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수놓은 '삽질, 김복동, 불숨'… 언론인 작품이었다니

다큐 형식으로 주목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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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폐막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가 여러 편 상영됐다. 그 중엔 ‘삽질’, ‘김복동’, ‘불숨’ 등 언론인들의 작품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을 파헤친 ‘삽질’은 김병기 오마이뉴스 기자가 연출한 영화로 지난 12년간 오마이뉴스의 상근기자와 시민기자들이 쓴 4대강 관련 기사 몇 천건을 쏟아 부어 만들었다. 김병기 기자는 “2017년 뉴스타파가 제작한 ‘공범자들’을 보면서 우리도 그동안 취재해왔던 내용을 텍스트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애초 다섯 편의 미니다큐를 계획했는데 1편을 올리자 영화사에서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연락이 왔다. 우선 다섯 편을 다 만든 후에 지난해 초부터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병기 오마이뉴스 기자가 감독한 영화 ‘삽질’

▲김병기 오마이뉴스 기자가 감독한 영화 ‘삽질’


이명박 정부 시절 PD수첩 작가로 탄압받았던 정재홍 MBC 작가와 미니다큐 다섯 편을 감독한 안정호 기자, 또 4대강을 물심양면 취재했던 김종술, 이철재, 정수근 시민기자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됐다. 덕분에 삽질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김 기자는 “이른바 4대강 부역자들과 인터뷰하기 위해 며칠 밤을 기다리고, 또 증언을 이끌어내는 과정들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다”며 “그러나 기자들의 헌신적인 취재, 지난 12년간 지속적으로 보도했던 기록을 관객들이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선 2015년과 2016년 ‘친일과 망각’ ‘훈장과 권력’ 등을 연출한 송원근 뉴스타파 PD가 정의기억연대와 공동 기획한 다큐영화를 출품하기도 했다. 여성인권운동가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 ‘김복동’이다. 송원근 PD는 “애초 영화화를 생각한 것은 아니고 김복동 할머니의 생애를 돌아보는 40분짜리 다큐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10월에 미디어몽구님이 연락을 주셨다”며 “김복동 할머니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관련 영상을 남겨놓고 싶다고 하시더라. 이후 미디어몽구, 정의기억연대와 논의한 끝에 1992년부터의 기록을 모두 제공받아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송원근 뉴스타파 PD의 ‘김복동’

▲송원근 뉴스타파 PD의 ‘김복동’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얘기에 국한되기보다 최근 인권운동가, 평화활동가로 변신한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 송 PD는 “전쟁의 피해자로만 기억될 게 아니라 그런 아픔을 딛고 전 세계를 돌며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호소했던 할머니의 모습을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며 “지난 30년간 할머니의 처절한 활동을 보면서 아마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혀 자신이 몰랐다는 걸 느낄 것이다. 이 영화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경북일보 기자로 짧게 활동한 고희영 감독도 이번에 대한민국 도예 명장인 도천 천한봉 선생과 그의 기술을 익히려는 딸의 시간을 기록한 다큐영화 ‘불숨’을 선보였다. 고 감독은 “기자 시절 문화 쪽에 관심이 있어 그 주변을 취재하고 다녔는데 당시 그릇 잘 만들기로 소문난 분이 천 선생이었다”며 “20여년이 지나 우연히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아직도 자신의 그릇을 만들지 못했다는 말에 확 꽂혔다. 도대체 무슨 그릇이기에 그러실까, 그 곁에서 햇수로 6년간 촬영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희영 감독의 ‘불숨’

▲고희영 감독의 ‘불숨’


그릇은 인생이었다. 명장을 계속 관찰하면서 고 감독은 누구나 자기 마음속에 그릇 하나를 빚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고 감독은 “결국 그릇을 얻으려면 불을 견뎌야 하는구나, 그 불은 시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나는 몇 도짜리 불을 견뎌내고 있나’ 거기까지 느껴주신다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세 영화는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삽질’은 올 하반기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고, ‘김복동’은 위안부 기림일인 8월14일 즈음에 개봉 예정이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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