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공익신고자 신원노출한 기자 검찰 고발

MBC·이데일리 보도, 비밀보장 의무 위반으로 판단
해당 매체들 "보호 취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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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연예인의 마약 투약 혐의와 경찰 유착 의혹을 제보한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이데일리와 MBC 기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언론사를 검찰에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12일 인터넷 매체 디스패치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가수의 마약 투약이 의심되는 메신저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대화 상대는 ‘A씨’로 등장했다. 다음날 이데일리는 A씨의 실명과 사진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후 다수의 언론이 A씨의 실명을 보도하면서 관심이 집중됐고, 그의 이름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는 양현석 YG 대표가 당시 사건 무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A씨의 아파트 문 앞에서 기자가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사진>을 방송했다.



권익위는 이데일리와 MBC 보도가 공익신고자 비밀보장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데일리가 실명을 공개하기 몇 시간 전, A씨가 권익위에 비실명 공익신고서를 접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누구든지 공익신고자라는 것을 알면서 신고자의 동의 없이 신원을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보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권익위는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약혐의와 기획사 등의 은폐 의혹에 대한 보도는 사회적 관심 사항이 매우 큰 사안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측면에서 언론의 당연한 책무”라면서도 “공익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신고자의 신분을 공개·보도하는 것까지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측은 “공익신고자라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공개한 건 아니다”라며 “보도 과정에서 오인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데일리 관계자는 “권익위에 이미 소명했고, 검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실명 보도를 하는 데 더 유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MBC 역시 공익신고자 보호라는 대원칙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권익위의 결정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사가 A씨의 실명과 사진 등을 보도한 상황에서 두 언론사만 특정해서 고발한 데 대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마약 사건 관계자이기도 한 A씨를 단순히 공익신고자로만 볼 수 있느냐 하는 점도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현재 고발장은 대검찰청에 접수된 상태며, 사건 배정이 이뤄지면 정식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권익위는 “이번 결정이 신고자 보호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기자협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신고자 보호를 위한 보도기준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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