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밀레니얼 세대는 뉴스를 보지 않나?"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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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는 ‘NEXT: 독자·기술·전략’을 주제로 미래 세대를 위한 저널리즘에 대해 논했다. 사진은 1세션 ‘독자’에서 스테파니 에저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메딜 저널리즘스쿨 교수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선택: 청년과 뉴스의 관계'를 강연하고 있는 장면.

▲지난 24~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는 ‘NEXT: 독자·기술·전략’을 주제로 미래 세대를 위한 저널리즘에 대해 논했다. 사진은 1세션 ‘독자’에서 스테파니 에저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메딜 저널리즘스쿨 교수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선택: 청년과 뉴스의 관계'를 강연하고 있는 장면.


“과거보다 뉴스를 소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졌는데 왜 밀레니얼 세대는 뉴스를 보지 않을까?” 


지난 24일 ‘NEXT: 독자·기술·전략’을 주제로 열린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스테파니 에저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메딜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뉴스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에저리 교수는 “미국의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TV, 컴퓨터, 모바일, 태블릿 등 4개의 기기 중 어떤 것으로 뉴스를 소비하는지 설문 조사한 결과 부모가 뉴스를 보는 방식 그대로 자식도 뉴스를 봤다”며 “또래 집단의 역할도 큰 영향력을 끼친다. 친구가 학교 밖의 시사적인 얘기를 하면 이후에 모바일로 해당 뉴스를 찾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어른이 되기 전 뉴스 사회화를 통해 뉴스 소비 습관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저리 교수는 연구를 통해 청소년 뉴스 소비 유형을 4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전통 매체인 TV로 뉴스를 접하는 유형으로 미국 청소년 중 19%에 해당했고 두 번째는 청소년의 15%로 구글, SNS 등 알고리즘에 의존해 뉴스를 소비했다. 미국 청소년의 14%인 세 번째는 마치 잡식 동물처럼 전통매체와 뉴미디어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유형이다. 이들 유형은 지역 사회의 문제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문제는 미국 청소년 전체의 52%를 차지하는, 뉴스를 아예 소비하지 않는 네 번째 유형이다. 이들은 지역 사회 참여도 가장 소극적이었다. 에저리 교수는 ‘이들이 성인이 되면 뉴스를 접할 것’이라는 예단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뉴스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뉴스 소비도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뉴스는 나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걸 강조했다. 


에저리 교수는 “우수한 품질로 보도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많다. 젊은 세대를 공략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은 그대로다.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하는 게 숙제”라며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의 관심에 맞게 이슈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젊은 세대 본인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보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미래의 모든 사람이 뉴스를 소비하는 시민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어느 매체가 잘하고 있냐’는 질문에 에저리 교수는 미국 청소년 패션 잡지 ‘틴 보그’(Teen Vogue)를 꼽았다. 에저리 교수는 “속보나 데일리 뉴스에 얽매이지 않고 재미있고 혁신적인 기사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젊은 세대에 맞게 기사를 현지화시켜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온 리 복스미디어 아트디렉터는 복스의 영상 전략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뉴미디어 기업인 복스(Vox)는 2014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보잉의 최신기종 737이 두번이나 추락한 진짜 이유’, ‘중국이 홍콩과의 국경을 허물고 있는 이유’ 등 5~15분 정도의 취재 영상들을 내놓고 있다. 현재 70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를 제작하는 등 디지털 미디어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리 디렉터는 복스 영상의 초반 부분들을 보여주며 “복스는 영상 초반에 기획의 맥락을 설명하고 질문을 제시해 왜 이 영상을 계속 봐야 하는지 설명하고 영상 끝에 있는 답을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데일리 뉴스를 따라가지 않고 오직 영상을 통해서만 얘기가 되는 아이템을 선별하고, 기획안부터 스토리보드를 포함 시켜 음성과 시각화를 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리 디렉터는 무엇보다 레거시 미디어가 그동안 해 오던 관행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 디렉터는 “레거시 미디어의 문제는 분업이 엄격하게 짜여있다는 것이다. 복스의 영상팀 모든 사람은 멀티테스킹이 가능하다. 디자이너들은 취재와 글을 쓰고, 작가(기자)들은 애니메이션 작업과 영상 편집도 할 수 있다”며 “굉장히 오랫동안 영상이 글 기사의 보조적 역할 해왔다고 인식돼왔지만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제 많은 사람이 시각적인 소비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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