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킹, 기본으로 돌아가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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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내부 문건 보도에 대해 오보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대형 오보를 낸 매체가 기사 취소를 시작으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과정은 썩 개운치 않은 모습을 남겼다.


아경은 지난달 26일 <“한미동맹 균열 심각”…靑의 실토>, <“이상無” 외치던 靑, “한반도 비핵화 주변국 동상이몽” 진단> 등 2건의 기사를 신문 1·3면과 온라인에 게재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했는데, 정부의 새로운 시각이다 보니 그 혼란과 파장도 컸다. 청와대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해당 문건의 존재를 부인하며 해킹 이메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아경은 보도 이틀 뒤 한반도 정세 관련 보도를 경찰의 관련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취소하겠다면서 취재·보도 경위를 밝혔다. 유례 없는 기사 취소 입장과 함께 아경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면의 1·3면이 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쉽사리 오보를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까.


하지만 기사가 보도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언론의 기본인 팩트체크와 크로스체크를 망각했다는 것이 여실히 나타났다. 정책학술회의를 개최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달 19일 ‘미중 전략 경쟁 시기의 한중 관계’라는 주제로 세부 프로그램 내용과 문의처가 올라와있으나 현직 청와대 관계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학술회의는 22일 열렸고, 끝나고 4일 뒤에 이 같은 오보를 냈다는 건 현장에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추가 확인도 없었다는 반증이다. 패널 한두 명에게만 전화를 했어도 문건에 대해 의문점이 생겼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문건 출처라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다. 통상 이러한 문서를 입수하게 되면 그 배경과 향후 움직임에 대해 다양한 경로로 취재를 하게 되는데 보고서만 발췌해 기사를 썼다는 것은 제대로 취재가 안됐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사에는 문건과 관련해 어떤 전문가나 관계자의 코멘트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외교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기사를 특종 욕심으로 지면을 통해 확인하려고 했던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가짜뉴스를 생성한 아경 사례는 앞으로 모든 언론이 직면해야 할 상황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 속에 보다 정교해진 가짜 메일로 기자를 유혹하는 유사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잘못된 사실이 확대 재생산되고 여론에 영향을 미친 뒤에 나오는 뒤늦은 사과는 무책임 그 자체다.


‘속보’, ‘단독’을 위해 오보를 날리는 모습은 너무 자주 우리 눈에 띈다. 얼마 전 연합뉴스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방북 기사를 냈다가 2시간 만에 오보로 판명돼 전문 취소하고 사과까지 했다. 그 사이 MBC, SBS, 매일경제, 경향신문 등은 연합뉴스만 믿고 확인 없이 오보를 받아썼다.


이 같은 오보가 반복되면 언론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다. 가뜩이나 제대로 된 기사마저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언론을 공격해오는 상황에서 악의적으로 자신들의 매체를 노렸다고 넘어가기엔 그 책임이 너무 크다. 거짓 정보는 가짜뉴스를 범람하게 만들고 언론의 신뢰도를 추락하게 하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사실을 확인, 또 확인한다는 기본적인 취재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론의 공신력은 팩트체킹에 기반한 기사를 토대로 언론 스스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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