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왜 검찰 주장을 검증없이 일방적으로 받아쓰나요"

서울 서초동 촛불집회 가보니… "조국 수호",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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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초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제8차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언론개혁’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김고은 기자

▲지난 5일 서초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제8차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언론개혁’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김고은 기자


지난주, 두 개의 대규모 집회가 서울 시내에서 열렸다. 이틀의 시차를 두고 광화문과 서초동 일대에서 열린 두 집회의 공통점은 ‘조국’이라는 키워드뿐이었다. 한쪽은 ‘조국 퇴진’을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조국 수호’를 외쳤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후자였다.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에 따라붙은 ‘언론개혁’이란 구호 때문이다. 광화문 집회에서 ‘언론개혁’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3주째 서초동을 밝힌 촛불집회에선 ‘검찰개혁’만큼이나 ‘언론개혁’, ‘기레기 아웃’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궁금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자리에 언론개혁이란 구호가 등장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하필, 지금인지. 이른바 ‘진영논리’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5일 서초동 집회에 나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리가 만난 스물한 명의 시민이 이른바 ‘촛불민심’을 대변한다고, 이들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한 번쯤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언론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 기자들이 더 잘 알지 않나요?” 이렇게 반문한 61세 이광영씨의 손에는 ‘검찰개혁! 정치검찰 OUT 언론개혁! 기레기 OUT’이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주위에선 조국 장관의 사진과 함께 ‘검찰개혁 조국수호 언론개혁’이 나란히 새겨진 피켓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에서 많이 울려 퍼진 구호 역시 ‘언론개혁’과 ‘기레기 아웃’이었고, 무대 위에서 기자들이 촬영하고 내려갈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진실보도”를 외쳤다.


이날 만난 시민들 이야기를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다. “언론이 검찰의 주장을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받아쓰고 있다.” 그래서 “언론이 검찰과 내통하고 있다”(55세, 강지숙씨)고 볼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도 1순위”(28세, 박은비씨)라는 것이다.


조국 장관에 관한 언론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것은 이날 모인 참가자들의 공통된 생각인 것 같았다. 어린 아들과 함께 나온 최홍석씨(43세)는 “전체 기사가 100이라고 하면 검찰발 기사가 50일 때 조국 쪽 의견도 50이어야 하는데, 거의 검찰발 기사가 99고 조국 기사는 1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윤창수씨(38세)의 생각도 같았다. “조국 장관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과 반대가 40 대 40 정도인데, 언론 보도는 40 대 40을 안 해주는 것 같아요. 인터넷 기사를 봐도 (조국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볼 수가 없고, 이렇게 모이지 않으면 언론에서 보도를 안 해주니까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일방적’, ‘편파적’이라는 것만큼 많이 들은 말은 “기자들이 취재를 안 하고 쓴다”는 비판이었다. 김혜연씨(52세)는 “기자들이 취재를 안 하고 검찰 말만 듣고 기사를 썼다”고 했고, 임수현씨(48세)도 “기자들이 조금만 취재를 했으면 이렇게까지 엉망인 보도는 안 나왔을 것”이라며 “세월호 때만큼 (언론) 참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원외고에서 33년간 교사로 일하다 퇴직했다는 한 시민은 “사모펀드는 모르겠고, 학교와 관련된 건 순 거짓말”이라며 “객관적으로 검증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20분 넘게 표창장, 인턴 증명서, 입시 얘기를 이어간 그는 “학교 돌아가는 걸 알면 아무것도 아니란 걸, 선생한테 전화 한 번 해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다”며 “기자들이 바쁘고 취재원이 없어서 그런 건 이해한다. 그래도 한 번이라도 확인하고 기사를 썼으면 진실이 밝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구들과 함께 참가한 50대 후반의 한 시민도 “속보, 특종 경쟁 때문에 맞는지 확인도 안 하고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만 쓰고 다른 언론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다”며 “검찰이 절대 선이 아니지 않나. 어떤 의도가 있는 건데. 검찰과 언론의 커넥션이 있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렇게 “언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왜곡을 하고 사실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커지면서 점점 더 뉴스를 보지 않게 되고,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찾아본다는 이들이 많았다. 인터뷰 중엔 김어준 등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JTBC를 항상 봤는데, 어느 날부턴가 성향이 바뀌었어요. 단 한 방송도 내 생각을 대변해주는 곳이 없어요. 어느 정도는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거의 모든 언론이 한 방향으로만 쏠려 있잖아요.”(49세, 익명)


어쩌면 이런 불신은 오랜 시간 누적되고 ‘학습’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조국 장관 보도를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를 생각했고, 또 어떤 이는 “박근혜 정권 때 찍소리도 못하던 언론을 보며 답답했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나경원과 황교안 문제는 왜 보도하지 않나”라는 주장이나, 그래서 “불공정하다”는 비판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이들이 요구하는 언론개혁의 요체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명했다. ‘기본을 지키자’. “정직하게 보도해주세요.”(30대 후반, 익명) “특종을 좇지 말고 진실을 좇자, 딱 이 한마디 하고 싶어요.”(이광영씨) “사실 보도라는 기본을 지키자는 거예요. 어린 기자들은 힘이 없잖아요. 결국, 언론사 윗분들이 바뀌어야 언론개혁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강지숙씨)


“언론은 비판한다고 바뀔 상대가 아닙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뉴스타파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의 이야기는 조금 결이 달랐다. “광고와 언론 권력으로서 힘을 과시하는 게 언론을 살아가게 하는 바탕이 되고 있어요. 언론이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죠. 언론을 바꾸려면 뭔가 다른 생존 기반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공감하며 같이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좋은 언론을 만들기 위해 좀 더 새로운 방식의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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