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진미위 "과거 사측이 노조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

과거 KBS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 조사 보고서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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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가 과거 KBS 사측이 지속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2008년 노조 선거에 개입한 것은 물론 2014년 길환영 사장 퇴진 촉구 파업 때 간부들이 집단적으로 파업 비난 성명을 게시하는 등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진미위에 따르면 2008년 8월27일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그 해 11월24~28일 치러진 KBS노동조합 제12대 위원장 선거에는 모두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선거 결과 이병순 사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선명하게 내세우면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의 지지를 받은 기호 4번 김 모 후보가 34.7%로 1위를 했고, 당시 정연주 사장 퇴진운동을 했던 기호 1번 강 모 후보가 30.9%로 2위를 했는데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가 실시됐다.


KBS노조 제12대 정.부위원장 선거 개표 현장.

▲KBS노조 제12대 정.부위원장 선거 개표 현장.


진미위는 그러나 “이병순 사장을 강하게 반대했던 김 모 후보가 1위를 하자 위기감을 느낀 경영진이 통상적으로 12월에 시행하던 연말 지역 위문을 이례적으로 급히 앞당겨 결선 투표 하루 전인 11월27일 전격 시행했다”며 “조사 결과 일부 경영진들이 위문을 명분으로 지역국을 나누어 순회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노조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복수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노조 조합원 분포에서 다수를 차지하던 방송기술직의 최고위직이었던 김 모 기술본부장은 강릉, 원주방송국의 기술 선임 직원을 춘천총국으로 출장을 오게 해 구내식당에 모아놓고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것을 요구했고, 간부회의에서도 노조선거에 대한 대책이 빈번하게 논의됐다”고 밝혔다.


진미위에 따르면 노조 선거 개입으로 인해 결국 결선투표에선 순위가 역전돼 50.2%를 득표한 강 모 후보가 48.5%를 얻은 김 모 후보를 66표의 근소한 차로 이겼다.

 

진미위는 “이러한 선거개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조 노동조합 운영 지배개입’을 위반한 것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고 단체협약 제19조 ‘부당노동행위 금지’에도 위반된다”며 “하지만 공소시효기간인 5년을 경과해 법적 처벌은 가능하지 않다. 위 사례는 KBS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측의 노골적인 노조선거 개입으로, 이로 인해 노조의 분열과 극심한 노노·노사 갈등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KBS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진미위는 2014년 노조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간부들이 집단 성명을 게시한 것도 문제로 삼았다. 당시 KBS에선 김시곤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을 폭로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었다. 진미위는 “그러자 KBS 사측 임원과 국부장급 간부들이 파업을 비난하거나 업무복귀를 종용하는 성명서를 일제히 사내게시판에 올렸다”며 “총 33건의 성명서가 게시됐고 모두 77명의 간부가 연명을 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14년 6월3일 서울 청계천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14년 6월3일 서울 청계천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진미위가 당시 연명을 한 간부들을 면담 조사한 결과, 자신이 동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성명서에 이름이 올라간 경우도 있었고 성명서가 나간 다음에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진미위는 “연명을 거부한 모 센터의 국장은 보직에서 해임됐다. 이 국장이 보직 해임된 사유는 특정할 수 없으나 상급자인 모 센터장이 길환영 사장에게 이 국장의 연명 거부 건을 직보했고 보직해임 의견을 전달했다는 복수의 진술이 있었다”며 “파업을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 간부들을 독려해 파업을 비난하거나 업무 복귀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행위는 노조법의 노동조합 운영 지배, 개입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미위 보고서에선 KBS 방호를 담당하고 있던 안전관리실의 일부 간부들이 2004년 경부터 2010년까지 소속 청원경찰 대원들의 사내 정보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면서 사내 게시판에 댓글을 달거나 추천, 찬반을 표시하는 등 사이버 여론 조작을 시도했던 정황도 밝혀졌다.

 

이들은 2010년 7월 언론노조 KBS본부의 임단협 파업때 파업을 비난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하기도 했는데 당시 댓글을 썼던 대원들을 진미위가 면담한 결과 복수의 대원들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본인의 이름으로 댓글이 작성됐거나,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댓글을 달고 ‘추천’을 눌렀다고 진술했다. 또 이러한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 대원들에게는 근무 배치와 근무 고과를 불리하게 주거나 비연고지에 발령 내는 등 여러 형태의 불이익이 가해졌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안전관리실에서 청원경찰들의 사내게시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강압적으로 수집, 관리하고 대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파업을 비난하는 등의 여론조작에 사용한 행위는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제324조(강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고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현행법상 공소시효(7년)를 경과해 법적 처벌은 불가능하다. 또한 사측의 개입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명확히 단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그러나 이러한 부당노동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연수원이 조사 결과를 향후 직원 교육에 활용할 것을 사장에게 권고했다. 또 2014년 보직 간부들의 집단 성명 게시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5년)가 지나지 않았으므로 필요시 감사실의 추가 감사를 통해 처분 조치를 할 것도 권고했다. 


한편 진미위는 지난 12일 제10차 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과거 KBS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 조사보고서를 채택·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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