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만 의존하면 지상파 미래 없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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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도입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국회 질의에서 “중간광고 허용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 9일 방통위는 전체회의에서 정책방향을 보고하면서 중간광고의 차별적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매체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었다.


사실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문제는 1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논쟁이다. 찬반은 팽팽하다. 신문과 종합편성채널 등 지상파 경쟁매체들은 지상파들의 방만한 경영, 소홀한 공적 기능, 시청권 침해,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등 역대 정권마다 지상파가 특혜를 입었다는 점을 들면서 강하게 중간광고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 측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 외국에서는 상업광고가 금지된 공영방송을 제외하고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에 모두 중간광고를 허용한다는 점, 종편과 위성방송 등의 광고매출이 증가하는 반면 지상파에서만 감소하고 있다는 점, 양질의 콘텐츠 제작과 보급을 위한 재원 확대 필요성 등을 제시하면서 도입을 막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1년 출범 당시 1600억원 규모였던 종편의 광고매출액이 지난해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유치(幼稚) 산업 보호’ 차원에서 종편에만 중간광고를 허용하라는 주장도 더 이상 설득력은 없다는 주장도 편다. 한정된 광고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매체 간 이해관계 때문에 신문, 종편, 지상파 측이 각각 약간 과장된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찬반 주장 모두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다만 어느 때보다 지상파의 중간광고 허용 가능성이 높아진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중간광고 허용이 지상파의 재원 안정을 가져다 주고 양질의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신문사들을 대표하는 한국신문협회는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들은 매년 1114억~1177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다른 연구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조사에서는 중간광고 허용으로 연 매출은 869억원(케이블과 같은 조건 45분 방송에 최대 6회 편성), 오락장르에만 허용하고 최대 2회만 허용할 때는 추가매출이 25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광고주 설문조사 추정치는 연 415억원이었다고 한다. 지상파의 수익구조를 따져보자면 2011년 2조375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지상파의 광고매출이 2016년 1조6256억원으로 30% 이상 감소했지만, 재송신료와 주문형비디오 판매 수입이 크게 늘어 이를 상쇄하고 있기도 하다. 보수적으로 추산하면 중간광고 허용으로 인한 지상파의 추가 수익은 대형드라마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상파 방송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현재가 중간광고 허용에 사활을 걸어야 할 만큼 한가한 시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뉴스의 신뢰도 부분에서 종편(JTBC)에 크게 뒤처지고 있으며, 드라마 시청률 역시 tvN이나 JTBC의 그것에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하면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콘텐츠 품질 향상은 지상파 방송이 고민해야 할 알파요 오메가가 아닐까. 중간광고 허용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품질 향상에 대한 노력과 그 우선순위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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