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사 "여현호 전 기자 청와대행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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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노사가 9일 여현호 전 한겨레 선임기자의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임명과 관련 당사자와 청와대에 유감을 표명했다.


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는 이날 청와대의 여 비서관 임명 발표 직후 설명을 내고 “권력을 감시하던 언론인이 하루 아침에 권력 핵심부의 공직자로 자리를 옮겼다. 한겨레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직에 있는 동안 공정한 감시자로서 언론인의 구실을 아무리 잘 수행했더라도, 하루 아침에 권부로 자리를 옮긴다면 지난날의 글조차 공정했는지 의심받기 쉽다. 그런 의심을 살만한 일은 애초 피해야 한다는 게 우리가 줄곧 견지해 온 윤리준칙”이라며 “여 전 선임기자의 청와대행이 한겨레가 ‘언론인 윤리에 어긋난다’고 줄곧 비판해 온 행태에 해당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윤도한(앞줄 오른쪽부터) 신임 국민소통수석, 강기정 신임 정무수석,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이 임종석 비서실장의 인사 발표를 듣고 있다. (뉴시스)

▲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윤도한(앞줄 오른쪽부터) 신임 국민소통수석, 강기정 신임 정무수석,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이 임종석 비서실장의 인사 발표를 듣고 있다. (뉴시스)

현직 언론인을 발탁한 청와대에 대해서도 비판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권력의 현직 언론인 공직 발탁은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허물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 이번 일은 현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언론을 인재 풀의 하나로만 가볍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현 정부 청와대에도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전했다.


한겨레신문 사측도 이날 같은 논지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한겨레신문은 현직 언론인의 정부 및 정당의 공직으로의 이직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며 “소속 기자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여 전 선임기자는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했다. 부서 동료들이 만류했지만 8일 오후 청와대 비서관 인사검증에 응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한겨레신문은 전날 제출된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회사는 “한겨레신문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여 전 기자에게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언론기관에 몸 담았던 여 전 기자가 퇴직에 이은 최소한의 숙려 기간 조차 없이 사실상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이직한 데 대해 당사자와 현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현 정부 역시 언론인의 역할과 독립성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8일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되며 MBC 노조(언론노조 MBC본부)에서도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 매우 유감스럽다’는 성명이 나온 바 있다.


MBC본부는 윤 수석이 2018년 12월31일자로 명예퇴직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직전까지 회사에서 보직을 맡거나 일하다가 곧바로 청와대로 간 경우와는 다르긴 하지만, 사실상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직행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언론과 권력이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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