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주권' 누구에게 있나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아마존 열대우림이 지구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농경지와 가축 사육을 위한 목초지 확보, 광산 개발 등을 목적으로 불법벌목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올해는 산불이 끊이지 않으면서 숲이 대규모로 사라지고 있다. 8월에만 축구 경기장 420만개에 해당하는 2만9944㎢가 타버렸고, 이달 초까지 발생한 산불은 9만5500건을 넘는다. 산불로 열대우림 생태계의 15~17%가 파괴됐고 훼손율이 20~25%에 이르면 열대우림이 초원지대로 변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 지역의 전체 넓이는 최대 750만㎢에 달하며 열대우림으로 덮인 면적은 550만㎢다. 열대우림은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 9개국에 걸쳐 있다. 열대우림 중에서 브라질에 속한 면적은 420만㎢로 전체 국토의 59%를 차지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 산소의 20%를 생산한다.


이처럼 거대하고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아마존 열대우림을 놓고 브라질과 국제사회 간에 주권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충돌했다. 독일 정부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급증하고 있다며 환경보호 투자 계획을 중단하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리는 그런 돈 필요 없으니 독일의 조림사업에나 쓰라고 조롱했다. 이후 메르켈 총리가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브라질의 주권을 인정하고 유럽연합(EU) 차원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심각하게 대립했다. 선진 7개국(G7)이 아마존 산불 진화를 돕기 위해 2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이 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합의 취소를 주장한 데 이어 아마존 열대우림을 국제사회의 관리 아래 두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주권 침해를 이유로 G7 지원을 거부했고, 지원금을 받더라도 브라질이 알아서 사용하겠다며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남미의 주권을 언급하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아마존 국가 정상회의에 보낸 메시지에서 “아마존은 우리 것”을 외치며 외부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우리의 자산을 개발해 모두의 이익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9월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실태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환경 전문가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의 주권이 미치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주권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다. 브라질의 한 신문은 최근 5년간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프로젝트를 위해 요청된 예산 가운데 의회 승인을 통해 집행된 예산은 0.001~0.002%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5년간 요청된 예산은 131억 헤알(약 32억 달러)이지만,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2390만 헤알(약 580만 달러)에 그쳤다. 환경장관은 내년에 연방정부 소속 환경 감시원 증원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쯤 되면 특정 국가나 지역이 마냥 아마존 주권을 주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보우소나루 정부 들어 산불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산불은 해마다 일어났고 때가 되면(우기가 되면) 상황이 진정됐다. 브라질의 역대 정부는 열대우림 보호에 재정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전지구적 자산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아마존 주권의 개념을 지리적 경계를 너머로 확장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국제사회의 참여 속에 열대우림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개발을 일정 부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도 있다.


최근 아마존 지역의 도시들이 ‘아마존 도시 포럼’을 결성해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을 찾겠다고 나섰다. 아마존 지역 2000만 인구의 생존이 걸려 있는 이들의 움직임에 국제사회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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