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윤석열도 윤중천 별장서 접대' 보도, 거센 후폭풍

보도한 일부 팩트 흔들려, 관련 당사자들 보도 전면부인… 기자 고소까지
윤석열 소개해줬다고 보도된 임씨, 후속 인터뷰서 "그런 적 없다"
한겨레 측 "보고서에 이름 나왔는데도 조사 안한 것을 짚은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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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윤석열 검찰총장 별장 접대 의혹’ 보도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관련 당사자들이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언론계에서 ‘현직 검찰총장 접대 의혹’이라는 폭발력 있는 사안에 비해 한겨레 보도 내용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은 자신의 접대 의혹을 제기한 취재기자와 편집국장, 사실상 취재원들(‘보도에 관한 성명불상자’)까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한겨레는 지난 11일 1면 머리기사 <“윤석열도 별장에서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왼쪽>에서 윤 총장이 윤중천씨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한겨레21 소속 기자가 취재·보도한 것으로 같은 날 <윤중천 “윤석열 접대했다”>(표지 제목)로 한겨레21에도 실렸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는 제목과 리드에서 ‘접대’가 강조된 탓에 애초 취지와 달리 “윤석열이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받았다”가 되어 버렸다. 관련 당사자들이 전면 부인하고 윤 총장이 후보자였던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도 “당시 보도 내용에 대해 점검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히면서 접대 의혹은 수그러들고 있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사회적 맥락상 ‘현직 검찰총장 접대’는 파장이 클 사안인데 중요도에 비해 취재가 허술했다고 본다. 본래 기사 취지는 ‘접대 여부’가 아니었더라도 그런 인상을 풍기는 제목을 단 것이 문제”라며 “보도가 성급하게 나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겨레 내부에서도 이 보도를 즉각 내느냐, 내용을 좀 더 보완해 나중에 내느냐 여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보도한 일부 팩트도 흔들리고 있다. 11일자 보도에서 한겨레는 “검찰과 경찰로부터 확보한 2013년 당시 1차 수사기록에 포함된 윤씨의 전화번호부, 압수된 명함, 다이어리 등을 재검토하면서 ‘윤석열’이란 이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총괄팀장을 지낸 김영희 변호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경찰과 검찰의 1·2차 수사기록 어디에도 윤석열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14일자 1면 <“윤중천, 임아무개 소개로 윤석열 알고 지냈다”>에서 “대검 검찰과거사조사단이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최종보고서에 ‘윤석열 검사장은 임00 소개로 알고 지냈는데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 임00이 검찰 인맥이 좋아 검사들을 많이 소개해주었다’는 윤중천씨의 진술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윤 총장을 윤씨에게 소개해주었다는 핵심 인물인 임씨에 대한 확인 취재가 없었다. 임씨는 한겨레가 15일 온라인으로 먼저 출고한 <‘김학의 보고서’ 속 임씨, 윤석열 총장 관련 “검찰수사단에서 묻지 않았다”·오른쪽>에 등장한다. 한겨레 기자가 14일 임씨를 만나 검찰 수사단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질문을 했는지 묻자 그는 “윤씨에게 윤 총장을 소개시켜 준 사실이 없다”며 과거사위 최종보고서 내용을 부인했다.


편집국장을 지낸 한 종합일간지 고위 간부는 “파괴력 있는 인물, 첨예하고 엄중한 사안을 다루려면 외부에서 공격이 오더라도 방어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며 “최근 한겨레에서 조국 관련 보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내부 갈등이 있었던 만큼 현장기자가 이 기사를 가져왔을 때 데스크나 국장이 조금 더 취재해보자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그 자체로 신뢰성이 높은 국가 공식 기록(검찰과거사조사단 ‘김학의 최종보고서’)에 윤석열 총장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이 심각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넘어간 것을 문제 삼은 보도”이라며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해 후속 보도나 검찰 수사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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