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심한 여성 사진 '키워드별' 정리해 올리는 언론사들

연예인 사진에 자극적 제목... "해당 언론사 신뢰 떨어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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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 강상우씨는 기사를 검색하다 한 종합일간지의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불쾌함만 느끼고 나와야 했다. 온라인 기사 주변에 노출이 심한 여성의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마치 내가 이런 사진을 보러 들어왔다는 오해를 받을 것 같았다”며 “홈페이지에서 기사 읽기가 꺼려지고 해당 언론사에 신뢰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언론사가 여성의 몸매를 부각한 사진과 자극적인 제목을 홈페이지에 배치해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노출이 심한 여성 연예인과 유명인의 사진을 모아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 온라인 기사 옆이나 홈페이지 첫 화면에 두는 식이다.


아시아경제 홈페이지의 포토·영상 섹션에는 ‘몸매종결자’, ‘착한 글래머’ 등 이슈 키워드별로 여성 유명인 사진이 정리돼 있다. 세계일보 홈페이지에는 노출이 심한 여성의 사진이 모여있는 ‘인기 핫 갤러리’라는 코너가 있고 서울신문처럼 홈페이지 첫 화면에 여성 유명인의 몸매가 부각 된 사진을 배치한 경우도 있다. 여성 연예인 사진에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곳도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무대 위 아이돌 사진에 ‘노출 사고 날 듯한 무대의상’을, 경향신문은 행사장에 참석한 여성 연예인의 사진에 ‘볼륨감 있는 몸매, 아찔’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모두 사진에 담긴 맥락과 상관없이 여성의 몸만 부각시킨 제목들이다.


언론사들은 자극적인 사진과 제목을 홈페이지에서 배제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경제지 관계자는 “언론사가 홈페이지에 선정적인 사진을 굳이 배치하는 건 수익과 관련해 분명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이 홈페이지에 선정적인 사진이 모여있는 별도의 섹션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동종업계에서 큰 변화가 없는 한 없애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선정적인 사진은 연예부나 연예매체가 주로 올리는데 홈페이지 편집·관리하는 부서라도 이런 사진을 일률적으로 판단해 빼기는 어렵다”며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위해 연예 이슈에 관한 사진도 홈페이지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은 선정적 사진과 제목을 배제한 채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의 사진·영상 섹션에 들어가도 여성 연예인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 카테고리에는 사회·정치·국제 등 주제별로 중요한 사안에 대한 사진이 정리돼 있고 자사의 사진 칼럼 코너가 들어가 있다. 이세영 조선비즈 부장은 “원래 조선닷컴에는 과도한 노출 사진 등 선정적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며 “조선일보의 콘텐츠만 싣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라넷 폐쇄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을 통해 뒤틀리고 왜곡된 성적 소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사가 독자들에게 준 포르노물을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언론사는 여전히 독자들을 오인해 홈페이지에 선정적인 사진을 걸어놓으면 독자가 저절로 올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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