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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2018.10.10 14:27:45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으로, 사회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며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몰아붙인 뒤, 관계부처에 가짜뉴스의 제작자뿐 아니라 유포자를 엄중처벌, 각 부처가 가짜뉴스를 발견한 즉시 수사를 요청할 것, 검찰과 경찰의 가짜뉴스 관련 공동대응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 총리 자신이 지난달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호찌민의 영묘 방명록에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고 적은 글이 김일성을 찬양한 글로 둔갑해 유통되면서 피해자가 된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도 아닌 시기에 국정 2인자가 ‘신속수사’와 ‘엄정처벌’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책마련을 지시한 것은 가짜뉴스의 폐해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을 함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가짜뉴스가 만연하는 건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사회는 유독 심각하다.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과 이에 따른 극단적 신념의 확산은 상대를 악(惡)이자 척결의 대상으로 간주하도록 하면서 이 현상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폐해는 크게 두 가지다. 인격권 침해가 그 첫 번째이고, 거짓정보의 유통으로 합리적 공론 형성을 막는 것이 두 번째다. 특히 후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요소가 된다. 천안함 폭침 때나 세월호 참사 때 인터넷에서 퍼졌던 각종 유언비어나 근거없는 비방 등 광의의 가짜뉴스들은 사안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촉발시켰고, 막대한 사회적 신뢰 손실로 귀결됐다. 가짜뉴스의 폐해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의식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성인남녀 10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짜뉴스 인식조사에 따르면 83.7%가 ‘한국사회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83.6%가 ‘가짜뉴스로 인해 우리사회의 분열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2017년)이 추산한 가짜뉴스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약 30조900억원으로 전체 한국명목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달한다.


하지만 가짜뉴스에 대한 당국의 제재와 처벌, 정치권의 섣부른 입법 시도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가짜뉴스 규제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민주주의 및 다른 기본권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 훼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짜뉴스를 규제하기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정보통신법 개정안 등 정치권의 기존 입법시도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이미 과도한 사회적 불안감이 반영돼 있으며 과잉규제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법적 제재 일변도의 규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주고받는 국민 대다수를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최근 여당 일각에서 팩트체크를 위한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은 매우 우려스럽다. 국가기관이 나서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결정하는 행위는, 바로 헌법이 경계하고자 하는 검열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은 열린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질 나쁜 정보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정보소비자인 국민이 제대로 된 뉴스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기존 언론의 낮은 신뢰도가 가짜뉴스의 범람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기존 언론이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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