ‘중국’(2015건), ‘확진자’(1684건), ‘대구’(807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로 꼽힌 우한과 중국에 대한 혐오는 지난 2~3월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 청와대 국민청원에 76만명 이상이 참여하며 다수 기사가 나온 바 있고, ‘31번 확진자’(이전엔 3번 확진자)를 타깃화 한 기사도 여전히 쏟아지는 상황이다. ‘대구’에서 다수 확진자가 나오며 ‘고담 대구’ ‘대구 코로나’ 등으로 지칭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거론된 기사와 가장 연관도가 높다고 하는 키워드들이 코로나 국면에서 혐오 대상이 된 대표 사례라는 점은 언론의 반성이 선행될 지점이기도 하다.


신천지 역시 혐오의 대상이 된 대표 사례다. 신천지의 포교 방식 등 코로나 사태 확산에 대한 문제제기와 별도로 일종의 ‘사회적 낙인’을 찍는 보도가 다수 잇따랐다. 세월호 당시 상당수 언론이 유병언씨를 주목한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포털 네이버에서 1월20일~3월30일 기간 종합일간지 10개사와 통신사 3개사, 경제지 7개사, 지상파 3개사, 종편 4개사, 보도전문채널 2개사 등 총 30개 매체에서 ‘신천지’를 언급한 기사 수를 살펴보면 CBS 자회사 노컷뉴스(2076건)가 기사 절대양이 많은 통신사 3개사를 제외하면 관련 기사가 가장 많은 매체였다. 국민일보(1310건)가 종합일간지 중에선 가장 많았으며 보도전문채널 2개사 중에선 연합뉴스TV(1003건)보다 YTN의 관련 보도(1875건)가 2배 가까이 많았다. 지상파 중에선 MBC(1473건)가 SBS(794건)보다 월등히 많은 보도 건수를 기록했다.


특히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매체에선 ‘이단’이란 용어를 기사에 지속 사용하고 있다. 해당 용어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 공화국의 가치와 충돌한다. 교인들만을 위한 매체가 아니라 포털 등 공론장에 보도를 낸다면 더더욱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앞서 CBS는 지난 2월부터 신천지 기사 작성 시 “최소한 첫문장에서 ‘이단’ 표시”를 해야한다는 방침을 구성원에 공유해왔다. 국민일보 취재진은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관련해 열린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기자회견에서 “영생불생한다고 믿느냐”는 질문을 한 바 있다.


앞선 사례들은 총선을 앞둔 특수한 정치 국면이 감염병 재난과 결부했을 때 혐오가 언론에 의해 어떻게 도구화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측면도 있다. 조선일보의 ‘우한 폐렴’ 용어 고수 역시 이 자장 안에 있고, 신천지 이 총회장의 시계에 대해 집중 보도를 내놓은 다수 언론들의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라파엘 라시드 프리랜서 기자는 지난달 9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단이라 불리는 것과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대중과 언론, 일부 정치인들이 사실상 두려움, 혼란 또는 정치적 편의상 이 두 가지 혐의를 동일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발표 받아쓴 동선공개는 최선?
이번 코로나19 보도의 한 갈래는 역대 감염병 보도 사례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확진자 동선 기사였다. 공개와 투명성 원칙에 기반해 정부와 보건당국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동선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역과 수도권 매체 상관없이 여러 언론이 동선 자체를 기사화했다. 이후 필요 이상의 사생활이 노출된 확진자가 비난이나 조롱,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9일 성명을 내 우려를 표했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14일 접촉자가 있을 때만 방문장소와 이동수단을 공개토록 하고, 개인 특정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이후에도 정보인권 및 언론시민단체 22곳은 “특정 확진자에 대한 신원 파악과 비난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확진자별 구분이 아닌 시간과 장소만을 묶은 데이터 공개, 지자체가 아닌 본부 차원 공개 등을 제안했다.


사생활 노출에 대한 사전인지가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언론사 판단은 따르지 못했거나 모른척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권 감수성 부족과 더불어 오히려 공익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 역시 상당한 보도이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확진자가 되는 것보다 주변으로부터 비난이 더욱 두렵다’는 지난 2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설문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모든 확진환자에 대해 상세한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의심증상자가 사생활 노출을 꺼리게 되어 자진신고를 망설이거나 검사를 기피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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