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뉴스 비즈니스 시대가 왔다"

[글로벌 리포트 | 미국] 손재권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손재권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손재권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격변기’라고 평가받을 만한 2018년이 지나간다. 미 실리콘밸리에서 2년 넘게 취재하다 보니 한국보다는 미국 내 미디어 상황 및 지형변화에 더 촉을 곤두세우게 됐다. 지나가는 2018년 그리고 다가오는 2019년, 미국의 미디어 지형은 어떻게 바뀔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검증, 가짜뉴스 걸러내기 등 저널리즘의 본질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년간 벌어졌던 디즈니-폭스, AT&T-워너브라더스 등의 초대형 인수합병(M&A) 시도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18년과 2019년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있다면 바로 ‘디지털 구독(Digital subscription)’의 확대가 될 것이다.


뉴스레터, 팟캐스트, 유튜브 비디오 등으로 구독자를 모으고 이를 수익화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등 디지털 구독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강소(强小) 매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창사 5주년을 맞은 ‘디 인포메이션’은 유료 콘텐츠(기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며 미국 미디어 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회비 399달러(약 45만원)를 내고 유료로 가입해야 기사를 볼 수 있고 무료 기사는 거의 없는 ‘하드 페이월’ 시스템이면서도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 ‘콘텐츠 유료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과거엔 광고는 미디어의 핵심 수익원이고 구독은 수익의 5%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미디어 회사 매출 대부분이 광고 보다는 구독료 수익으로 이동했다. 구독료 수익이 높을수록, 디지털 구독자가 많다는 의미이고 타깃 광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광고 수익도 늘어나는 선순환도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리처드 깅그라스 구글 뉴스 부분 총괄(부사장)을 인터뷰했는데 깅그라스 부사장은 ‘글로벌 미디어 위기론’에 대해 오히려 “이제야 진정한 뉴스 비즈니스 시대가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는 유료화 구독모델 흐름이 뚜렷하다. 뉴스레터는 큰 성공을 가져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모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단순히 사이트로 방문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역 사회 이벤트를 주최해서 더 많은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결을 추구하는 모델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 ‘뉴스 비즈니스’가 사양산업이 아니라 성장 산업으로 돌아서게 한 계기를 맞게 된 것은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디지털 구독으로 유료화에 성공한 대부분 미디어 회사들은 소위 ‘사스(SaaS, Software as a Service)’로 불리는 각 분야 전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레터 제작 및 배포, 소셜미디어 활용 및 측정, 데이터 활용에서부터 페이월(유료화) 솔루션, 심지어는 해지 방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외부 소프트웨어를 채택하고 활용하고 있다. 한 회사에서 하나의 솔루션만 쓰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SW 2~3개를 쓰면서 테스트하고 자사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과거엔 각 미디어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SW를 구축했으나 지금은 적은 인력으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예외없이 사스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두 번째는 이제야 미국의 언론사들이 ‘독자’들을 알기 시작했다. 디지털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페이지뷰 보다 독자 피드백, 체류시간 등을 중요시하게 됐고 맞춤형 뉴스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디 인포메이션의 제시카 레신 CEO에게 성공 비결에 대해 취재한 바 있는데 그는 “독자들을 안다는 것은 큰 힘이 있다. (유료) 독자로부터 오는 피드백이나 제안 등이 모두 퀄리티가 높다. 기자들도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맞춤형 뉴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언론사(회사 및 기자)의 사고방식이 바뀌었다. 독자들을 계몽의 대상이거나 소식(뉴스)을 전달하는 소비자로 인식하기보다는 하나의 ‘커뮤니티’로 보고 있다. 마케팅 관리자도 커뮤니티 운영자로 바꾸고 있다. 독자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들로부터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뉴욕타임즈 혁신 보고서’를 낸 뉴욕타임즈는 보고서 이후 신문이 아닌 디지털 구독 비즈니스로 완전히 넘어갔고 기사(콘텐츠)도 강해졌다. 같은 보고서를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최고경영자부터 일반 기자까지 탐독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후 한국의 미디어는 얼마나 바뀌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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