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부터 막내까지 "변해야 산다"… 혁신, 조직개편 계속

디지털 대응법 마련 차원 넘어 조직구조·업무체계까지 총체적 변화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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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계에서 ‘혁신’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2014년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국내에선 혁신이란 단어가 닳고 닳도록 쓰이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혁신 작업이 있었지만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 5년간 기자들은 혁신의 효과를 체감하기보다 변해야 산다는 위기감을 더 자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언론사들은 올해도 혁신을 위한 시도를 이어간다. 단순히 디지털 대응이 아니라 조직구조와 업무체계 등을 개편해 생존 전략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전담부서나 전략팀을 새로 만들고 혁신·개편TF를 꾸리고 있다.


서울신문은 올 초 편집국장 직속으로 디지털미디어센터를 신설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 개발, 마케팅 등 5개 부서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은 것이다. 지난해부터 소셜미디어랩을 출범하는 등 디지털을 강화하고 있는 서울신문은 디지털 부서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박홍환 서울신문 디지털미디어센터장은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디지털 부서들을 통합관리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디지털 중심인 미디어 생태계에서 종이신문사들은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센터도 이런 흐름에 맞춰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도 편집인 산하에 디지털전략팀을 올해 새로 배치했다. 전략팀은 매주 열리는 편집인 주재 회의에서 당장 구성원이 논의해야 할 의제를 던지고 실행안을 제시한다. 디지털 기사에 맞는 제목을 달아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누가 어떻게 기자들을 교육할 것인지,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목을 메뉴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편집국 업무 시스템도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됐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4일부터 오전 부장단 회의에서 지면계획을 잡지 않는다. 기자들이 지면에 연연하지 않고 발제한 기사를 바로 디지털로 출고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사 분량을 4가지로 정형화하고 뉴스1~3부문장과 신문부문장을 새로 뒀다. 편집국장과 부문장들만 참여하는 오후 회의에서 지면계획을 짜고 일선 기자들에겐 이를 공유하지 않는다. 종합일간지 중에선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이와 비슷한 선출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성철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오늘 아침에 정한 기사를 내일 아침에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궁금해 할 때 제때 내보내자는 것”이라며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당장은 어렵고 혼란스럽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조금씩 바꿔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큰 틀의 디지털 전략을 세우기 위해 이제 막 발걸음을 뗐다. 지난달 중순 편집인, 편집국 부국장, 논설위원, 디지털뉴스센터장, 뉴미디어 실무자, 주니어 기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TF가 활동을 시작했다.


김진홍 국민일보 편집인은 “디지털 시대에선 더 이상 신문사가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좋은 콘텐츠는 무엇인지, 이를 만들기 위해 조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아직 일주일에 한 번 만나 공부하는 단계라 TF 운영의 결과물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CBS는 ‘지속가능한 CBS’를 목적으로 노사 혁신TF를 운영 중이다. 조직 개편과 인사제도 개선, 조직·인사의 혁신을 통한 생존 기반 구축이 목표다. 직군별 대표위원 7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상근하며 혁신안을 논의해왔다. 이달 중 초안을 마련한 뒤 사내 공청회를 열고 다음달 초 최종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혁신TF 팀장인 도성해 CBS 기자는 “구성원을 인터뷰하면서 무엇을 바꾸고 혁신해야 하는지 토론하고 있다”며 “탐사보도와 기획취재 역량 강화, 시사 프로그램과의 협업을 통한 경쟁력 확대 등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혁신안이 적용돼 조직의 변화가 실제로 이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부의 반발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큰 숙제다. 사내 혁신안 작업에 참여했던 한 기자는 “안팎에선 혁신을 외치지만 결국 혁신의 대상인 사람들이 혁신안을 실행해야 하는 구조”라며 “혁신 작업이 더디더라도 다시 익숙한 길로 돌아가기보다 새로운 길로 가보자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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