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은 우아한 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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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MBN 드라마 ‘우아한 가’는 재벌에 숨겨진 비밀과 오너리스크를 막는 TOP팀의 초법적 일탈을 다뤘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 극의 긴장을 높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MBN 드라마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주연과 스토리는 다르지만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MBN 출범에 얽힌 시크릿이다. 종편 출범 때 자본금이 부족하자 임직원 명의로 차명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 편법을 저지른 혐의가 핵심이다. 또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주식을 나중에 사주기로 한 혐의도 검찰이 확인했다. 물론 재무제표엔 한 줄도 반영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증선위는 이런 은폐 행위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냈다. 검찰은 한차례 압수수색을 거쳐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로 MBN 법인과 부회장, 전·현직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장대환 매일경제미디어그룹 회장은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MBN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여기까지가 극의 전반부다. 어떤 반전이 펼쳐질 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은 오너리스크를 줄이는 일이 발등의 불이다. 드라마에선 전직 판사 출신인 ‘팀’의 리더가 총대를 메고 해결사로 나섰다. 현실은 드라마처럼 행동하기 어렵다. 불법을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막장극으로 치닫는다. 극의 초입이 우아하지 않았더라도, 중반을 지나는 지금은 우아한 결말로 가야 한다. MBN 경영진이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여는 게 시작이다. MBN 노조는 장대환 회장 사임을 “해결책이 아닌 정상화의 출발점”이라는 성명을 냈다. 동시에 문제가 된 자금의 처리,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실국장급 임원들의 보직해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요구했다. 뼈를 깎는 개혁 없인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한 목소리다. 기자협회도 “시청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구성원에게 의혹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구성원들의 불안도 크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송중단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한다. 매일 방송을 송출하고 있지만 머리 한편에선 불안이 짓누르고 있다. 회사의 자본구조 개선만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인물이 재무구조 개선 TF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해서는 지금의 위기 돌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한다. 결정은 힘들겠지만, 정면으로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상황은 더 꼬인다.


내년 11월 종편 재승인 심사까지 1년 여 시간이 남았다. 검찰의 기소로 재판이 곧 시작되고, 방송통신위원회도 MBN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안의 경중에 비춰 응분의 처분이 내려질 것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미 여러 차례 “철저하게 조사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 설립과정에서 유례없이 벌어진 탈법 의혹에 대해 한 점의 오점도 남김없이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주어졌다.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그에 맞는 처분이 있지 않는다면 시대의 화두인 ‘공정과 정의’를 말하기 어렵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라고 한다. 언론 스스로 떳떳하고 정의롭지 못하면, 뉴스를 보는 시청자와 독자는 떠난다. 언론이 목숨처럼 여기는 객관과 균형의 잣대가 구부러지면 위험하다.


MBN이 이번 기회로 ‘우아한’ 회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 출발은 뼈저린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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