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민 SBS 보도본부장 후보 임명동의 부결 이유는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불안함, 투표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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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홍보책자 중 이미지)

▲(SBS 홍보책자 중 이미지)


정승민 SBS 보도본부장 후보자가 구성원들의 임명동의를 받지 못했다.

SBS는 지난 25~27일 진행된 보도, 편성, 시사교양 부문 최고 책임자 임명동의 투표 결과 보도본부장으로 지명된 정승민 전략기획실장에 대한 임명동의가 부결됐다고 밝혔다. 보도본부장 임명동의 부결 기준은 재적인원 50% 이상 반대다. 이번 투표에 보도본부 구성원 87.6%가 참여했으며, 노사합의에 따라 찬반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날 박기홍 편성실장 후보자와 민인식 시사교양본부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각각 구성원 투표 참여율 79.7%, 91.5%로 통과됐다.

앞서 지난 20일 임명동의 투표를 거쳐 연임하게 된 박정훈 SBS 사장은 자신이 지명한 보도본부장 후보가 낙마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 올해 들어 노사가 대립해온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21일 "박정훈 사장 체제는 현행 임명동의제도의 한계로 간신히 임기를 연장했다"면서 "박 사장 리더십의 첫 관문은 혁신과 신뢰를 담보할 각 부문 최고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 절차"라고 밝힌 바 있다.

정승민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SBS 대주주인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박 사장 체제를 향한 사내 비판 여론과 정 후보자 개인에 대한 평가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워싱턴 특파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 전략기획실장 등 사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다만 지난 2017년 보도국장 재직 당시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오보에 대한 책임으로 6개월 감봉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정치부장이던 2014년엔 정치부 기자들이 확보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 영상'이 보도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SBS의 한 기자는 "워낙 안 좋았던 일(세월호 의혹 오보)로 징계를 받은 데다 노사 관계도 좋지 않은 현재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분을 보도본부장으로 지명한 배경을 두고 투표자들은 공감대를 이룬 것 같다"며 "요즘처럼 언론지형이 빨리 바뀌는 시기에 기자들과 보도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주는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투표 결과로 드러난 듯하다"고 평가했다.

SBS의 또 다른 기자는 "보도를 직접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보도본부장 투표는 사장 때보다 더 큰 위기감이 작용했다"면서 "본부장 지명 이후 보도국 인선 하마평이 돌았는데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불안함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SBS는 일주일 이내에 차기 보도본부장 후보자를 재지명해야 한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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