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기자 "며칠을 고민해 썼는데, 왜곡한 인터뷰라니"

민언련, 민주당 의원실서 제보받아 쓴 '인터뷰 왜곡' 보고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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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이 자사의 기사를 왜곡 기사라고 비판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실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발단은 지난 4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표한 ‘찬핵을 위해서라면 독일사람 인터뷰도 왜곡할 수 있어’란 제목의 모니터보고서였다. 민언련은 이 보고서에서 독일의 에너지 전문가 3인을 인터뷰한 서울경제 기사에 대해 “전형적인 ‘찬핵 기사’”라고 주장하며 “하지도 않은 말은 붙이거나 제멋대로 해석해 누더기 기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사는 지난달 29일 서울경제 5면 머리기사로 게재된(온라인은 28일) ‘에너지믹스, 해외서 배운다<사진>’는 주제의 기획 기사 중 하나로 독일의 에너지 전문가 3인을 인터뷰한 기사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공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관련해 우리보다 먼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행한 독일의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조언을 듣자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서경 측은 밝혔다. 민언련은 해당 기사가 인터뷰 내용을 왜곡했다는 제보를 받고 모니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보한 쪽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었다.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성환 의원실 측에서 기사에 등장한 3명에게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는 이메일을 보낸 뒤 이에 대한 2명의 답변서를 민언련에 제공했고, 민언련은 이를 바탕으로 검증과 분석에 나선 것이다. 민언련은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기사로 작성하고, 팟캐스트로도 녹음해 유튜브 등에 올렸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가짜뉴스 전담반’이란 코너에 출연해 이 보고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쓴 강광우 기자는 보고서야말로 사실 왜곡이며, 자신과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언련이 오히려 기사에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워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옹호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강 기자와 서경 측은 민언련과 김성환 의원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언련은 보고서와 팟캐스트를 삭제한 뒤, 지난 9일 ‘왜곡 논란에 휩싸인 서울경제 독일 탈핵 전문가 인터뷰 보도’란 제목의 수정 보고서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팟캐스트도 재녹음했다. 수정 보고서에서는 서경의 반론과 이에 대한 김성환 의원실의 재반론이 포함됐다. 이봉우 민언련 모니터팀장은 지난 9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비평을 하는 입장인 만큼 기자들이 상처를 입거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찬핵’ 프레임을 위해 전문가 인터뷰를 왜곡했다는 애초 비평의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수정 보고서는 단순히 반론만 포함된 것이 아니다. 표현의 수위가 달라졌을 뿐 아니라 인터뷰가 왜곡됐다고 비판했던 2명 중 1명에 관한 내용이 아예 빠졌다. 해당 인터뷰이인 슈미트 독일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왜곡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슈미트 위원장은 강 기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오히려 잘못 해석하고 싶어 했던 쪽은 김성환 의원실 측이었다”고 전했다.


직접 독일에 메일을 보냈던 김 의원실의 장재현 비서관은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악의적으로 대응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여전히 그 기사는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을 전공한 전문가라고 밝힌 장 비서관은 “(슈미트 위원장과 달리) 피셰디크 독일 부퍼탈연구소 부소장은 기사에 자신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고, 서경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문제제기는 변함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인터뷰를 할 때 어느 부분을 강조할지는 기자의 재량이지만, 오해가 생긴 부분들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기자는 “독일에서 에너지 믹스와 관련된 교훈을 얻기 위해 한국 정부가 참고할 만한 비판적인 시각을 주로 담았고, 지면 사정상 모든 의견을 담을 수 없었다고 피셰디크 부소장에게 설명했다”면서 “능력 부족으로 발언의 뉘앙스나 놓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했고, 이해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강 기자는 “녹취록에 모든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고, 확인도 해줄 수 있다. 절대 그분들이 하지 않은 말을 쓰지 않았고, 그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독자들에게 쉽고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 며칠을 고심해서 썼다”면서 “보고서를 내기 전에 나한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반론권도 주지 않고 왜곡 기사로 매도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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