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언제까지 기자에게 부수 확장 시킬건가

[컴퓨터를 켜며] 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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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영 기자협회보 기자.

▲강아영 기자협회보 기자.

지난 9일 카카오톡에서 지라시 하나가 돌았다. ‘모 신문사에서 부수 확장 안 한 사람 명단을 회사벽에 붙여 기자들 짜증이 폭발했다’는 내용이었다. 확인해보니 모 신문사가 실제 기자들 명단을 회사벽에 붙인 건 아니었지만 지라시를 접한 기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황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 기자들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우린 일상인데 왜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이상한 거냐”고 되묻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우리는 이름뿐만 아니라 전 직원의 목표부수, 실적까지 다 공개한다”고 또 다른 실태를 폭로한 기자도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지역 유력 일간지 기자들이었다. 한 기자는 “수습 끝나자마자 ‘10부 해오라’고 지시하는 데스크가 있었다”면서 “은근히 압박으로 다가와 결국 내 돈 주고 내 집, 부모님 집, 친구 집 등에 신문을 돌렸다”고 말했다. 부수 확장이 자율 영역을 넘어 기자 업무 중 일부가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부수 확장은 과연 기자의 책무일까. 의외로 책무라고 생각하는 기자들이 일부 있었다. 이들은 신문을 만드는 회사에서 그 구성원인 기자 역시 신문을 팔 수 있다고 얘기했다. 게다가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공개해야 하는 신문사의 어려움과 함께 신문 산업이 날로 쇠퇴해가고 있는 요즘 생존을 위해, 또는 콘텐츠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기자가 구독을 권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은 더 컸다. 애당초 부수 확장은 판매국이 할 일로, 신문사가 기자들에게 압박을 가해선 안 되는 영역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었다. 가뜩이나 온·오프라인 대응에 정신없는데 신문까지 확장해야 하냐며, “우리는 영업사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도 많았다.


실적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기업 등 출입처에 구독을 강요하는 행태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 기자도 있었다. 한 기자는 “처음이야 친인척, 지인의 영역 안에서 부수를 확장하지만 매해 확장대회가 거듭되고 이것이 은근한 압박이 되면 출입처에 구독을 떠넘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신문사들이 부수를 확장해도 충성도 높은 구독자 확보, 신문사의 영향력 확대와 동 떨어진 결과만 낳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였다.


게다가 미디어 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부수 확장으로 신문사가 달성할 수 있는 지점들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 신문을 직접 만지며 기사를 읽는 독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쇠퇴하고 있는 신문 지면에 매달릴 게 아니라 더 다양한 시도, 더 많은 실패를 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이 정답인지 몰라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확실한 건 지금, 기자들이, 부수 확장에 매달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시적인 확장대회도 바뀌어야 한다. 확장대회를 통해 모래알 같은 고객을 얻는 것보다 지금 있는 독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확장대회가 필요하다면 기자가 아니라 충성도 높은 독자를 대상으로 열거나 별도로 신문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부수를 확장해 신문 광고비를, 관리비를 벌어들이는 비즈니스 모델은 영원할 수 없고, 이제 유효하지도 않다.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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