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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울’자도 몰랐지만 손을 들었다, 내겐 가야할 이유가 많았다

[지역언론 리포트] (8) 대구경북 / 울릉주재 6년차, 김도훈 매일신문 기자

김달아 기자2018.10.17 17:22:53

대구에서 포항 여객선터미널, 하루에 한 번뿐인 배를 타고 3시간30분을 더 달렸다. 김도훈 매일신문 기자는 2013년 9월 울릉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울릉주재로 기자 생활의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순간이었다.


대구일보에 근무하던 김 기자는 그해 매일신문의 울릉주재기자 모집에 지원했다. 지금껏 대구경북 지역지 울릉주재기자는 현지주민이 전담해왔다. 울릉도의 지리적·지역적 특수성 때문이다. 울릉도에 가본 적도 없는 김 기자가 주재기자를 자원했을 때 다들 의아해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기자에겐 울릉도에 가야 할 이유가 많았다.


“기질적인 측면이 커요. 예전부터 사람들이 잘 안가는 오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전 후 느끼는 성취감을 좋아해서 빙벽·암벽 등반을 즐겨하기도 하고요. 울릉도 역사를 공부해보면 어떨까, 조용한 데서 책도 많이 읽고, 사진도 많이 찍어야지. 이런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아내와 아들에겐 미안하지만요.(웃음)”


울릉도에 덜컥 터를 잡았지만 연고 없는 그에게 먼저 손 내미는 이는 많지 않았다. 발령 후 2년은 울릉도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김 기자는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지역주민들과 친분을 쌓아갔다. 배타적이던 주민들은 객지 사람인 그에게 점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처음엔 당장 뭐라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그래도 ‘네가 뭘 안다고 울릉도 기사를 쓰냐’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어요. 독서는커녕 매일 술자리하고 사람들 만나느라 바빴는데 2년간 하다 보니 이 정도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2016년부턴 울릉도의 민감한 문제들까지 기사화하기 시작했죠.”


어느덧 울릉주재 생활 6년차. 그간 굵직한 기사들을 써내며 사내외 기자상을 여럿 수상했다. 지난해엔 울릉도 역사를 다룬 <울릉도 개척史 ‘검찰사의 길’ 가다> 시리즈 10편을 연재하기도 했다. 이를 한 권으로 묶은 단행본 출간도 앞두고 있다.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어느 정도 허물었다고 생각해요. 저와 제가 쓴 기사에 신뢰를 보내주는 주민들이 고맙기도 하고요. 여기 있다 보면 이 땅이 갖는 상징적 의미도 크게 와닿아요. 울릉도 생활이 좋은 이유는 여전히 많습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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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K, 지난 6·13 선거 후 위상도 바닥 민심도 다 달라져
“선거 지도서 대구만 빨간색… 낙동강 오리알 됐나 싶어”


대구경북 기자들이 본 지역민심


지난 6·13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 결과 대구·경북에만 ‘빨간’ 깃발이 꽂혔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파란’ 물결이 전국을 뒤덮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보수당인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선 예측된 결과였다. 그러나 이를 바라본 대구지역 기자들은 여느 때와 다른 기분이었다고 한다. 지난 10일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만난 이재춘 뉴스1 대구경북본부 국장은 “전국이 파란색인데 여기만 빨간색인 선거 결과 도표를 보니 예전과 다른 상황이라는 게 실감 나더라”며 “대구는 이제 ‘낙동강 오리알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지방선거뿐 아니라 지난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대구경북이 고립됐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홍철 경북도민일보 기자는 “정권 교체 이후 대구경북은 섬이 됐다”며 “추경 편성 때 광주전남 예산은 증가하고 대구경북은 삭감됐다는 기사를 쓰는 지역 기자 입장에선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지역 일간지의 또 다른 기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그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도 함께 비판받았다.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것 같다”며 “지역사회 분위기가 위축되다 보니 활력도 없고 기삿거리도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역에선 ‘TK(대구경북) 패싱론’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부처 인사, 예산 지원 등에서 대구경북을 홀대한다는 주장이다. 조재한 대구MBC 기자는 “취재를 하다보면 TK 패싱론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 기자는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됐지만 올해 대구에서 열리는 국감이 단 한 건도 없다”며 “대구시가 이번 국감 대상에서 제외된 걸 고려하더라도 대구에 지방법원, 국립대, 공공기관 등이 있는데 아무도 안 온다. 대구경북이 고립된 상황을 빗대 설명할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겉에서 보면 대구경북은 여전히 빨간색이지만 밑바닥 민심에선 변화가 일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 대구시장, 대구 8개 구군 단체장 모두 자유한국당이 석권한 데 반해 대구 수성구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의장 자리도 꿰찼다. 대구경북 지방의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30석의 대구시의회에도 민주당 의원 5명(지역구 4명, 비례 1명)이 입성했다. 대구시의원 민주당 후보가 지역구로 당선된 것도 역사상 처음이다.


기초의회 선거 결과를 두고 진식 영남일보 기자는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심이 변화한 가장 큰 이유로 국정농단 사태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꼽았다. 진 기자는 “두 사건은 보수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 놨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의 감정은 남다르다. 그만큼 밀어주고 대통령까지 됐는데 탄핵을 당하니 지역민이 느낀 배신감과 실망감, 충격은 매우 컸을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를 치르며 ‘대구경북에서 보수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겼다. 기자들은 국정농단 사태-촛불집회-박 전 대통령 탄핵-남북정상회담-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금씩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진실 영남일보 기자는 “밖에선 대구경북만 유일하게 빨간색이라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지만 기초의원까지 들여다보면 보수-민주 반반이다”며 “보수의 텃밭이라는 곳에서 이런 상황을 마주하는 것은 기자로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지방선거를 취재하며 지역민심이 보수에서 진보로 변했다기보다 세대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념논리가 조금씩 희석되면서 더 이상 보수당 몰표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언론은 지역 민심을 대변한다. 사실상 보수 1당 체제에서 살아온 지역민, 이를 취재하는 기자와 민심을 보도하는 언론은 자연스레 정치적 보수의 목소리를 주요하게 다뤄왔다. 기자들이 느끼기에 그간 지역 진보진영에선 눈에 띄는 활동이나 인물을 내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진식 기자는 “지역 민심을 기반으로 기사를 써왔다”며 “지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구청장 후보 여럿이 한국당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왔다. 이 역시 그대로 기사화해 여론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주형 대구경북기자협회장(대구일보)은 “지면의 분량으로 보면 자유한국당이나 보수당에 대한 기사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곳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진보정당은 희미하게 존재해왔고 인물도 거의 없었다”며 “기삿거리가 있어야 취재를 할 텐데 (민주당, 진보정당에) 그럴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정치를 담당하는 조재한 기자도 “지역 정가의 이슈메이커는 대부분 한국당 사람들”이라며 “지난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인사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하고 한국당에 비해 활동도 활발하지 않다. 이들의 움직임이 커져야 큰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진실 기자는 “그동안 대구경북엔 민주당의 인적 풀이 전무했다”며 “민주당에겐 척박한 정치토양일지라도 먼저 노력이라도 해야 했는데, 보수당을 지지하는 게 우매하다는 식으로 몰고 가면서 지역민들만 탓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 이후 지역 인사들이 민주당으로 모여들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재춘 국장은 “대구경북에서 보수와 진보 인사의 정치 이념적 차이는 다른 지역에서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방선거로 민주당 의원이 대폭 늘어난 만큼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도록 균형감 있는 보도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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