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노조, '위원장 불신임' 대신 차기 위원장 선거

대의원회의서 불신임투표 않기로…박준동 위원장 "차기 선거 출마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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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소속 탈북민 기자의 남북 고위급회담 취재 배제에 대한 견해차로 조합원들에게 비판을 받아온 조선일보 노조 위원장이 탄핵 위기를 면했다. 조선일보 노조 대의원들은 지난 22일 대의원 회의에서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 진행 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현 집행부의 임기가 한 달가량 남은 점 등을 감안해 불신임 투표 대신 차기 집행부 선거를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준동 현 위원장은 3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터라 사실상 차기 노조 위원장 선거가 현 위원장에 대한 신임 투표의 성격을 띠게 됐다.

불신임 투표는 무산됐지만 박준동 위원장의 자격은 사실상 정지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이미 지난 19일자 노보는 박 위원장의 부재 하에 제작됐으며, 22일 대의원 회의도 일부 집행부의 요청에 따라 박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대의원들은 ‘노보 사유화’ 논란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만큼 박 위원장이 노보 제작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해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던 지난 16일자 노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던 지난 16일자 노보.

박 위원장은 앞서 지난 16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지난 15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취재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특정 언론인이나 언론사를 취재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통일부의 일방적인 취재 불허를 비판하면서도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남북회담 취재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보내는 것이 협상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해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노조 소속 정치부 기자들은 지난 17일 “통일부의 ‘언론자유 침해’ ‘탈북민 차별’ 행위를 감싸고 김 조합원을 풀기자로 정한 본지의 결정을 나무란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노보가 조합원들을 응원·격려하기는커녕 조합원들의 뒤통수를 친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노보가 대다수 조합원들의 ‘민심’이 아닌 특정인의 정치적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노보 발행 경위에 대한 설명과 후속 조치, 조합원들에 대한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박준동 위원장 없이 부위원장과 사무국장 등이 제작한 19일자 노보.

▲박준동 위원장 없이 부위원장과 사무국장 등이 제작한 19일자 노보.

이에 대해 사회부, 산업2부, 문화부, 사회정책부 등 각 부서에서 연달아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이 일었고, 지난 17일 열린 긴급 대의원 회의에선 박 위원장에 대한 집중 성토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도 박 위원장은 “정부 책임이 제일 크지만 그것만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게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식 사과 요구에도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노보 제작에 관여하지 말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이 많다면 탄핵을 하든지 불신임 투표를 해서 결정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의원들은 조합원들의 총의를 물은 뒤 22일 회의에서 불신임 투표 진행 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자체 규약에 따르면 ‘임원이 조합의 목적에 현저히 반하거나 조합의 결속을 저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는 임기 중에 불신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불신임안은 조합원 또는 대의원의 재적인원 4분의1 이상의 발의로 가능하며 총회 또는 총대의원회에서 재적인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인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그러나 불신임 투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전임 노조 위원장 7명은 22일 자체 토론을 통해 “자칫하면 더 큰 내부 갈등과 상처를 키울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몇 차례의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야 하는 소모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며 “박 위원장이 조기에 사퇴하고 차기 집행부를 서둘러 꾸리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결국 현 위원장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신임을 묻는 투표는 무산됐지만, 박 위원장이 차기 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이번 선거는 자연스럽게 현 위원장에 대한 신임 투표의 성격을 띠게 될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불신임을 받은 것이 아닌 이상 차기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낙선하더라도 출마할 생각”이라며 “이번 사태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노조 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조선 노조 출범 이래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해 자사 보도와 사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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