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피의자 얼굴 공개 원칙' 마련

정경심 교수 얼굴 공개 논란에 경향 사내서 "기준 들쭉날쭉" 지적
" 피의자 인권 보호·국민 알 권리 고려해 마련"

  • 페이스북
  • 트위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향신문이 '피의자 초상 공개 원칙'을 마련했다.

지난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을 당시 그의 얼굴 공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언론계에선 정 교수를 공인으로 볼 것인지, 피의자 인권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때 경향신문은 정 교수의 얼굴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내부에서 피의자 얼굴 공개 기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편집국장·에디터진은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지난달 중순 피의자 초상 공개 기준 초안을 마련했다. 이후 구성원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달 29일 해당 원칙을 사내에 공표했다.

경향신문은 △공직자 가족 △강력범죄 피의자 △재벌이나 유명인 △대학교수·지식인 등 4가지 기준으로 안을 마련했다.

먼저 공직자 가족의 경우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1심 법원이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실형에 가까운 유죄판결을 내리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강력범죄 피의자는 경찰이 신상 공개를 결정하면 이름과 얼굴을 게재하지만, 다툼의 여지가 많을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 총수이거나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재직 중인 후계자, 주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사회적 물의나 범죄를 일으켰을 경우는 신상 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다만 단순 재벌가의 일원,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임원(부사장 이하)의 사진은 게재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웠다.

대학교수·지식인 중에선 총장이나 학장 등 학내 영향력이 큰 인사,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공적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 사회활동으로 이름이 크게 알려진 교수의 신상은 공개하기로 했다.

최병준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초상 공개 기준은) 피의자 인권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를 절묘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언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다. 상황에 따라 규칙을 보완하고 수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