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실검 1위?"… 여론전·마케팅 수단으로 전락

최대 공론장인 포털 검색창… 언론·정치권 함께 역할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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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가 ‘정치 여론전’이나 ‘광고 마케팅’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연이어 벌어지며 도마에 오르고 있다. 포털 사업자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을 넘어 국내 최대 공론장의 역할과 책임이란 관점에서 정치권, 언론계 역시 고민할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포털과 관련한 주된 이슈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실검 여론전에 ‘드루킹 사태’ 때처럼 매크로가 개입됐는지, 이 같은 “여론 조작”에 포털이 개입해야하는지 여부였다. ‘사회운동’ 성격의 검색어를 포털이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맞는지가 골자다. 이에 네이버 한성숙 대표와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는 “기계적 개입에 대한 비정상적 이용 패턴은 시스템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여론 조작여부를 플랫폼 제공 사업자가 판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 포털 실검 알고리즘의 작동방식을 살펴보면 기계적 조작 없이도 ‘조국 찬반 검색어’ 사태는 가능하다. 실검은 1분 동안 검색횟수의 ‘상승비율’(평소 검색량 기준)이 가장 높은 검색어가 실검 1위가 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에 ‘일기예보’처럼 꾸준히 검색이 많은 단어는 순위에 오르기 어렵다. 네이버는 실명인증을 받은 로그인 유저 데이터만 반영하고, 동일인이 1분 내 같은 검색어를 2번 이상 입력해도 1번만 집계한다. 카카오도 같은 컴퓨터에서 1분 내 2번 이상 동일 검색어를 입력하면 1번 입력한 것으로 집계한다. 순위에 노출된 검색어 클릭 시 카운트 되지 않고 직접 입력하거나 자동완성된 경우만 포함되는 식이다. 수천, 수만명의 이용자가 비슷한 시점에 특정 키워드를 검색한다면 유사한 일은 발생가능하다. 일부 연예인 팬덤이 실제 활용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실검 장악’에 네이버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마땅치 않다. 실검은 이용자가 지금 많이 검색하는 내용을 보여주는데, ‘사회운동’ 성격의 키워드를 삭제한다면 그 자체가 여론조작이 된다. 이에 네이버는 제한적으로 개인정보, 명예훼손(공익에 해당될 경우 제외하지 않음), 성인/음란성 등에만 노출을 제외한다. 앞서 2012년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논란 이후 네이버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로부터 검증도 받고 있다. KISO는 실검에 반영된 사회적 의사표현도 여론이라는 판단 하에 ‘원칙적으로 검색어를 제외하거나 삭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포털 실검은 유입량과 시간을 변수로 가진, 검색 알고리즘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심플한 알고리즘을 쓰고 있어 조직화된 공중이 특정시간 동안 특정 쿼리를 분산 입력하는 데 취약하다. 내 의견을 다수 의견으로 보이기 위한 선점 효과는 정치참여 영역으로 볼 수 있고 삐라를 뿌린다거나 플래카드를 거는 것 같은 의견표명이 기술을 매개로 드러난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표현 영역으로 수용할 부분이다. 민감한 시기 알고리즘을 바꾼다면 그 자체가 왜곡이 된다. 장기적으로 서비스 운영방안이 포털 과제가 된 건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최근 실검에 빈번히 등장하는 특정 상품광고 검색어 역시 고민거리다. 최근 네이버 실검 순위창에선 토스, 캐시워크 등 업체와 이벤트명이 순위권을 휩쓸고 있는데 이들의 ‘실검 마케팅’ 결과다. 예컨대 토스는 지난 8월28일 ‘XX생명 알아서’의 키워드를 시작으로 일간 1~3개의 기업 관련 검색어를 ‘행운퀴즈 페이지’를 통해 퀴즈를 냈고, 이를 네이버에 검색한 뒤 자사 앱에 정답을 입력하면 일정 금액 보상금을 지급해왔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일 두 이벤트에는 각 24만, 38만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이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다만 이 문제 역시 포털 임의로 실검 배제를 판단하긴 쉽지 않다. 누군가에겐 유용한 정보일 수 있어서다. 이미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통해 실검 마케팅을 하는 다수 기업은 물론 트래픽 감소가 분명할 포털 사업자 당사자로서도 이 같은 조치는 달가울 수 없다. 실검창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동에 일반적인 규범을 제정해 대응하는 건 부작용 소지가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사회운동’ 검색어보다는 규제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새로 등장한 현상 초기라 지켜봐야겠지만 소비자 피해가 크다거나 문제발생 가능성이 보인다면 규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여기서 소비자 피해는 직접 피해도 있겠지만 더 많은 자본이 더 높은 검색어 순위를 차지하는 정보 독점 등이 이뤄지면 공정경쟁을 어기게 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모르겠지만 지난해 연구에선 의외로 국민들이 상업성 광고 검색어를 그리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고 ‘보고 우리가 판단하겠다’는 게 많았다. 앞으로 지켜볼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는 25일 KISO 주최 토론회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인호 KISO정책위원장(중앙대 법학전문대 교수)을 좌장으로 포털 관계자 역시 참석한 가운데 실검 관련 논의가 진행된다. 아울러 이날 전후로 정책위원 8인이 ‘총선 기간 실검폐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해진다. 양대 포털 대표는 국감에서 ‘KISO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냈는데, 만장일치 의결 방식이고 포털 사업자 관계자 역시 포함(3인)된 정책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인터넷 매체 한 기자는 “실검 한 편엔 정보 가치 없는 기사를 순전히 조회수 때문에 달려들어 쓰고 있는 기자들이 있다. ‘조국 기사’나 ‘토스 기사’ 쓰는 곳이 한두 곳이었나”라면서 “실검폐지까지 전제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정치권과 언론계, 포털이 함께 실검이 정말 우리사회에 유용한 것인지 토론하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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