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경험 살리는 '미디어 강사 교육' 가치 있는 일이죠"

[기자협회 미디어강사 교육 참가기] 노경아 이투데이 편집부 교열팀장

노경아 이투데이 교열팀장.

▲노경아 이투데이 교열팀장.

‘워터게이트-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을 3년 만에 다시 읽었다. 10여 년 전 개봉과 동시에 화제가 됐던 흑백 영화 ‘굿 나이트 앤드 굿 럭’도 다시 찾아봤다. 두 작품 다 거대 권력의 음모와 허위를 대담하게 파헤친 ‘언론인’이 주인공이다.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권력의 추악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들이다. 담배 연기 자욱한(심지어 TV 카메라 앞에서도 줄담배를 피우는 앵커 모습 등) ‘굿 나이트 앤드 굿 럭’을 보며 언론에 첫발을 내디딘 1990년대 초중반 신문사 편집국을 떠올렸다. 실제로 당시 기자들은 담배를 피워 가며 원고지에 기사를 썼다.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일본 영화 ‘라쇼몽’도 다시 봤다. 진실과 사실 규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할 때 자주 언급하는 영화다.


기사의 가치를 ‘클릭 수’로 평가하는 세상, 가짜뉴스·증오뉴스·혐오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 진실보다는 자신의 취향이나 신념에 맞는 뉴스만을 골라 읽는 ‘탈(脫)진실’의 세상이기에 이들 영화와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강렬했다. 지난 5~6월, 정확히 5주 동안 언론의 참된 기능과 현실, 언론인의 자질 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처음으로 개설한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에 참여한 결과다. 누군가를 가르치고자 참여했던 시간들이 오히려 나의 기자 생활 25년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과연 정의로운 기자로 살아왔으며, 그렇게 살고 있는가?’


교육에 나선 (최고의) 강사진은 “기자의 경험을 살려 미디어 교육에 나서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기자 출신 현직 교수들은 △교수법 노하우 △대학 저널리즘 교육의 현실 △해외 미디어 강사 현황 △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주제로 본인이 언론을 떠나 대학에서 경험했던 일들과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활동 및 성과 등을 아낌없이 공유해 주었다. 내로라하는 미디어 관련 전문가들 역시 △PPT 강의안 구상과 제작 △청중을 사로잡는 스피치 △비주얼 리터러시 이해와 영상 도구 활용법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교수법 등 미디어 강사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알려주었다. 강사진의 면면만으로도 기자협회가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프로그램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서울·수도권은 물론 대전, 청주, 광주, 울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53명의 간부급 기자들은 미디어 강사 교육을 받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기자로서 짧게는 십여 년, 길게는 수십 년간 활동해온 이들이기에 자신의 활동들을 깊숙이 되짚어 보고 교육자로서의 계획도 세웠으리라. 오랜 언론 경험들은 대학(혹은 지자체 교육 시설 등)에서 미디어를 강의하거나 연구하는 데 몹시 소중한 자산이 될 테니까.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5월31일부터 15년차 이상 기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강사 양성과정 연수를 진행하고, 5주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한 기자 53명에게 수료증을 수여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5월31일부터 15년차 이상 기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강사 양성과정 연수를 진행하고, 5주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한 기자 53명에게 수료증을 수여했다.

미디어는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인류가 낳은 최고의 도구다. 따라서 신문, 방송, SNS 등 다양한 매체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은 대학생은 물론 초중고생, 일반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취재 현장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기자들이 현직의 경험을 살려 미디어 교육에 나선다면, 그 성과는 몹시 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육은 매우 큰 가치가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기자협회가 미디어 강사 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배출해낸 강사와 교육시설을 연결하는 데도 적극 나서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지면을 빌려 귀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신 한국기자협회와 열성적으로 강의해주신 강사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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