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점 평가받는 공영방송 새 이사회

정치개입 배제, 관행에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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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EBS 이사진 선임을 끝으로 KBS, MBC를 포함한 공영방송 3사의 새로운 이사회 구성이 모두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부와 제4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 이뤄진 첫 이사회 구성인 만큼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 의지를 보여줄 가늠자로 관심을 모았으나 모든 이사진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 지금, 언론계 안팎에서 내린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전국 24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6월 방송독립시민행동을 발족하며 △독립성 △시민검증 △공정성 등을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현행 방송법상 근거 없는 정치권의 ‘나눠먹기’ 관행을 없애고 국민 참여를 보장하라는 요구였다. 이에 방통위는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내세워 이사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고 지원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시민검증단 운영 대신 홈페이지에 창구를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의견 수렴 방식은 제한적이었고, 제시된 의견이 후보자 평가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비밀에 부쳐졌다. ‘정치권 개입 배제’ 요구도 소용없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과정에서 ‘야합’ 논란이 불거지자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방송법 정신에 따른 정당한 관행”이라고 반박했고, 여당은 물론 이효성 방통위원장 역시 “관행”이라거나 “정무적 판단”이라며 문제 삼지 않았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이번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언론적폐 청산’이 아닌 ‘언론적폐 부활’로의 귀결”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관행’이 공식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 자문기구인 방송미래발전위원회는 지난 7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정책제안서’를 제출했다. 공영방송 이사를 방통위 또는 국회가 추천(임명)하되, 여야를 떠나 중립지대 이사(3분의 1이상)를 개방형으로 추천한다는 게 골자다. 정파성을 최소화 한다는 취지이지만, 오히려 정치권(정당)의 추천 권한을 합법화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연대는 지난 11일 논평에서 “현행법 하에서도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는 △정치적 후견주의 통제 △거부권 행사를 통한 합의제 강화 △과정의 투명성 강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결과적으로 국회 권한만 보장해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지난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은 공영방송에서 손을 떼고 국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언론적폐 부활’에 일조했던 이번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선임과정과 같이 방송법 문제에서조차 방통위가 적당한 타협으로 또 다시 귀결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반대하며, 그냥 두고 보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중단 없이 과감히 앞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청와대는 이제라도 방통위에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라고 확실히 주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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