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로 반년 만에 구독자 3만명, 비결은 '맥락과 스토리'

제2의 전성기 맞은 뉴스레터
대화체로 뉴스 정리한 '뉴닉', 경제 콘텐츠 쉽게 푼 '어피티'
포털 위주의 뉴스 유통 체계서 자체 플랫폼 가능성의 문 열어
영상보다 정보량 많다는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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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뉴스레터가 디지털 독자 확대 전략으로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버즈피드’, ‘악시오스’, ‘더스킴’ 같은 해외 매체들이 뉴스레터 서비스로 승승장구하면서, 구식으로 여겨졌던 뉴스레터 서비스가 국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관심사별로, 시간대별로, 필진별로 60가지의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뉴욕타임스나 지난해 10월 기준 독자 700만명을 확보한 더스킴의 성공 사례는 미디어 업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해외 사례를 본받아 뉴스레터를 주력으로 한 미디어 스타트업도 최근 여러 곳 등장했다.


‘뉴닉’은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12월부터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한 뉴닉은 최근 3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뉴닉의 뉴스레터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알고 싶은데 신문 볼 새 없이 바쁜 밀레니얼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주요 정보를 맥락과 스토리로 풀어내는’ 게 특징이다. 독자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이모티콘을 붙이고 ‘고슴이’라는 고슴도치 캐릭터를 화자로 만들어 딱딱한 기사체와는 다른 말랑말랑한 대화 형식으로 뉴스를 정리했다.



‘어피티’ 역시 뉴스레터 서비스 첨단에 선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뉴스레터 형식은 뉴닉과 흡사하지만 ‘돈 이야기’ ‘필수 금융 정보’ ‘소비일기’ 등 경제 콘텐츠 중심으로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다. 지난 2월 3000명 선이었던 어피티 구독자는 3월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1만5000명까지 늘어났다. 최근에도 일주일 단위로 2500명씩 늘고 있는 추세다.


박진영 어피티 대표는 “영미권 사례를 보며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레터 서비스 업체에서도 마케팅용이었던 1세대 뉴스레터와 우리의 구독형 뉴스레터를 완전 별개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기업들에서 제휴 연락도 많이 온다. 저희 콘텐츠를 가져가는 데 따른 라이센스 수익이 발생하고 있고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경제 관련 유료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전문 매체인 ‘바이라인 네트워크’와 고품질 미디어를 지향하는 ‘피렌체의 식탁’도 뉴스레터를 주력 서비스로 삼고 있다. 바이라인 네트워크에선 애초 단순하게 기사 목록을 만들어 뉴스레터를 보냈지만 지난해 6월 기자들이 돌아가며 사적인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뉴스레터를 개편했다. 심재석 바이라인 네트워크 대표는 “이후 구독자 성장 속도가 이전보다 3~4배 빨라졌다”며 “메일을 열어보는 비율도 30% 안팎으로 업계 평균치보다 높다. 뉴스레터에 답장을 쓰는 독자들도 꽤 있는데, 간혹 치킨이나 술 등을 보내주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행정, 입법, 사법, 언론계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는 피렌체의 식탁도 지난해 8월 창간 이후 지금까지 1500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김하영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은 “독자 타깃 층이 좁고 명확한데도 지인 추천 등으로 알음알음 독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콘텐츠가 너무 많으면 힘들잖나. 일주일에 2개 콘텐츠만 엄선해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뉴스레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포털 위주의 뉴스 유통 구조와 SNS 홍수 속에서 뉴스레터가 소수의 자체 플랫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재석 대표는 “원래 저희 콘텐츠 주요 유통 플랫폼이 페이스북이었다. 꽤 괜찮게 노출이 됐고 거기서 비즈니스도 하려 했는데 페북 알고리즘이 바뀌면서 노출 기회가 줄어들었다”며 “자체 플랫폼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플랫폼에 의지한다면 그들의 정책이나 알고리즘에 너무 휘둘리게 될 것 같았고, 때문에 충성 독자를 늘리는 수단으로 뉴스레터를 강화하자는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뉴스레터가 다른 플랫폼과 달리 정보 전달 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것도 선택의 요인이다. 박진영 대표는 “영상은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정보량이 굉장히 적다. 어떻게든 스토리라인을 잘 짜서 담아 볼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품도 많이 들고 그 영상을 다 보게 하는 것도 정말 어렵다”며 “결국 어려운 단어는 텍스트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봤고 그래서 뉴스레터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텍스트에서 카드뉴스로, 카드뉴스에서 영상으로 진화했던 콘텐츠가 다시 텍스트로 돌아온 건데, 이전 텍스트와 달리 영상을 거치고 온 텍스트는 시각적인 부분 등에서 좀 더 볼만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이메일 어플리케이션이 깔린 점도 뉴스레터 성장의 한 요인이다. 김하영 편집장은 “이메일 앱이 신속성, 접근성 면에서 소셜미디어의 기능을 하게 됐다”며 “저희 뉴스레터를 보내면 70%의 구독자가 모바일로 메일을 읽는다”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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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와서 보는 ‘충성독자’ 잡자”… 국내 주요 매체들, 뉴스레터 주목


한겨레 ‘판을 바꾸는 언니들’ 2030 여성·여기자 접점 찾아
중앙 ‘J팟’ 등 4개 카테고리서 총 22개 뉴스레터 운영하기도


국내 주요 매체가 뉴스레터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포털과 SNS 위주의 뉴스 소비 시장에서 독자와 만나는 새로운 접점이 될 수 있고, 자사 사이트나 모바일에 찾아와 뉴스를 보는 충성독자 확보 수단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국내 주요 매체들에선 이미 해외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뉴스레터 실험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다만 뉴스레터 대부분은 아직까지 기사 큐레이션의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15개 남짓의 주요 기사를 배치해 간략하게 기사 내용을 설명하고 본문 링크를 붙이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이 대부분이다. 뉴스레터로 성장하고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명확한 타깃 △오리지널 콘텐츠 △친근감 등의 특징은 찾아보기 어렵다.


