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퍼스트가 바꾼 언론사 편집회의 풍경

오전 지면회의 않고, 횟수·참석인원 축소… "시대의 변화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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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뉴스 제작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편집회의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강화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편집회의 참석 인원을 줄이거나 오전에 지면계획안을 짜지 않는 식이다. 달라진 편집회의 시스템으로 기자들의 업무 패턴도 달라질 수 있을까. /한국일보 제공

▲신문·방송뉴스 제작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편집회의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강화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편집회의 참석 인원을 줄이거나 오전에 지면계획안을 짜지 않는 식이다. 달라진 편집회의 시스템으로 기자들의 업무 패턴도 달라질 수 있을까. /한국일보 제공


언론사 편집회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지면 마감과 정시 뉴스에 맞춰진 제작시스템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바꾸려는 움직임 속에서 편집회의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편집회의는 종합일간지를 기준으로 하루에 3차례 열리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오전 10시, 오후 2시, 저녁 6~7시쯤이다. 오전회의에 참석한 국장, 부국장(에디터), 부장들은 주요 이슈를 선별하고 지면계획을 짠다. 편집회의 결정에 따라 기자들은 자신이 발제한 아이템이 어느 면 어떤 위치에 배치됐는지, 몇 매로 배정됐는지 확인하고 지면 마감 시간에 맞춰 기사를 써왔다.


언론계에 디지털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편집회의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편집회의 횟수를 줄이거나 참석 인원을 축소하고, 오전에 지면계획안을 짜지 않는 식이다. 디지털 중심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업무 효율성까지 높이려는 시도다.


한 종합일간지 취재부서 부장은 “편집회의가 언제 어떻게 열리느냐에 따라 모든 기자의 업무 프로세스가 달라진다”며 “최근 여러 언론사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편집회의 방식을 바꾸는 걸 보며 시대의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편집회의가 기자들의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다 보니 조직 개편과 맞물려 편집회의 운영도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지난해 7월 중앙일보는 편집국을 ‘에디터·팀장 체제’로 개편하면서 편집회의를 콘텐츠제작·유통, 지면제작으로 분리했다. 오전·저녁엔 편집국장, 에디터들, 디지털실장 등이 모여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논의하고, 오후엔 편집국장과 논설실장, 편집인 등이 별도로 지면제작 회의를 한다.


SBS도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부서·출입처의 벽을 허무는 ‘대부제’와 에디터제를 도입하고 팀장(부장)은 편집회의에 참석하지 않도록 했다. 데스크에게 업무에 집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서경채 SBS 뉴스혁신부장은 “과거 부장들이 참여했던 편집회의에 비해 인원이 줄었다”며 “보도국장과 에디터 4명, 편집담당인 8뉴스부장, 8뉴스부 소속 평기자만 회의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신문사에선 오전회의 때 지면계획을 잡지 않는 곳이 생겨났다. 세계일보는 지난달에 금요일 오전 편집회의를 없앴다. 일단 그날만큼은 디지털에 집중해보자는 취지다. 지난해 말부터 국민일보에서는 편집국장과 부국장들, 디지털센터장만 오전회의에 참석해 그날의 이슈를 점검한다. 지면계획은 부장들도 참여하는 오후 2시 회의에서 처음 논의된다. 오종석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디지털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회의 운영 방식”이라며 “오전에 국장단은 큰 틀에서 어떤 뉴스가 중요한지 토론하고 방향을 잡는다. 이때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부장들에겐 디지털 콘텐츠를 챙기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역시 지난 1월 말부터 오전에 지면계획 회의를 하지 않는다. 편집국장과 1부문장(정치·국제), 2부문장(사회·문화), 3부문장(경제·사회정책·노동·복지), 신문부문장(지면제작), 부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오전회의는 부서별 주요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다. 오후·저녁회의에는 편집국장과 4명의 부문장만 참석해  지면계획을 결정한다. 한국일보는 두 달간 운용한 편집회의 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성철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편집회의 개편 이후 더욱 품질 높은 콘텐츠가 만들어졌는지, 단순한 어뷰징이 아니라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기사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선택받았는지 살펴보려 한다”며 “업무 변화로 기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거나 생산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도 파악해 문제를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한국일보와 비슷한 방식으로 편집회의를 운영했던 한겨레는 최근 다시 오전회의에서 지면계획을 잡는다. 지면안이 오후에 확정되면서 기사 마감뿐 아니라 교열, 편집 등 전체적인 신문제작 공정까지 늦어진다는 내부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이재명 한겨레 공정개선부국장은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전 회의 때 지면계획을 잡고 일선 기자들에게도 공지하는 쪽으로 미세 조정했다”며 “그사이 디지털 대응 프로세스는 정착됐다고 본다. 디지털 강화라는 큰 전략을 두고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하는 중이라 앞으로도 끊임없이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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