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아킬레스건

[언론 다시보기] 박선영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박선영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박선영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뉴스는 ‘사실 확인 책임’을 지는 기자의 독점 생산물이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누구나 SNS 계정만 만들면 뉴스 유통 플랫폼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단순 주장’ 또는 ‘거짓 정보’가 뉴스 형식을 띤 채 퍼졌다. 가짜뉴스는 SNS 플랫폼을 이용해 악의적·계획적으로 유포된다.


가짜뉴스는 특정 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 한국에서 극심한 사회 갈등을 일으킨 사안들 배경에는 가짜뉴스가 있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정치세력들이 가짜뉴스를 악용한 것이다. 한국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반대하는 쪽에서 제주도의 예멘 난민과 관련된 거짓 정보를 유포한 것도 한 예다. 예멘 난민이 이미 범죄를 저질렀다는 거짓 정보부터, 난민을 수용한 외국 피해 사례를 조작한 정보까지 모두 뉴스 형태로 제작돼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난민을 반대하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실렸고, 여론은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청와대는 국민의 불안 요소를 참작해 난민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로 악용된 가짜뉴스는 사회적 합의와 동력이 필요한 국가의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건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건설적 비판이 아닌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가짜뉴스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한국경제 보도를 회의에서 인용하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했다. 실제로 일자리 창출 면에서 부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관해 통계를 근거로 비판하기보다 거짓으로 판명 난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자살사건’을 인용함으로써 혼란을 가중했다. 정책의 부진한 면을 보완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관계 부처들은 가짜뉴스를 해명하는 데 시간을 써야 했다. 야당은 정부가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도록 감시하는 대신 가짜뉴스를 이용해 시민을 속였다.


가짜뉴스가 만연한 시대에 진짜뉴스는 무엇으로 구별될까? 가짜뉴스는 앞 뒤 맥락을 거두절미하고 일부분만 부각시킴으로써 양산된다. 비트겐슈타인을 비롯한 많은 언어학자들이 주장했지만 문장과 글에서 맥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할 텐데 맥락을 무시하고 가짜뉴스를 만들어낸다.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가짜뉴스를 무시해버리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기자는 시민에게 사안의 맥락을 제공해 가짜뉴스를 퇴치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형편없이 떨어진 기성언론의 신뢰도는 그런 노력을 통해 조금씩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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