◇충성 독자 어디 있나?
특히 특정 독자를 타깃으로 삼지 못하는 종합일간지에서 이런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본사 차원이 아니라 자회사나 특정 부서에서 명확한 독자층을 두고 뉴스레터를 서비스하는 시도들이 최근 생겨나는 추세다. 지난 1월부터 ‘판을 바꾸는 언니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 한겨레에선 관련 기사 하단에 ‘구독할래요?’ 박스를 마련해두고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기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언니들’은 기존 구조에 균열을 내고 있는 2030 여성을 2030 여성 기자가 만나는 기획 시리즈다.   


박다해 한겨레 기자는 “시리즈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친한 동생에게 뉴스레터를 제안 받았고 그 의견을 반영했다”며 “기사가 한 번 나갈 때마다 30명 이상씩은 꾸준히 늘어나는 것 같고, 메일을 열어보는 비율도 평균 70% 정도로 높다. 기사에 관심이 있어서 클릭하고 이메일을 굳이 등록하는 수고로움까지 감당하는 사람은 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독자층이라고 생각해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한국일보의 합작회사인 동물 매체 동그람이도 지난 9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그람이의 지향점을 충성 독자에게 제대로 알리는 통로로 뉴스레터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영신 동그람이 대표는 “플랫폼 한 곳에선 콘텐츠의 생명력이 너무 짧다. 결국은 독자의 시간을 잡아야 하는데 판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두어 개 콘텐츠만 찍고 간다”며 “저희가 공들여 만든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전략
대부분의 언론사에선 오리지널 콘텐츠도 없는 실정이다. 똑같은 큐레이션이라고 하더라도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별도의 해석과 관점을 덧붙여 독자적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달리 언론사는 기계적으로 콘텐츠를 정리해주는 데 그치고 있다. 뉴스레터 그 자체로 독자에게 충분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중앙일보의 시도는 빛난다. 스타기자/연재기사/J팟/브리핑 등 4개 카테고리에서 총 22개의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중앙일보는 ‘미리 보는 오늘’이라는 브리핑 뉴스레터에서 하단 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대략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뉴스를 정리해 보내주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타깃 층인 IT 관련자나 관심 구독자에게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는 IT조선 역시 기사 문장에 링크를 걸어두는 식으로 꼭지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하순명 IT조선 부장은 “제가 매일 뉴스레터에 담길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며 “그대로 기사를 긁어 보내기보다 나름대로 개요를 짜서 이해하기 쉽게 정리를 하고 있다. 충성고객이 어느 정도 형성된 건 나름의 성과”라고 말했다.



‘이학영의 뉴스레터’와 ‘편집국장이 전하는 오늘의 뉴스’를 독자들에게 발송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양새다. 두 뉴스레터 모두 인사말과 함께 독자에게 기사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특히 이학영 논설실장은 기사 한 꼭지를 토대로 자신의 단상을 에세이처럼 서술한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요즘엔 포털 위주로 뉴스 유통이 되다보니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개연성이 없다. 반면 뉴스레터의 경우 독자들과 좀 더 친근감 있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이라며 “뉴스를 소비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톤으로 설명하듯 말하는 것이 우리 뉴스레터의 핵심이다. ‘오늘의 뉴스’ 같은 경우엔 신문 편집을 총괄하는 편집국장이 어떤 시각으로 당일 뉴스를 보여주는지가 독자에게 시사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레터 개편 예고한 언론사들
한계가 명확한 만큼 일부 언론사에선 조만간 뉴스레터 서비스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 각각 10개와 15개 기사의 간략한 설명 및 링크가 달려 있는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조선일보는 향후 관심사별로 뉴스레터를 다양하게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강태경 조선일보 디지털전략실 과장은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사례를 충분히 분석하고 있고 뉴스레터를 중요한 디지털 전략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며 “발송 시스템 검토 및 독자들의 관심사와 행동 데이터를 파악해 구독자가 원하는 뉴스를 보낼 계획도 갖고 있다. 향후 그룹사 행사들과 엮어 패키지 형태의 상품을 만드는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말부터 ‘굿모닝 썸’이라는 뉴스레터를 발송해왔던 서울경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강재희 서울경제 팀장은 “회사당 하나의 뉴스레터를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에 해외 사례를 보면 여러 탬플릿을 가지고 있더라”며 “패턴을 달리 해서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것뿐만 아니라 간헐적으로 뉴스레터를 보내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실제 개발은 올 하반기쯤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뉴스레터 서비스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한 경제지 뉴스레터 담당자는 “뉴스레터 서비스가 미국에서 잘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환경이 좀 다르다”면서 “우리나라는 메일보다 통화나 문자, 카카오톡으로 정보를 받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메일은 업무용 아니면 대부분 스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육근영 중앙일보 컨버전스팀장도 “뉴스레터 서비스가 진짜 이용자들에게 스며들고 있는 도구인지, 아니면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한다고 하니 모두 다 시도해져서 유명해진 건지 모르겠다”며 “뉴스레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을 잡기 위한 구독 서비스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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