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는 '낡았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경쟁력 저하… 시청률 하락세, 최근 50일 평균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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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재 제작본부장(왼쪽부터), 황용호 방송본부장, 양승동 사장, 정필모 부사장, 김의철 보도본부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혁신 중간보고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김덕재 제작본부장(왼쪽부터), 황용호 방송본부장, 양승동 사장, 정필모 부사장, 김의철 보도본부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혁신 중간보고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요즘 뉴스 보면 아시겠지만 잘못이 있으면 예외를 두지 않고 비판하고 있다. 새로 부활한 탐사보도부에서도 성역 없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양승동 KBS 사장이 중간보고 형식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양승동 사장 체제가 출범하며 KBS가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 지 다섯 달이 됐다. 자본과 권력에 눈 감고, 제작 자율성이 억압됐던 보도국에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소통이 자연스러워졌고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변했다”는 평과 함께 제도적으로 국장 임명동의제, 편성위원회 정상화가 뿌리를 내린 것이 눈에 띈다. 다시 부활한 3기 탐사보도부에 힘입어 뉴스 외적으로도 단독과 심층 보도가 많아졌다. KBS 탐사보도부가 취재한 <예산 114억 쓴 ‘국회의원 연구단체’…보고서는 표절·짜깁기> 보도는 18일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KBS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요지부동이다. 18일 시사저널이 발표한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 따르면 KBS는 영향력 면에서 JTBC에 두 배 가까운 격차로 2위에 머물렀고 신뢰도와 열독률도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인 뉴스 시청률 역시 올해 들어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초 16%에서 시작한 시청률은 꾸준히 줄어 최근 12%대에 머물고 있다. 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으로 ‘뉴스9’의 최근 50일 시청률 평균은 11.8%였다.


KBS A 기자는 “파업할 때만 해도 시청률을 절대 좌표로 삼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시청률을 포함해 언론 영향력이라든지 객관적인 성적표가 좋지 않으니 안에서도 우려가 크다”며 “그게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막상 보면 힘이 빠진다. 방송 환경 등 외부 요인이 있어 경영진 탓만으로 돌릴 순 없지만 한편으론 변화가 미흡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내부에선 한 때 시청률 견인을 위해 메인뉴스 시간대를 바꾸는 것까지 논의됐다. KBS B 기자는 “JTBC가 지난해부터 지상파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고 SBS도 요즘 잘 해 고정된 시청자를 뺏어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타 방송사들 메인뉴스가 8시에 집중돼 우리도 8시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한 시간 늦게 나가니 타사 단독 리포트를 단신으로라도 반영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느슨해진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같은 시간대에 붙어서 피터지게 싸워 경쟁력을 갖추자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수십 년 간 9시라는 시간대를 독점적으로 지켜왔고 이만한 정도의 고정 시청층과 지배력을 가진 프로가 없다는 판단 때문에 뉴스 시간대를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기계적 중립에 리포트 나열식 보도가 여전해 찾아볼 만한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 C 기자는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우린 이런 시각으로 간다’가 정해져야 시청자 입장에선 언론사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파업 이후 어떤 일이든 민주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그런지,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탓에 같은 사안에서 완전히 다른 시각의 리포트들이 종종 보도될 때가 있다”며 “우리 안의 건강성은 되찾았는데 뉴스의 일관성이나 KBS만의 어떤 입장이 보이질 않게 됐다. 논쟁적인 이슈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아무 입장도 취하지 않는 것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또 “스피커에 국한되지 말고 우리가 의제를 설정해야 하는데 KBS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단독이 예전보다 많이 나오긴 하지만 남이 안 쓰는 것에 대한 지나친 조심스러움도 여전하다”며 “아직까지 많은 변화가 일어나진 못했다”고 말했다.


뉴스의 형식이 ‘낡았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KBS D 기자는 “뉴스 타이틀, 음악, 앵커 구성, 전달 방식이 예전 그대로”라며 “젊은 시청자를 끌어오기 위해선 젊은 이미지로 변화해야 하지 않나. MBC도 ‘마이리틀뉴스데스크’ ‘14F’ 등 다양한 도전을 하는데 KBS엔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KBS는 현재 통합뉴스룸국장 주재로 뉴스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김태선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매주 두 차례 열리는 ‘뉴스 개선 TF’에선 국장급 부장급 팀장급과 평기자까지 10여명이 KBS 뉴스의 형식과 내용을 바꾸기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며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더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 고민해 결과물을 내놓으려 하고 있다. 내년 초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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