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진중공업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윤경환 서울경제신문 기자 / 경제보도부문

윤경환 서울경제신문 기자.

▲윤경환 서울경제신문 기자.

일반인들에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일종의 ‘성역’이다. 1·2심과 달리 항소·상고 절차도 없는 데다 판결문 열람도 제한돼 있어 설사 결론에 잘못이 있다 해도 이를 되돌릴 방법은 거의 없다. 수조원의 자금 흐름부터 사람의 생사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1년 남짓 대법원을 출입한 기자 역시 늘 높은 벽을 마주하는 기분으로 취재를 한다. 그저 법률의 대가인 대법관의 권위에 기대 결론을 신뢰해야만 하는 구조다. 지금의 법원은 이를 ‘사법 신뢰’라고 부른다.


지난 5월 초. 5월3일 오후 12시로 엠바고가 걸린 채 배포된 대법원의 한진중공업 통상임금 판결문을 수차례 읽어 내리면서 이를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고민부터 들었다. 단순 오탈자 몇 개였다면 어느 정도 수용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 눈에 띈 숱한 오류들은 단순 오기가 아니었다. 판결의 결론까지 흔들 만한 황당한 실수들의 연속이었다.


의심은 한진중공업의 연도별 재무제표들을 일일이 대조하면서 확신으로 굳어졌다. 해당 판결은 언론 관심이 높았던 데다 상고심에서만 3년 가까이 심리한 사건이다. 이런 판결문에도 각종 거짓 수치와 무성의한 논리가 가득한데 다른 대법원 판결문이라고 온전할까 싶었다. 한진중공업 판결문은 본지 지적으로 간신히 대법관 직권 경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름 없는 약자들과 관련됐고, 알려지지 않은 사건일수록 아직도 대법원 성벽 안에서 무성의·엉터리 결론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번 보도가 대법원의 권위주의적·폐쇄주의적 판결 관행에 작은 경종을 울렸길 바란다. 최근 유독 자주 언급되는 ‘사법 신뢰’는 사법부 스스로 민주사회의 감시를 적극 받아들여야만 바로 세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끝으로 보고하는 사람조차 믿기 어려웠던 판결 오류 사실을 기사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법조팀장과 데스크 전체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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