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개 직능협회 "과감한 인적쇄신만이 살 길"

양승동 사장 취임 축하하며 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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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KBS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2일 KBS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KBS직능협회가 양승동 KBS 사장의 연임에 부쳐 KBS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인적쇄신과 개혁 작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기자협회, PD협회, 방송기술인협회 등 KBS의 9개 직능협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양승동 사장의 연임 임기가 시작됐다.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도 “현실의 답답함은 생각만큼 쉽게 극복되지 못했다. 킬러콘텐츠의 부재 속에 새 프로그램들은 정확한 전략에 따른 제작이라기보다 각자도생식의 힘겨운 제작에 급급해하고 있고, 시청률과 신뢰도는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며 “따뜻한 축하와 함께 매몰찬 당부를 하려 한다”고 밝혔다.


직능협회는 현재 KBS의 문제가 비전의 부재,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인사, 늦어지는 조직개편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하나 된 내부 동력을 이끌어낼 것 △자율, 창의, 효율의 조직으로 서둘러 바꿀 것 △편성과 전략, 기획은 역량을 강화할 것 △부적절한 경영진과 관리자를 쇄신할 것 등을 당부했다.


직능협회는 “생존을 위한 합리적 해법은 모두가 양보 협력해 전력질주 하는 것 뿐”이라면서 “각자의 모든 일에 공영방송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려는 정성을 깃들여야만 한다. 5000 구성원들이 희망을 품고 잠재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결단력, 내용 있는 소통, 원칙 있는 화합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 전문.


- 양승동 사장 취임을 축하하며–
신속한 조직개편과 과감한 인적쇄신만이 KBS의 살길이다!


양승동 KBS사장의 연임 임기가 시작되었다.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방송법이 정한 3년의 임기 보장으로 이제는 안정적으로 KBS를 경영할 수 있게 되었다. 올 초 KBS인들은 오랫동안 수렁에 빠져 있던 KBS가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약할 것이란 희망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양승동 사장 취임 후 KBS내의 퇴행적 관행은 사라졌고 개혁의 의지 또한 넘쳤다. 보도와 프로그램은 제작 자율성이 구현되면서 공정성, 공영성이 진전되었음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현실의 답답함은 생각만큼 쉽게 극복되지 못했다. 킬러콘텐츠의 부재 속에 새 프로그램들은 정확한 전략에 따른 제작이라기보다는 각자도생식의 힘겨운 제작에 급급해하고 있다. 시청률과 신뢰도는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 이는 비젼의 부재,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인사, 늦어지는 조직개편이 낳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결국 장기간 진행됐던 적폐청산파업투쟁을 통해 고양될 대로 고양된 KBS개혁의 에너지는 허무하게 휘발되어 버리고 냉소와 무기력이 만연해 있다. 8개월이라는 시간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양승동 사장이 보여준 경영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이 그 밑바탕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따뜻한 축하와 함께 매몰찬 당부를 하려 한다.


하나 된 내부 동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개혁은 언제나 쉽지 않고 기득권 유지와 관성은 생각보다 크다. 올 한 해만 해도 수백억의 영업적자가 예상되고 내년에는 적자폭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득이하게 가용자원의 선택과 집중으로 어느 한 쪽은 양보와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유능한 지도자는 미래비전을 제시하면서도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뛰도록 공감, 소통하는 노력에 훨씬 큰 비중을 둔다. 모든 영역을 다 잘하겠다는 공허한 경영계획, 정치 과잉화 된 노사/노노 관계, 직종 및 세대 갈등, 이러한 갈등과 냉소주의를 파고드는 구악들의 필사적 생존본능은 개혁과 생존을 막아서는 큰 장벽이다. 지난 8개월을 돌아보면 개혁의지를 관철시키기에는 미흡했다. 비판에 겸허하지 못했고 고언에 너그럽지 못했다. 도덕적 우월감이나 조급함 때문에 설득과 합의에 소홀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보길 바란다. 의사결정구조가 정형화되면서 그들만의 상위리그가 되고 있지 않는가도 돌아보아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활발한 의견개진이나 토론의 장이 사라지고 침묵만이 흐르고 있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보자. 경영진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구성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충고를 원칙 없는 탕평을 주장한다고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KBS내부의 적폐청산과 혁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만 차별로 다투는 게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 목표를 향해 하나가 되는 지도력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자율, 창의, 효율의 조직으로 서둘러 바꿔라!


새로운 시대가 왔음에도 바뀌지 않는 조직구조 때문에 지난 8개월 동안 모든 개혁들이 질곡당해 왔음을 경영진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양승동 사장도 취임사에서 “효율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만들고 인력과 예산도 콘텐츠 중심으로 상반기 중에 재편 하겠다” 고 밝혔다. 대환영이다. 하루빨리 ‘방송 콘텐츠 강화’와 ‘효율성 극대화’에 방점을 둔 콘텐츠 중심조직으로 쇄신해야 한다. 방대해진 보직자로 인해 내외부의 비판은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보직자만큼 현업의 일손은 줄어들고 현장은 피폐해졌다. 조직은 세분화되고 책임자는 많은데 정작 의사 결정은 느려 터졌다. 위인설관, 옥상옥, 불필요한 자리는 없애고 줄여라. 자리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방송을 위한 조직으로 바꿔라. 자율과 창의, 실험적 도전, 신속한 의사결정은 증진시키고, 비효율과 낭비, 답답한 의사결정은 제거해야 한다. 조직 개편 시기도 내년 상반기라고 했지만 콘텐츠 강화와 효율성만 바라보고 움직이면 더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하다. 최대한 서두르기 바란다.


