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SBS 대주주, 박정훈 사장 재지명… 오늘 임명동의 결론

노조 "이번 임명동의 투표는 사장 찬반 넘는 중요한 의미"
박 후보, 재적인원 60% 이상 반대하면 사장 임명 철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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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사장 후보자 발표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앞에 선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이 호소했다. “만납시다. 나오십시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봅시다. 당신이 꿈꾸는 SBS의 미래가 뭔지, 방송노동자들이 만들고자하는 SBS가 당신의 그림과 일치하는지. 왜 대화를 거부하는 겁니까. 이런 국면에서 치러지는 사장 임명동의 투표는 대주주의 자격을 묻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언론노조가 SBS 대주주인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을 향해 “SBS 노사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촉구하는 자리였다. SBS 노조는 지난 3월 윤 회장이 취임한 뒤 소유·경영 분리 원칙과 독립 경영 약속이 무너졌고 박정훈 SBS 사장 또한 이에 동조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사갈등이 8개월째 지속돼온 상황에서 새 사장 후보자 발표 전 노조가 다시 한 번 대화를 요청한 것이다.


전국언론노조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앞에서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의 SBS 재장악 음모 규탄 및 SBS 사장 임명동의제 실시에 대한 언론노조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앞에서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의 SBS 재장악 음모 규탄 및 SBS 사장 임명동의제 실시에 대한 언론노조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라"고 촉구했다.


윤 회장은 노조의 요구와 달리 15일 차기 SBS 사장 후보자로 박 사장을 재지명했다. 박 후보자는 사내망에 “저를 성장시켜준 조직을 위해 제게 남아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임명동의 투표에 임하기로 결심했다”며 “노조의 긍정적인 제안을 언제든지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 노사화합을 위해 열린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노조는 성명에서 “박 사장의 재추천은 노사갈등의 지속과 비전 없는 현상 유지 외에 위기에 허덕이는 SBS에 어떤 새로운 의미도 갖지 못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임명동의 투표는 박 사장에 대한 찬반을 넘는 훨씬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독립경영 약속을 폐기한 윤 회장에게 다시 SBS 경영을 통째로 넘겨줄 것인지를 구성원들에게 묻는 절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장 임명동의제 투표는 지난 2017년 10월 SBS 노조, 사측, 대주주가 우여곡절 끝에 합의한 이후 두 번째 치러지는 것이다. 국내 방송 사상 최초로 도입됐을 뿐 아니라 현재도 사장 임명시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방송사는 SBS가 유일하다. 그해 11월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첫 투표의 참여율은 88%에 달했다. 이때 박 사장은 임명동의를 얻어 연임했다.


SBS 노사와 대주주는 언론계에 큰 획을 그은 사장 임명동의제 외에도 굵직한 협상을 타결하며 주목받았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1년여의 논의를 거쳐 지난해 2월 SBS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생산-유통체계를 완비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SBS미디어홀딩스가 자회사이자 SBS 방송 콘텐츠 유통 수익의 핵심인 SBS콘텐츠허브를 SBS에 매각하는 등 수익구조 정상화 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노조는 “이번 합의는 SBS 수익 유출의 통로와 구조를 영구적이고 완결적으로 청산하는 것으로 노와 사, 대주주 간 10년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대주주와 SBS 관계를 정상화해 상생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첫 발이다. 2017년 10.13합의가 SBS 수익구조 정상화 논의의 입구였다면 2019년 2.20 대 타협은 그 출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SBS의 방송과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며 물러난 아버지 윤세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인 윤석민 회장이 취임하면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이미 SBS로 경영권을 넘긴 콘텐츠허브 이사회에 자신의 측근들을 앉혀 노조의 반발을 샀다. 또 조직개편을 통해 SBS의 주요 경영조직을 사실상 대주주 직할 체제로 변경해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윤 회장이 경영 불개입, 독립 경영 원칙을 파기했다”고 비판했고, 또다시 노사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노조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추구 등 윤 회장의 불법 행위 정황을 포착해 윤 회장을 비롯한 SBS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이들을 상대로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사장 임명동의 투표가 20일까지 진행 중이다. 재적인원 60% 이상이 반대하면 사장 임명이 철회된다. 박 후보자가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3연임할 경우 오는 25~27일 편성, 보도, 시사교양부문 최고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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