편성과 전략․기획은 역량을 강화하라


지난 8개월을 돌아보면 편성의 아쉬움이 제작보다 적다고 할 수 없다. 어제 양승동 사장은 취임사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로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겠다” 고 다짐하고 “온라인, 모바일을 통한 도달률을 제고하여 지상파 중심의 공영방송 개념을 넘어 공영미디어로 진화하겠다” 는 KBS의 전략 방향을 밝혔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편성전략으로 이런 목표를 달성하고 격렬한 경쟁을 버텨낼 수 있을지 돌아보자. 편성의 중심은 지금같이 비용절감에 방점이 찍히는 소극적 전략을 넘어 집중과 선택으로 과감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신규 프로그램 신설시 엄격하고 공정한 결정, 결정된 프로그램에 대한 과감한 지원, 그리고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혹시나 경도된 방향성, 눈치보기, 나눠먹기식의 안이한 편성은 없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재정수입의 원천인 예능, 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획, 편성, 제작, 광고/유통판매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편성은 완전히 변모해야 한다.


그리고 전략․기획부서도 지난 8개월 동안 KBS의 두뇌이자 심장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방송환경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한발 빠른 결단, 강력한 추진력으로 KBS의 정상화를 이끌었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콘텐츠 경쟁력을 올려서 수익을 늘리고 이를 다시 콘텐츠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구조를 이루겠다” 는 양사장의 취임사가 또 다시 공허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기획부서의 쇄신을 통한 조직정비와 위상을 재정립해야한다, 이를 통해 인력, 예산 등 모든 리소스가 콘텐츠 중심으로 조직 전체에 효율적이고 역동적으로 흐르도록 제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내용으로 소통하는 노력에 좀 더 적극적이지 않으면 공론은 사라지고 정책은 구성원과 괴리될 수 밖에 없다.


부적절한 경영진과 관리자를 쇄신하라!


양승동 사장은 어제 취임사에서 KBS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명확하고 정확하게 밝혔다. 그런데 인적쇄신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 지금 비대칭 불공정 미디어 환경과 글로벌 자본력 앞에서 지상파방송은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종편․상업미디어와 차별적 규제를 받고 있고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글로벌 OTT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능동적으로 장기적 종합플랜과 추진전략을 만들어 대처해야 할 집행기관이나 담당부서는 과연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스럽다. 뿐만 아니다. 자질과 성실함도 부족하면서 돌출행동마저 하는 보직자, 어이없는 조직운영으로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관리자, 관성과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며 혁신의 걸림돌이 되는 간부로 인해 근무기강이 위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겠다. 분수에 넘치는 감투 스스로 벗길 바란다. 더 이상 동지적 연대만으로 KBS는 살아남을 수 없다. 앞으로 3년 동안 생존을 위한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적절한 경영진과 부서장들의 용퇴는 당연하다. 변명하지 말고 KBS의 절박함을 먼저 헤아려 주길 바란다. KBS 미래성장에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은 최우선의 과제다. 2기 사장 양승동은 단호하고 단단해져야 한다.


KBS의 성공은 우리 모두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는 콘텐츠 경쟁력 제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공영방송으로서 다양성과 보편성 구현 또한 게을리 할 수 없다. 하지만 재정 위기가 이 모든 과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안정적 경제기반 없이 개혁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넌센스다. 생존을 위한 합리적 해법은 모두가 양보 협력하여 전력질주 하는 것뿐이다. 창의, 열정, 헌신은 방송프로그램에만 녹아 들어가서는 안 된다. 각자의 모든 일에 공영방송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려는 정성을 깃들여야만 한다. 그렇기에 5천 구성원들이 희망을 품고 잠재된 역량을 맘껏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결단력, 내용 있는 소통, 원칙 있는 화합 능력은 필수적이다.
 
양승동 사장은 취임식에서 많은 시민들의 당부 중 “정권이 개입해서 임명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뽑았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KBS를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만들어 달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그 당부 3년 동안 가슴에 깊숙이 품고 KBS의 생존과 미래를 위하여 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인적쇄신과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해주길 부탁한다.


5천 KBS인의 말없는 불안함을 새겨주길 간곡히 바란다.
KBS의 성공이 양승동 사장의 성공이고 양승동 사장의 성공이 KBS의 성공이다.
KBS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2018. 12. 13.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그래픽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아나운서협회, 전국기자협회, 촬영감독협회, 카메라감독협회, 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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